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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by 김곧글 Kim Godgul 2019. 12. 11. 20:55

 

 

 


영화 ‘결혼이야기’는 현재 결혼을 한 상태이거나 적어도 연인과 결혼을 준비 중인 관객에게 밀착된 공감을 선사할 것 같다. 솔직히 필자는 부끄럽게도 아직 결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별로 흥미롭게 감상하지는 못했다. 제목이 ‘결혼이야기’이지만 좀더 정확히 제목을 정하면 ‘결혼 후 수년이 흘러간 다음 서로에게 매우 익숙해졌는데 어느 순간 법적으로 헤어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로맨틱 코메디 장르는 아니다. 자아성찰을 끌어내는 진중한 드라마 장르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감상할 때 달콤한 상상을 하면서 시작하면 얼마 못 가서 졸고 말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의 입장에서 미국의 이혼 제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하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매우 현실 밀착적인 내용이 자세히 들어가 있다. 남자의 주장도 여자의 주장도 어느 정도 다 인리가 있다.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편을 들어줄 수 없는 이혼 이야기이다. 그러나 한국 문화에 살고 있는 남자의 생각에 미국의 이혼 제도가 여자에게 좀더 관대(또는 유리)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국도 열심히 미국 문화를 쫓아가고 있기 때문에 수년 후에는 미국과 대동소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적으로는 그렇고, 이 영화를 그래도 흥미롭게 감상하게 되는 것은 현재 인지도와 연기력이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남녀 주인공의 연기를 밀착해서 감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연극적인 느낌도 있다. 어쩌면 원래 연극을 각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그래서 더욱더 주인공들의 뛰어난 연기를 눈앞에서 즐길 수 있다. 또한 덤으로 변호사 역할을 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아주 출중하다. 예전에 액션 배우로 인기를 끌었던 ‘레이 리오타(Ray Liotta)’의 변호사 연기도 반가웠고 좋았지만, 여자 변호사 연기를 한 ‘로라 던(Laura Dern)’의 연기는 정말 환상적이라는 칭찬이 부족할 정도이다.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훌륭했다.

 


언젠가 차분하고 정적인 시간이 넉넉하게 생기면 이 영화를 천천히 다시 감상해야겠다. 그러면 지금은 놓친 많은 부분을 알아보며 또는 깨달으며 놀라게 될테지.

 


2019년 12월 1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