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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내부자들 (Inside Men, 2015)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1. 25. 18:43



얽히고 섥힌 내용을 영화적으로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지지 않은 어수선함도 있지만, 작은 장면에도 인상적이고 재밌는 대사를 넣는 센스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굴곡을 갖춘 이야기 골격이 흥미진진했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주요 인물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 영화처럼 이야기와 여러 인물들이 매력적인 존재감을 이렇게까지 야무지고 균등하게 배분되어 완성도를 이뤄낸 국내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또한, 구린내가 나는 정치인, 경제인, 공권력(이 영화의 경우에는 흔히 사용되는 경찰이 아니라 검찰), 조폭, 매스미디어(이 영화의 경우에는 흔히 사용되는 방송사가 아니라 신문사 논설의원)의 어두운 비리를 다루는 영화가 요즘 시대에 제작되는 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대중들의 관심이 과거에 비해서 줄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현대인들은 자신의 행복한 삶이 가장 최우선 관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적인 예로 헐리우드에서 조차 과거와 달리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니면 적어도 국내에서 흥행성이 없기 때문인지 수입상영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의 영화를 봐서 그런가? 아니면 영화가 괜찮게 만들어져서 그런가? 아무튼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조폭 안상구를 배우 이병헌이 인상적으로 연기했는데, 언젠가 어떤 인터넷 신문 기자가 작성한 제목 '역시 이병헌은 이병헌이다' 가 떠오르며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이병헌 연기의 또 다른 면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영화의 컨셉으로부터 얼핏 떠오른 영화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 2005)'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젠틀하고 감상적인 '선우'라는 인물과 연장선상의 특징을 연기하겠거니 기대하지 않고 감상했는데, 전혀 다른 스타일의 조폭 인물을 연기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사 우장훈을 연기한 배우 조승우는 이 영화로 다시 한국 대중영화의 중심 시장으로 복귀했다고 볼 수 있다. 조승우 하면 얼핏 떠오르는 것이 수년 전의 사극물과 청춘물 영화, 그 이후에 뮤지컬 성공 스타 이미지인데, 아무튼 최근 한국 영화의 중심 시장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 우직하고 남성적이고 저돌적인 엘리트형 인물을 잘 연기했기 때문에 차기작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연기 인생에 또 하나의 일취월장일 것이다. 

  


조금 심각하게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역동적이어서 캐릭터의 특징이 명백한 안상구나 우장훈과 달리 배우 백윤식이 연기한 신문사 논설위원 이강희 인물은 정적인 캐릭터라서 영화로 표현되기 정말 쉽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쉽지 않은 것을 배우 백윤식이 생생하게 잘 살린 것 같다. 만약 삼국지에서 유비라는 성격의 주인공이 악인이었다면 이강희 같은 캐릭터였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영화에서 안상구가 이강희에게 오랜 세월동안 완전히 속아서 살아온 것처럼 현실속에서 이강희같은 캐릭터의 실제 인물이 있다면 그에게 여러 여자들이 많이 속아넘어가게 될 악인형이다. 굉장히 지적이고 부드럽고 차분한 성격은 매력적인데 내면은 블랙홀처럼 암흑인 인물이다. 만약 필자에게 여동생이나 딸이 있었다면 사회생활하는 동안 이강희 같은 인물을 특별히 조심하라고 각별한 주의를 줬을 것이다.   

  


배우 이경영은 대개 비슷한 이미지의 조연으로 수많은 국내영화를 섭렵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대통령 후보 장필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그런 인물들을 그 어떤 다른 배우들보다 잘 소화해낸다. 그래서 수많은 감독들이 줄기차게 이경영 배우를 이런 느낌의 배역에 캐스팅하는 것 같다.  

  

  

미래 자동차 오회장을 연기한 김홍파 배우는 얼핏 장광 배우가 떠오를 만큼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어쩌면 두 배우(김홍파와 장광)이 형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인상과 느낌인데 그것이 서로에게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대개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늙은 악인의 이미지는 대개 이런 관상인 것 같다.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 좀더 분량이 작은 다양한 조연들의 연기도 살아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 헐리우드 태생 영화가 종종 언급된다. '차이나타운'에서 '잭 니콜슨'이니, '터미네이터'의 명대사 'I'll be back.'이니, 정의를 실현하는 미국적인 상징인물 '존웨인'이니...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을 은근히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최근에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국내영화를 보면 한국 영화인들에게 영향력이 적지 않는 유럽, 일본, 홍콩, 대만 스타일의 웰메이드 영화보다 헐리우드 대중영화를 활용하는 영화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현상은 해마다 시대 분위기마다 다른데 현재는 헐리우드 스타일인가 보다. 이 영화도 엄밀히 따지자면 헐리우드 스타일의 영향권 내에 있다고 보여진다. 톱질로 붉은 혈흔을 튀기는 잔혹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 또한 알파치노의 '스카페이스'라는 유명한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일 것이다. 또한, 영화의 끝장면에서 대중미디어에 폭로하므로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방식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많이 사용했던 종결방식이다.

  

  

잔혹하거나 야한 장면이 그렇고 이야기가 다소 남성취향적인데 오랜만에 이런 내용의 영화를 보는 재미가 괜찮았다. 특별한 액션이나 역동적인 스펙터클이 없었는데도 재밌게 감상한 영화였다.   

  

  

2016년 1월 2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