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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보수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혁신? (정치 무관)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11. 2.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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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얘기는 아니다. 시간과 장소를 포괄하는 인간 문명에 관련해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프로를 간혹 보고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부분들은 좋았는데 KBS에서 어떤 이유로 낙향시켰다. 라디오에서도 그렇다. 내막은 잘 모른다. 문뜩 이런 저런 생각이 멤돌았다. 개인적인 생각도 뒤섞였다.

만약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칭찬 받고, 전교 상위권 들고, 학생 회장 류 완장 달고, 선후배 심지어는 학교 이사들과도 유연한 인맥을 형성할 줄 아는 학생이 개혁을 한다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한다면......

그게 아니란 뜻은 아니고 그런 부류 중에서도 후대 인류사에 공적을 인정 받을 정도로 좋은 일을 한 이도 있고 (꼭 노벨상 비슷한 상장 받아야만 인정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예수, 부처가 당시대 유명한 상패와 부상을 거뭐쥐지는 않았다.) 그냥 보통 인간과 비슷하게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잘 먹고 잘 살다 죽은 이도 있을 것이다.

한편, 가방끈도 길지 않고, 그다지 사회적으로 폭넓게 '사랑' 실천하지도 않고, 가족 관계도 그럭저럭이지만 인류사에 큰 영향을 준 이도 있다. 물론 이런 장(field, system) 외부 쪽에서도 자신만의 행복 추구 엘리트처럼 먼 후대 인류가 기억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도 많을 것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술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갔는데, 그 전에 다른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얘기도 있고 해서 머리 속에 맴돌았다.

개인적으로 최근 세월이 정신적으로 가장 행복하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선 부처를 향하고 있는 기분도 든다. 머리에 고속도로를 깔았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고민거리가 터져도 언젠가처럼 큰 당혹감이 없다. 전혀 없다는 건 거짓말이고 아무래도 나만의 핵심 사고 기반이 구축되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런 류의 생각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잠들 때, 아침에 깨어날 때, 기억나는 꿈의 내용은 평상시 내 주변 사람들과 과거의 배경이 뒤섞인다. 상상만 했던 연인과의 침대씬도 간간히 뜨곤 한다. 개인적인 바램은 '운명의 계시' 같은 영적인 꿈을 바라지만 아직 한번도 영화 같은 꿈은 없었다.

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무릇 사람들은 자신의 지인이 자신과 비슷한 사고 범위 내에서 살길 원하는 것 같다. 악의는 없고 좋은 뜻으로 현재 통용되는 '보편적인 사고'를 공유하자고 어깨동무 하며 테두리(장, field)를 진하게 그리는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나대로 무릇 사람들이 세상을 좀더 좋은 쪽으로 바꾸는 데 신경을 집중하기를 바라며 어깨동무 하기를 바라는 부류인지도 모른다.

한편, 지금까지 내가 사귀어 온 사람들은 꽤 순수하고 가지런하고 사회 규범을 잘 지키고 소시민적이고 소박한 사람들이 많다. 많지는 않지만 그런 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내 주변 지인들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알았던 나의 모습에서 이 블로그에 올려진 '곧글(Godgul)류' 문자 관련 것들을 상상하기란 힘들은 듯 보인다. 나는 지인들에게 이런 정도의 소감을 들을 줄 알았다. "재밌네. 그닥 쓸모 없어 보이지만 이런 작업 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운이 따르면 큰 일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기압이고 적란운이 짙게 깔린 반응이 대부분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엄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꼿고 싶다는 표정 같았다.

그러나 세월이 좀 흘러(그래 봐야 1, 2년) 지인들은 나의 가치관, 사고를 바꾸려 시도하는 듯 보인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 좋은 의도로 그랬다는 건 이해한다. 이럴 때 서구적인 개인주의를 내세워 헐리우드 영화 캐릭터답게 "내 일이야! Let it be!"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내가 사는 이 지역의 보편적인 정서도 아니고 내가 성장하면서 은연중에 베어있는 관습적인 사회 정서와도 다르고 서구적인 쿨한 가족에서 성장하지도 않았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면 이 글의 제목 같은 문구일 뿐이다. 비슷한 의미로 100명 중에 95명이 보편적인 사고를 한다고 볼 때, 나머지 5명이 약간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사실 인류사를 되돌아보면 95명 중에 3명 정도가 또는 5명 중에 1명 정도가 (확률적으로 비율적으로 개연성 있다고 생각되는 수치) 급진적으로 도약시키는 뭔가의 일들을 저질러서 (때로는 퇴보시키는 전쟁 영웅도 있지만) 인류사를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다. (관련 서적 참고)

5명 중에 누군가 뭔가 특이한 일을 할 때 95명이 현재 시점에서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해야만 할까? 개혁은 보수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해야만 할까?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 인류사 전체를 말함) 반드시 허용 범위를 깨야 한다는 의미도 물론 아니다. 그 속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그 밖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정도의 허용성이 없다면 진보, 향상, 도약은 언제나 달뱅이 걸음마일 뿐일 것이다.

단, 금지 시켜야 할 경우는 휴머니즘적이지 못 한 무엇일 것이다. 단지 지협적인 가치관에 기준하지 말고 지구 전체적으로 인류사적으로 가치판단했을 때 인류와 자연의 존엄성을 무시하던가 파괴하는 무엇을 할 때는 법으로 관습적으로 금지시킬 수 있다.

만약 95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개혁이 가능하고 인류가 이것을 철저히 지켰다면 단적인 예로 현재 한국인은 모두 단군신화에서 현대적으로 약간 변형된 종교를 믿고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도 건국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려를 그대로 이었어야 한다. 한글 창제도 당시로는 95명의 사고를 벗어나는 특이한 일이었다. 만약 한글 창제가 특이한 일이 아니고 95명의 사고가 허용하는 일이라면 아마도 삼국시대, 고려시대 때에 한국말를 표기하는 문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서구의 르네상스, 종교 개혁도 그렇고, 오늘날 공기처럼 누리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작도 그랬고 민족주의도 어떤 면에선 그런 쪽의 산물이다.

혹자는 훈민정음은 누가 봐도 획기적인 특별한 발명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는 그렇다고 교육 받았기 때문에 동감하는 것이지 스스로 전세게 다른 문자체계들과 비교해보고 내린 결론은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자세히 들어가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옛글자를 본떠서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필자 생각에는 그 시대에 참고할 수 있는 전 세계 모든 문자를 참고자료로 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족주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훈민정음에 대해 지나친 숭상이 현대 한국인에게 전승되었진 부분도 없지는 않다. 장단점을 따져 분석할 때 세계 다른 문자보다 '매우 뛰어나다'는 정도이지 마치 완벽한 만병통치약 같은 문자는 아니란 뜻이다. 또한 창제된 당시에는 20, 21세기 한국땅에서만큼 인정받지는 못 했다. 즉, 95명에게 적극적으로 환영받지 못 했다. 만약 받아들여졌다면 이후에 출간된 조선 책은 한글이 한자를 앞지르는 상승곡선이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다. 하물며 만약 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고 일반인이 만들었다면 그는 즉시 화형 당했을지도 모른다. 95명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개혁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죄목일 것이다.

95명 대다수는 딱딱한 달걀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지만 5명 중 누군가는 딱딱한 달걀 껍질을 깨고 또 다른 세계를 펼친다. 인류사의 도약이 그렇다. 발명품일 수도 있고, 인식의 확장일 수도 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3명의 사상가를 뽑으라면 '프로이드', '마르크스', '니체'라고 한다. (관련 책이 출판되어 있음) 물론 서구적인 관점이지만 한편으로는 20세기에 서구 사회가 동양 사회로 영향력을 넓히는 시대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크게 인정 못할 만 하지도 않다. (젊을수록 침대에서 자고, 가슴 파인 파티용 드레스에 거부감 없고, 힙합을 즐기며 양복을 입고, 클래식을 배경음악으로 서구식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프로이드가 없었다면 현재보다 더 많은 뭇 사람들이 자살을 했을 것이고 그것을 그냥 뇌에 염증이 생겼다는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르크스가 없었다만 조합(헐리우드에선 영화 스텝들의 조합이 100년전에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도 있겠지만 없다고봐도 무방할 것이다. 영화 산업 근본이 다를 수밖에 없다)도 없고, 더 많은 서민들이 일용직으로 살아가며 끼니를 이어갔을 것이다. 니체가 없었다면 고전 예술, 세계관, 가치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현대 사회 감수성을 살지도 모른다. 그 근본에는 종교가 핵심으로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을 지도 모른다.

95명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5명이 모두 프로이드, 니체, 마르크스처럼 혁신적이고 인류사에 공헌이 지대할 수는 없다. 수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일을 시도하고 그 중 극히 몇 명의 행적이 인류사의 도약을 이끈다. 우주 전체에 수많은 별들마다 지구 같은 행성이 있다고 예상하는 과학자는 없다. 극히 드물게 지구처럼 생명이 넘치는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주의 섭리가 그런 것 같다. 어쩌면 5명 부류 중에서 몇 명이 이루는 특별한 업적에 대한 댓가로 혹독한 과소평가를 받는지도 모른다.

이 글은 윤도현과 KBS에 관한 글은 아니다. 글쓰기 사고의 발단은 그랬지만 본론은 '95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나머지 5명의 개혁은 유효성의 도장을 받아야만 하는가? 그 범위 밖은 안될까?'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반드시 95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개혁이 발생해야 한다는 보편적 사고에 융통성이 필요한 듯 하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는 좀더 가속도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어떤 특정 사회도 그럴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올려진 곧글류를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대개 비슷한 반응에 대한 내 생각을 요약한 정도다. 95명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가치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서기xxxx년(인류사로 치면 ...... ) 어느 시점에서도 통용되며 반짝이는 울타리일 뿐이다. 물론 나머지 5명의 생각 또한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양쪽에서 상호간에 허용성의 관용을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단지 숫적으로 많은 쪽이 나머지를 흡수해야 한다면 강제로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인류 사회는 경직되고 관료적이고 세습적으로 굳건히 굳어질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집트 문명처럼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생각이 향하는 대로 내 삶을 계속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런 글을 적어 놓을 필요는 없다. 다만 머리 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써놓으면 일단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보다 생산적인 일, 뭔가 창작하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 또한 95명의 보편적 사고에 대한 내 생각을 일일히 논리정연하게 술자리에서 말로써 하기란 내 능력으론 불가능하므로 (그렇다고 아무 말 안 하는 것도 별로고) 여기에 글을 남겨두면 읽어보고 약간이라도 이해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나와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약간이라도 위로가 되서 그도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행복하게 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동안의 경험상 윤도현이 5명 부류인 듯 보이지는 않지만 95명 부류에서 100점 만점 환영받는 존재는 아닌 듯 보인다. 어쨌거나 윤도현, 또는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도 (알아서 잘 하겠지만) 진정한 자신의 행복이 가리키는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

물론 나의 문자 만들기 작업이 별거 아니고 쓸데없는 짓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판단은 현재를 살아가는 95명 속에 베어있는 가치관의 판단일 뿐이다.(절대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인류의 먼 후대인들이 반드시 내 작업을 좋아할 거란 보장도 없지만... 굳이 내 생각을 말하라면... '내 작업은 언젠가 반드시 요긴하게 쓰여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이 작업을 하는 동안만큼 정신적으로 꽤 안정적이게 되고 행복하다는 점이다. 야구 선수는 야구 경기를 할 때 행복하고, 가수는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 위에서 노래할 때가 행복하고, 작가는 자신의 쓴 책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줄 때 행복하고, 배우는 자신의 연기를 관객이 좋아할 때 행복하고, 감독은 자신의 혼신이 들어간 영화가 스크린에 뿌려지고 관객이 감동할 때 행복할 것이다. 비슷한 맥락이다.

설싸 내 작업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95명 부류가 냉소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솔직히 나는 95명을 비난하거나 탓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장(field), 울타리, 체계(system)에서 머물고 싶을 뿐이다. 그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인류는 그렇게 살았고 미래에도 비슷할 것이다. 나처럼 좀 특이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비난과 냉소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나와 비슷한 부류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은 아애 이런 껄끄러운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막아버린다. 그냥 나는 계속 내 작업을 지속할 뿐이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도록 내 나름대로 노력한다. 그 뿐이다. 물질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정신적으로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행복하고 맑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에 이런 글을 적었다.

진정한 천재가 세상에 나타날 때, 당신은 모든 바보들이 연대하여 그에게 대항하고 있는 바로 그 표시를 보고 그를 알아보십시요 <걸리버 여행기>

(내 생각에 여기서 말하는 천재는 암기 잘하고, 피아노 잘 치고, 수학 잘 풀고, 운동 잘 하고... 그런 것도 포함하겠지만 그 보다 넓은 범주로 인류사에 도약을 이끈 큰 공적을 쌓은 인물을 말하는 듯 보인다. 조나단 스위프트 자신을 지칭하기도 한다.)

5명 부류중 몇몇이 모두 천재류란 뜻은 아니다. 해놓은 작업을 따졌을 때 몇몇은 꽤 닮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봉준호 감독을 천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천재가 만들었을 법한 영화와 비슷한 수준의 영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5명 부류는 천재건 둔재건 보통 사람이건 죽기 전에 수많은 사람에게 어떤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을 말한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은 95명 부류 중에서 뛰어난 쪽에 속한다고 보인다. 5명 부류 중에 현업에 종사하고 뛰어난 자는 김기덕 감독이 전형적이다.

2008년 11월 1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