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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대호(The Tiger, 2015)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1. 21. 17:57



이 영화를 요즘 시대 트렌드와 흥행성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평가해보면 그렇게 좋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짠 하는 감정을 느낀 것이 괜찮아서 감상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런 인물들과 이야기의 결말은 80년대 이전의 영화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이라고 전혀 없지는 않지만 옛날에 훨씬 많았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추억의 옛날 영화를 그때와는 많이 다른 요즘이라는 시대에 감상하고 그 시절에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던 그 어떤 감상을 느낄 수 있어서 괜찮았단 얘기다. 

  


그런 패턴이란 뭘까? 일단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무겁거나 장엄하거나 진중하다. 하나 더 추가하면 서정성도 무시 못 한다. 주인공은 어떤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사람들만 알아주는 명성일 뿐이고, 꽃잎을 휘날리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찬양을 받으며 개선문을 통과하는 정복자의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엄청 옛날에 '쉐인'이라는 영화에서 조용히 살려는 총잡이 같은 느낌의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 세속적인 수많은 조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루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어떤 목표를 주인공만이 유일하게 성취한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세속적인 공덕(부귀영화)는 전혀 없고 여전히 무명으로 남아있으며 세월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강물 위에 비친 구름 위를 가로지르는 낙엽처럼 흘러간다. 이런 패턴으로 된 이 영화의 뼈대는 소위 말하는 영웅 신화 패턴이다.       



대호는 영웅 신화에서 용의 역할이다. 그래서 그런가? 말이 한국산 호랑이지 거의 불사신이나 다름없게 표현되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용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주인공 천만덕(최민식 분)과 대호는 서로 특별한 사이이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서로 얽혀있다.


     

솔직히 초반에는 다소 지루했었는데 뒤로 갈수록 괜찮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오랜만에 보는 장엄하고 서정적이고 비극적인 영웅 서사 패턴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요즘 시대는 밝고 가볍고 즐거운 영웅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편인데 오랜만에 옛날 분위기의 (필자의 입장에서 옛날) 국내 신작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6년 1월 2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