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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

by 김곧글 Kim Godgul 2019. 12. 15. 15:38

 

 


워낙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갱스터 무비의 쟁쟁했던 톱스타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라서 기대가 많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 너무 일반적인 TV드라마 느낌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한 번 감상하고 난 후에 – 중간 중간에 쉬어가면서 봐야했다 – 느낀 소감은 이랬다. 그렇지만 이런 점이 그들도 한 몫 크게 했던 영광의 구습을 타파한 (가수로 치면 젊었을 때 공전의 히트를 친 자신의 노래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일) 새로운 거장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유에서인지 영화제에서 작품상이 거론되고 있다고 하니까 필자의 개인적인 소감이 이 영화의 경우에는 매우 평단의 평균과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위에서는 영화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말했고,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본토 사회의 실제 20세기 격동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미국인 또는 미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특정한 관객에게는 잘 씹혀지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 외 평범한 (필자처럼) 관객에게는 누가 누구인지 글자로 화면에 뿌려주었는데 그냥 ‘저 사람도 나중에 거리의 추풍낙엽처럼 사라졌구나.’라고 생각될 뿐이다. 그리고 갱스터 무비하면 악역들이 멋있게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 과거의 구습도 타파한 갱스터 무비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추악하게 표현한 것도 아니고, 위에서 말한 TV드라마 같다는 느낌과 일맥상통하는데 자신의 이익과 존재의 지속을 위해서 그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갱스터라는 것은 실제 행동 자체로만 느낄 수 있고 화면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은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적인 삶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늙어서 서서히 죽어가는 시점에까지...... (가장 잔인한 갱스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필자가 느끼기에 노조위원장이 살해될 때였다. 설마 그렇게 수년간 친분 있었고 동거동락하기도 했던 사람도 죽였을라고? 그러나 결국 그것을 무덤덤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갱스터 무비는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스타일이나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 유명한 명장 배우들이 모여서 연기를 펼쳐준 것을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과거에 그들이 정말 갱스터였고 현재 나이를 먹어서 함께 지내고 있는 일상적인 드라마를 찍은 것은 아닐까 (그 틈틈이 빠르고 잔혹한 암살 장면을 넣어주어서 관객의 눈꺼풀이 감기지 않도록 붙들어주면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쩌면 감독은 그런 느낌을 영리하게 활용한 것은 아닐까 추측된다. 이 점도 작품상이 거론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말고.

 


마치 ‘스타워즈(Star Wars)’의 격렬하고 화려한 우주전투 씬 장면을 기대하고 어떤 우주 배경 SF 영화를 감상했는데, 실제로는 과학을 매우 충실하게 따른 우주선 한두 대가 조용조용히 우주를 나는 장면이 거의 대부분인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다. 물론 이런 식이라도 명작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그렇다. 골수 SF팬이 아니라면 또는 수많은 영화를 감상해서 웬만한 영화에는 ‘뻔하다. 중간과 끝과 제공하려는 재미의 종류를 다 알겠다’ 라며 무덤덤하게 감상하는 저명한 평론가 수준의 관객이 아니라면 이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졸지 않고 감상하는 데는 사전 지식을 갖추거나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멸의 명작이다. 아무튼 이 영화(아이리시맨)를 감상하며 필자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수많은 영화팬들이 젊은 시절에 매혹되었던) 거장 배우들과 감독들의 작품은 언제나 감상 1순위이다. 그분들이 계속 작품을 만들어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감상하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12월 15일 김곧글(Kim Godgul)

 

 

 

 

원래 사진 (Original Raw Photo) :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