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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힘겹게 살아온 중년여성을 낙천적으로 행복하게 위로 - 맘마미아(Mamma Mia! 국외 2008)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 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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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경쾌하고 흥겹고 행복하다. 가장 큰 공은 주옥같은 아바(Abba)의 곡들이다. 가사는 장면마다 구구절절 녹아있고 음악과 무리춤은 뮤지컬 영화를 훨훨 날린다. 산전수전 겪은 고참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가 매끄럽다. 전체적인 감상은 강렬한 지중해 태양빛이 쪽빛 바다에 뿌려져 반사된 은빛(Silver Sunshine) 물결에서 뛰노는 사람들을 꿈꾸는 듯하다.

국내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이해할만 하다. 애를 만들어놓고 떠나버린 못된 남자를 2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밝고 건강한 딸이 자신의 결혼식 이벤트에 초대하는데 어찌어찌 꼬여서 실질적인 주인공 어머니(메릴 스트립 분)를 돌아온 아버지(피어스 분)와 결혼시키게 되는 고전적인 동화같은 결말이다. 두 모녀는 불우한 가족사를 살았겠지만 칙칙하거나 어두운 모습은 티끌만큼도 없다. 유쾌하고 명랑하고 건강하게 승화시킨 스토리는 마치 '달려라 하니'가 떠오른다. 현실이 아무리 고단하고 힘겹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밝고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의 인물들을 국내 보통 관객이 좋아하는 듯하다. (한국인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돈 내고 극장을 찾는 관객의 상당수는 그런 문화적 관습이 베어있어 보이고 TV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는 관객도 비슷하고 야구장을 찾는 관객도 그런 것 같다) 영화 제작자가 특별히 염두하지는 않았겠지만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통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무엇이다.

기분 좋게 감상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아쉬움 때문에 깊은 마음을 울리지는 못 했고 명작의 반열에 오르지 못 했다. 초반에 흥미진진하게 깔아놓은 이야기가 결말에 엉성하게 얼버무리듯이 마무리된다. 실제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는 거라면 그다지 문제가 없겠지만 엄연히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영화라면, 스토리 요리를 제공한다면, 좀더 마무리가 깔끔하게 설득력있게 짜임새있게 잘 만들어져 나왔더라면 더 완성도 높은 영화였을텐데 아쉽다. 순전히 정서적으로 영화 '원스(Once)'만큼 심금을 울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설익은 듯한 스토리의 마무리 때문에 영화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숲만을 바라봤을 때 근사한 숲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끝까지 기분좋게 재밌게 감상했다. 어떤 노래 가사는 꽤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더라도 다른 요소 때문에 대박을 내는 영화가 종종 있다. 물량 영상미로 무장한 '트랜스포머'가 그랬었다면 이 영화는 우울한 현실을 밝게 화사하게 건강하게 승화하는 낙천적인 인물들이 흥겹게 노래하는 영상들이 현 시대의 우울한 어른들을 즐겁게 행복하게 만든다. 동화를 닮은 보편적 스토리가 담겨진 특별하고 긴 뮤직비디오를 기분 좋게 본 느낌이다.

'원스(Once)'가 은빛(Silver Sunshine) 반짝이는 가까운 동산(Garden)의 천연 개울가에서 한가롭게 행복한 소풍을 즐기는 거라면 '맘마미아'는 '땡땡랜드', '뗑뗑리조트'에서 화려하지만 인공적인 느낌의 소풍을 즐기는 것 같다. 서로 다른 느낌의 소풍이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기마련인데 사는 동안 굳이 한쪽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맘마미아'도 기분좋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2009년 1월 22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