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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에는 진정한 영웅을 만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미래에도 만나기는 더욱 힘들 거라고 암울한 SF를 상상한다. 영웅이 될 만 한 자가 없어서도 아니고 명성을 쌓은 자가 없어서도 아니다. 과거에 존재했던 영웅은 그에 대한 신상 정보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아서 인간적인 오점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이상적인 영웅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시대에는 영웅의 신상 정보는 인터넷 같은 정보망으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한 신세계의 어두운 폐해가 영웅의 광휘를 블랙홀처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점 사냥꾼(Dirt Hunter)'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인류의 전체 개체 수에서 일정한 비율로 영웅들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데, 오점 사냥꾼의 폐해 때문에 진정한 영웅이 인간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알아보지 못 하는 경우가 많지 않도록 사회의식이 성숙되어야 할 것이다.

'명성을 쌓은 자(이하 명성자)'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비슷한 비율로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명성이 잘 쌓였더라도 오점 사냥꾼들의 치졸한 사냥에 탄탄했던 명성자의 아름다운 성벽에 균열이 생기고 심하면 허물어지기도 한다. '오점 사냥꾼'은 정보화가 고도로 발전한 문명일수록 더욱 짙게 드리워지는 검은 매연 같은 인간의 어두운 속성이다.

'스토커'는 대개 혼자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괴팍하고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저지르면서 스스로의 삶도 파멸의 길로 이끈다. 그러나 '오점 사냥꾼'은 냉철하고 현명하고 웬만하면 자기 생활을 큰 무리 없이 유지해간다. 이들은 특별히 중심에 모여 담합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또는 인간의 어두운 속성에서 나오는 악한 속성의 욕망에 빠져서 짜릿함을 즐기려고 명성자의 오점을 사냥한다. 정보화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일수록 해커와 크래커가 많아지는 것처럼 오점 사냥꾼도 많아질 것이다.

오점 사냥꾼들은 결코 범죄자들의 오점 따위를 캐지는 않는다. 이들의 목표는 밝고 화사한 명성을 쌓은 자들이다. 그리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치욕을 찾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아주 미세한 먼지만 한 오점을 찾는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해서 살기 때문에 어떤 사회에서 어떤 오점이 잘 통하는지 잘 알고 있다. 어떤 사회에선 종교 교리에 민감하고, 어떤 사회에선 공공성에 민감하고, 어떤 사회에선 예의, 도덕에 민감하고, 어떤 사회에선 국가와 민족에 민감하다. 각 지역마다 문명사회의 특색이 있는데 오점 사냥꾼은 그것을 잘 알고 있거나 적어도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어떤 오점이 감기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잘 퍼져서 때로는 폭풍이나 토네이도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초에 시작을 하는 전문가 수준의 집요한 오점 사냥꾼은 아니지만, 오점 사냥꾼을 전 방위로 지지하는 하위 오점 사냥꾼들도 많고 이들의 행동의 파괴력은 최초 전문가의 것과 비등하다. 하위 오점 사냥꾼들은 솔깃한 오점을 발견하면 파리때처럼 몰려든다. 그리고 뜨거운 반응을 연출해서 감기 바이러스처럼 멀리 넓게 퍼트린다. 확 달아오른 반응은 매스컴에서는 시청률을 위해 흥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침내 오점은 태풍처럼 성장한다. 간혹 이러한 태풍은 심하면 해당 명성자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려서 넉다운시키고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오점 사냥꾼들은 뿌듯함과 쾌락을 향유하며 또 다른 명성자의 오점을 찾아 정보망을 헤집고 다닌다.

산업혁명으로 도시화가 급속도로 퍼졌을 때 이전에는 없었던 인간의 어두운 속성이 생겨났었다. 그것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은 범죄, 탐정, 스릴러, 호러 장르들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정보화가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성 내에서 새롭게 성장한 어두운 측면 중에 '오점 사냥꾼'이 있다.

한편, 일반인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명성을 쌓은 자들은 오점 사냥꾼을 잘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그들은 결코 괴팍하거나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평범하며 문제가 될 정도로 질서를 어기지도 않는 소시민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언제 사이버 폭력을 지능적으로 휘두를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명성자들은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그러한 오점 사냥꾼이 있다는 현상을 인지하고 조심하면서 사회가 성숙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어쩌다 오점 사냥꾼의 공격으로 (그것이 명성자의 작은 실수이거나 또는 오류이거나 왜곡된 정보에서 기인됐다 하더라도) 심신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해도 마음을 추스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처럼 보리수나무의 의젓함처럼 평정심으로 되돌아와, 즉 하바시(Habacy)를 하여, 평소처럼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또한, 오점 사냥꾼의 폐해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찾아낸 오점 정보가 오류이거나 실제와 다른 내용일 경우다. 명성자의 오점이 아니고 오점 사냥꾼의 잘못이 분명한데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명성자가 떠안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것과 관련된 양심과 도덕이 아직 정착되지 않았고 사회적 관습과 법제도도 매우 모호하거나 불명확하기 때문에 앞으로 한참 개선되고 성숙되기를 바랄 뿐이다.

더불어, 오점 사냥꾼이 사냥한 오점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하위 오점 사냥꾼과 보통 사람들이 정말 그것을 폭풍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일조해야 할 것인지 외면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각자의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 바야흐로 그런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는 뭇 사람들은 자신의 사생활이 중요한 것처럼 타인의 사생활도 중요하고 게다가 명성자들도 한 사람의 가까운 이웃처럼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는 관습 또는 도덕이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타인의 미세한 오점 정도는 행여 귓밥으로 가득찼더라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너그러운 관용도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뼈속까지 파고들어가고 태줄까지 검사하면 오점이 없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예수는 죄가 없는 자만이 죄인을 향해 돌멩이를 던지라고 말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오점 사냥꾼의 바람몰이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행동만을 선별해서 하는 인격을 함양하는 보편성이 널리 퍼진 사회를 이끌어 가는 인간이 초고도 정보화 사회의 '진실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11월 19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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