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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레드 제플린의 'Rock and Roll' 1973년 라이브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4. 21. 11:56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4집은 개인적으로 특별한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친구였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비록 학교는 달랐지만 가끔 연락하며 지냈던 친구가 있는데, 그의 집에는 소위 전축(레코드판 플레이어)이 있었고 레코드판을 꽤 많이 수집했었다.


어느 날 그 친구 집에 놀러가서 흰우유를 마시며(그 친구의 아버지가 우유보급소를 했다) 바둑알로 알까기를 하고, 뭔가 있어 보이는 고급스런 음악을 들려줬는데, 아무튼 레드 제플린의 4집(참고로 그 친구가 가지고 있던 것은 1980년대에 국내에 정식발매된 레코드판이다)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서 나에게 줬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소유했던 록음악이었을 것이다. 물론 집에는 형이 가지고 있던 카세트 테이프가 좀 있었고, 배철수씨의 라디오나 심야에 하는 '프로그래시브 록(이탈리아, 유럽에서 한 때 유행)'을 가끔 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카세트 테이프를 많이 구입했던 것은 아마도 군대를 제대하고 난 이후부터이다. 아무튼 공테이프에 녹음된 레드 제플린의 4집을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수없이 들었다. 그 음악의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여러 곳에서 최고라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최근에 유뷰브(Youtube)에서 레드 제플린의 'Rock and Roll'(4집에 있는 곡이다) 1973년 라이브를 보게 되었는데(아래 동영상) 그 시절(친구 집에서 록음악을 들으며 알까기 하던 시절) 생각들이 떠올랐다. 한편, 이 영상이 매우 고화질이고 깨끗해서 놀랐다. 이렇게 선명한 화질로 옛날 라이브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마치 몇 주 전에 촬영한 것 같다.  

  




여담이지만, 1973년이면 한국에서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대인데, 그 당시 젊은이들이 이런 해외 록스타의 공연을 (브라운관 TV에서는 당연히 볼 수 없었을 것이고) 어떤 경로로 혹은 사진으로라도 접했던 젊은이에게는 상당히 문화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경찰을 피해가면서까지 장발을 하고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된다. 인터넷이 일상화 되어서 국내와 해외의 문화차이가 거의 없는 요즘시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위의 동영상만으로 봤을 때 보컬 '로버트 플랜트(Robert Plant)'는 레드 제플린이라는 천하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소 심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물론 목소리는 명불허전이지만 말이다. 약간 늦게지만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록그룹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열정적인 무대 퍼포먼스에 비하면 굉장히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와 반대로,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Jimmy Page)'는 정말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유롭게 유연하게 활기차게 퍼포먼스도 보여주면서 플레이하는데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는 명성에 걸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기타와 연주자가 한 몸이 되어서 무대 위에서 연주라는 춤을 추는 듯 하다. 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회식에서 다음 개최지 영국을 홍보하는 섹션에서 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예술인으로 지미 페이지를 출연시켰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위에 라이브 영상의 카메라 시점도 보컬 로버트 플랜트 보다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를 좀더 집중적으로 잡는 것 같다.(물론 나중에 편집을 그렇게 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옛날 공테이프에 레드 제플린의 4집을 녹음해 주었던 그 친구는 지금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페이스북, 싸이월드에서 찾아봐도 없었는데, 언젠가 다시 만나면 이 음악을 들으면서 바둑알로 알까기나 해야겠다.  

  

  

2015년 4월 21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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