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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나인 하프 위크 (Nine and a Half Weeks, 1986)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2. 18. 20:16



예전 영화를 감상할 때는 항상 그 영화가 만들어졌던 그 시대상을 어느 정도 머리 속에 깔아주고 감상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1986년에 만들어졌는데 요즘 시대 관점에서 그렇게 야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영상미지만(오히려 준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그 당시에는 충분히 사람들을 극장으로 유혹할 만한 선정적인 영상미였을 것이다.



필자는 그 당시에도 못 봤고, 나중에 비디오로도 못 봤고, 최근에 풀타임으로 감상했는데 아무래도 영화의 여러 요소를 생각하며 감상하다보니까 그런지 몰라도 그 나름대로 괜찮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킬링 타임용 싸구려 에로틱 영화는 아니었다. 명작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1980년대를 대표할만한 일정 수준을 갖춘 에로틱 로맨스 영화임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영화는 비록 원작소설이 있었지만 아마도 흥행성 때문에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고 두 남녀 주인공의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에로틱한 장면들을 나열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간단히 제공되는 두 남녀 주인공들의 상황을 통해서 아마도 급변하는 산업 사회에서 거금을 긁어모은 남자(존, 미키 루크 분,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주식 중개인)와 평범한 여자(엘리자베스, 킴 베이싱어 분, 화랑 직원)가 전통적인 가치관을 일탈한 육체적 자극 위주의 사랑을 나누고 결국 평범한 여자가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남자를 떠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엘리자베스가 자신이 담당하고 화방으로 초대한 완전히 초야에 은둔하며 자신만의 예술적이고 순수한 유화를 그리는 화가가 자신의 작품들을 전시한 화방 행사에 참석했지만 다소 낯설어하고 대도시 손님들과 동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장면을 통해서 여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남주인공 존에 대해 마침내 결론적으로 느끼게 된 거북스런 감정(존이 지배했던 육체적인 사랑은 자신이 원했던 내면적인 순수한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음)을 표현했다.

  


자칫 아름답게 또는 에로틱하게 표현된 장면에만 빠져서 이 영화가 전달하는 잘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놓칠 수 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저런 자극적이거나 요상하거나 강렬한 육체적 사랑을 갈망하는 현대 대도시인들은 결국 순수한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정도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듯 하다. 

  


사실 이런 메시지는 수많은 에로틱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흔할 것이다. 관객은 예술적으로 에로틱한 장면을 감상하고 비록 통속적인 메시지지만 그것을 통해서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미국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한국에서는 보통 정도로 흥행)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2015)'와 '나인 하프 위크'가 숲을 바라보듯 멀리서 보면 서로 닮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두 영화의 각 남주인공(존, 그레이)는 현재 소위 부유층에 속한다. 외모도 뛰어나고 자기 관리도 잘한다. 그러나 과거 어렸을 때는 힘들게 살았다. 즉, 자수성가했거나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는데 어떤 큰 고통을 극복했다. (그로 인한 정신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여성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육체적인 사랑 게임을 한다)  

  


두 영화의 각 여주인공(엘리자베스, 아나스타샤)는 순수하고 준수한 가치관의 평범한 여자이다.  

  


각 남주인공은 각 여주인공에게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 즉, 일방적인 지배와 복종 관계의 자극적인 육체적 사랑 게임을 요구한다. 각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그것을 수용하는데 결국에는 각각의 남자를 떠나면서 자신 속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지켜낸다. 

  

  

한편, 마치 평행이론처럼 닮은 요소 하나가 가시적으로 나온다. 이것은 아마도 필자가 처음 발견했을지도 모른다(아니면 말고). '나인 하프 위크'의 거의 끝장면에서 엘리자베스가 존의 거처에서 슬픔을 머금고 이별을 통보하고 밖으로 나가자, 존은 "I love you" 그리고 숫자 몇까지 셀 때까지 되돌아와 달라고 독백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이때 세겠다고 한 숫자가 '50(Fifty)'이다.

  


최근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2015)'의 후속편 'Fifty Shades Darker'가 촬영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나인 하프 위크'의 여주인공 '킴 베이싱어(Kim Basinger)'도 출연한다고 한다. 물론,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의 매력 때문에 기대되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2016년 2월 18일 김곧글(Kim Godgul)



관련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