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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보아(BoA) - Kiss My Lips 앨범 감상평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5. 15. 13:57



앞서 공개된 'Who Are You' 뮤직 비디오와 메인 곡이라고 볼 수 있는 'Kiss My Lips' 뮤직 비디오에는 케이팝 세계에서 수많은 가치 있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뮤지션 보아의 현재 진행을 느낄 수 있었다. 새 앨범 전곡을 다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통일된, 고급화된 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 전곡에 걸쳐 제작에도 많이 참여했으니까 이제는 진정한 의미의 전문 멀티 뮤지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한편, 개인적인 느낌에, 새로운 곡들이 보통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처음으로 들었을 때 확 잡아끄는 단순한 매력이라는 화룡점정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몰론 좀 듣다보면 오밀조밀하고 다층적인 매력에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곡들은 기술적으로 기교적으로 정말 훌륭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졌지만 단순한 대중성은 부족한 편인데 앞으로 만들어질 보아 표 음악에서 이것만 갖춰진다면 (이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평단 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크게 사랑받는 금상첨화의 곡들이 탄생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보아(BoA)' 라는 뮤지션의 존재 가치는 단순히 새 음반이 얼마나 수치적으로 사랑받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중국과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확실하게 매혹시킨 케이팝 장르가 이제는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것의 태동기에 즉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기에 보아가 등장해서 현재 거대한 케이팝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3대 기획사 중의 하나인 SM이 크게 성장하는데 초석을 다진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케이팝 장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도록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사랑을 받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무튼 케이팝의 역사를 논할 때 초창기에 보아는 매우 큰 존재감을 지닌다. 현재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SM 출신의 가수들은 보아라는 뮤지션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00년대 초기에 보아가 일본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면 SM도 재정적으로 휘청거렸을 테고 현재의 규모와 명성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SM도 될 성 싶은 보아에게 거금을 들여 양질의 투자를 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할 수 있었을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케이팝이 태동되었다고 본다면 그때 중국과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었던 국내의 다른 뮤지션들도 많이 있었는데, 다만, 현재까지 소위 일선에서 보컬을 하고 있고 전문적인 음반을 내고 있는 뮤지션은 보아가 유일할 것이다. 게다가 처음에 입사했던 기획사에서 현재까지 계속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도 보아가 가장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 만큼 존재감과 굵직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약육강식의 춘추전국 시대와 유사한 음반 시장에서 기획사와 스타가 어떻게 관계를 계속 유지해가면서 서로 윈윈하느냐라는 관점에서도 보아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그것도 현재 이 분야 최일선을 달리고 있는 기획사에서 말이다.

  

  

아무튼, 이런 것을 장황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보아라는 뮤지션이 나이를 먹어가면서(아직 젊지만) 아무래도 20대 초반 뮤지션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 20대도 언젠가 그렇게 된다) 노래를 발표하면서 그것이 상업적으로 얼마나 성공했느냐 마느냐에 심적으로 위축되거나 의기소침해질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양질의 곡들을 꾸준히 발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SM 기획사와 서로 윈윈하는 관계일 것이다. 국내 어떤 음악 기획사도 보아 만한 존재감의 솔로 가수와 오래도록 동거동락하고 있지 않다. SM 기획사에게 보아는 단순히 스타 보컬의 가치를 넘어서 대표적인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다. 둘은 각자 서로에게서 자신의 몸에 유익한 영양소를 흡수하는(absorb) 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아의 Kiss My Lips 앨범 곡들은 마치 5월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자동차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ride) 느낌이 든다. 그 차가 고급차여서 아주 편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문뜩 차에 앉아서 컵라면도 먹어보고, 핫도그도 먹으면서 소스를 시트에 떨어뜨려보고 해야 일심동체가 될텐데 말이다. 그렇지만 아주 편하지 않다고해서 고급차가 좋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듯이 이번 앨범의 곡들은 충분히 빠져들어서 들을만한 깊은 음악성의 가치가 있다. 다만, 단순히 요즘 국내 대중음악 트렌드에 바싹 달라붙어있지 않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아가 계속 양질의 곡들을 발표하기를, 나아가서 연기자든지 음악 제작자든지 기타 어떤 다른 일이든지 잘 해나가는 모습도 기대된다. 그럴 능력과 환경이 남들보다 좀더 갖춰진 것도 보아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고 행운일 것이다. 




 

2015년 5월 15일 김곧글(Kim Godgul)  

  

  

아래는 뮤비에서 캡쳐한 사진들이고 덧붙여 쓰여진 문자는 곧나모(Godnamo) 문자로 쓴 영어인데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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