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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미래 인류에게 얼굴인식능력이 문자영역에도 생겨나서 유전된다면...?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0. 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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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BBC에서 제작되었고 국내 EBS에서 방영했던 것 같다. 인간의 뇌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다소 지루하지 않게, 관심있는 사람에겐 좋은 흥미 유발, 기폭제로 작용할만한 다큐시리즈였다. 뇌 이야기(Brain story 1부-6부)

다른 건 다 정상인데 특정 뇌부위만 손상되어 어떤 기능만을 발휘하지 못 하는 사람을 통해 뇌에 대해 예측해낸 내용이 많다. 그 중에 인간은 '인간의 얼굴을 총체적으로 정교하게 인식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노인들은 TV 속 외국 사람이 다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렇면서도 같은 한국인들의 얼굴은 잘 구별해낸다. 누구나 얼굴인식능력을 갖고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런 능력을 제어하는 특정 뇌영역이 따로 있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보는 즉시 장미꽃(rose)과 발(foot)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백송이 장미꽃을 펼쳐 놓고 각각을 구분하라면 장미꽃을 몇 십년 재배한 원예가라도 전부 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발 사진을 100장 펼쳐 놓고 각각 어떻게 다르게 생겼는지 평범한 사람이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 얼굴이 찍힌 사진 100장을 펼쳐 놓고 각각을 구분하라면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누구나 거의 해낼 것이다. 인간에겐 인간의 얼굴을 총체적으로 구분해내는 능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언젠가 TV 오락프로에서 젊은 부부 몇 쌍을 섞어 놓고 서로를 못 보게 장치하고 자기 남편 또는 자기 부인의 발(foot) 또는 손(hand)을 찾아내는 게임이 있었다. 전부 알아맞추지는 못 한다. 누구나 알아맞춘다면 아애 이 게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각각 얼굴만을 빼꼼히 보여주고 남편, 부인을 찾아보는 게임이 없는 이유는 인간에겐 특별히 인간의 얼굴을 정교하게 총체적으로 구분하는 능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에 문제가 생긴 환자의 경우 눈, 코, 입술을 못 알아보는 것도 아니다. 사물을 못 알아보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강아지, 나무, 꽃,... 모두 알아본다. 단지, 얼굴 전체를 구분하지 못 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서로 비슷하게 보일 뿐이다.

혹시 모든 생물은 같은 종이라면 기본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까? 강아지는 같은 종에서 수많은 강아지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을까? 고양이는? 돌고래는? 만약 인간만이 지니는 특별한 능력이라면 대략 몇 만년 전부터 이런 능력이 생겨서 유전된 것일까?

그러나 내게 정작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곳은 문자(text)에 관해서다. 인간에게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진화한 것은 비교적 나중의 일이라고 한다. 문자 사용은 주로 왼쪽 뇌에서 처리하고 왼쪽 뇌는 오른쪽 뇌보다 나중에 (현재의 입장에서 가장 최근에) 개발된 부위라고 한다.

인간이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얼굴인식처럼 고도로 정교하게 총제적으로 빨리 인식하는 능력을 없는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서 몇 개월 지나면 단순하지만 말을 한다. 본능이다. 그러나 문자는 배우지 않으면 못 한다. 전 인류 중에 문맹은 절반보다 많다. 본능이 아니란 증거다. 문자는 아마도 사물을 구분하는 여러 능력을 활용해서 몇 년간 학습을 해서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인 듯 하다. 즉, 얼굴인식능력처럼 요긴한 능력이 문자 관련해서는 없게 태어나는 것 같다. 물론 누구나 몇 년 이상을 공들여 공부하면 그 많은 한자, 이집트 상영 문자, 메소포타미아의 설형문자도 어느 정도 읽고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잊어먹는 것도 빠른 편이다. 어쨌튼 문자에 관해서는 얼굴인식같은 정교하고 총체적인 능력이 인간에겐 없다.

만약 현생 인류 후손 중에 문자에 관한 특별한 능력이 돌연변이던지 다른 이유로든지 생겨나고 유전된다면 인류 문명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인류 문명의 도약이 발생할 것 같다. 소위 과학문명이 특이점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식으로 급속 팽창 발전한다는 다소 유토피아적인 인기있는 책의 내용처럼 문명이 급속하게 발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 든다.

쉽게 말하면 누구나 책의 2페이지(왼쪽, 오른쪽)를 눈 껌뻑하는 순간 다 읽어낸다는 뜻이다. 속독으로도 오랜 시간 학습하면 그럴 수 있지만 본능적으로 태어나서 몇 개월 후 문자를 읽고 페이지를 찰나에 읽어내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인류 누구나 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문명은 폭발적으로 가속될지도 모른다. (물론 읽는 내용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뇌영역도 빨라졌다고 가정한다)

어쩌면 먼 별에 살다가 심심해서 지구 하늘에 바람 쐐러 비행접시 타고 날라온 어떤 고등 외계인이 인간보다 훨씬 앞도적인 문명을 일궈낸 이유 중에 혹시 그 외계인은 문자와 관련해서 지구 인류가 지니지 못 한 특별한 본능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문명이 훨씬 더 빨리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한편, 논리나 과학적인 사고로는 결코 속시원히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 '무의식' 등과 관련된 뇌부위(여러 곳)도 어떤 외부영향으로 큰 향상이 발생하고 유전되어 인류 전체에 보편적으로 퍼진다면 그 시대의 시, 소설, 영화, 미술, 음악, 만화는 지금과 어떻게 다를까? 종교는 어떤 형태일까?

지금 현대인이 보편적으로 걱정할 꺼리는 아니다. 뇌를 알고자하는 이유는 어쩌면 인간의 능력을 좀더 확장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포함될 것이다.


2008년 10월 16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