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에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가졌었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됐는데 도시적으로 산뜻하고 심플하고 수수한 색감이 좋았다. 팝아트 하면 누가 뭐래도 워홀이 떠오른다. 또는 만화책 한 컷을 대문짝만하게 그렸지만 예술적으로 보이게 그린 리히텐슈타인도 생각난다. 수많은 미술가가 팝아트를 그리곤 했지만 현시대에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팝아트 미술가는 '줄리언 오피(Julian Opie)'인 것 같다.
현대 예술 작품이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는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하고 소박하고 소시민적인 경우가 많다. 이유가 될지 모르지만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는 영화, 드라마, 컴퓨터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줄리언 오피 작품의 색감은 워홀의 것보다 덜 자극적이다. 마치 교육용 만화책의 표지를 보는 듯 하다. 여객기에 타면 위급시에 어떻게 하라고 안내해주는 책자에 나와도 괜찮을 정도다. 형태는 최대한 단순하다. 굵은 선을 최소한으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눈(eye)이다. 눈을 단순히 점(dot)의 형태로 그린다. 초기 작품에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걸로 보아 후기 작품에 더욱 단순화하면서 그렇게 그린 것 같다. 마치 프랑스 국민만화 땡땡(Tin Tin)의 눈 형태와 같다. 인간은 누군가의 얼굴을 볼 때 눈을 중심으로 얼굴 주변을 살핀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눈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얼굴이 상당히 달라보인다. 줄리안 오피의 작품 속 얼굴들의 심플한 눈은 그의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보여진다.
그 눈으로 인해 불특정 도시인으로 보여지고 내면을 숨기는데 익숙한 현대 도시인을 적절히 묘사하는 것 같다. 두루 살펴보면 알겠지만 웃는 얼굴은 거의 없다. 대부분 무표정이다. 그 표정은 현대 도시인을 상징한다. 현대인의 정서, 의식, 내면을 표현하는 것 같다.
워홀은 슈퍼스타, 유명인을 주로 그렸지만 또는 프린트 했지만, 정확히 모르지만 오피의 작품 속 인물들은 회색 도시에 거주하는 뭇 대중들처럼 보인다. 소시민, 평범한 사람들처럼 보인다. 물론 오피가 유명인을 전혀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워홀과 달리 오피의 다른 작품에는 여성의 신체를 단순하고 유연하게 묘사한 그림도 유명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마치 화장실이나 신호등에 그려진 이미지 같지만 자세히 보면 유려한 곡선과 여성만의 아름다운 포즈는 그의 작품만의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공공시절에도 많이 사용되는 듯 보인다. 즉, 대부분의 미술가와는 달리 고급 와인을 아무리 마셔도 지갑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란 뜻이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 형태다. 그러나 그가 먼저 시작했고 체계화 했으니 누군가 따라해서 그럴듯하게 잘 그려도 줄리언 오피의 아류일 수밖에 없다. 한편, 한국적인 팝아트는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까? 딱히 떠오르는 미술가가 없다. 그런 미술가가 없다기 보다는 홍보 부족일 수도 있다. 영국의 팝아티스드 오피의 작품은 좋기도 하지만 영국 특유의 홍보도 잘 된 것 같다.
2009년 10월 7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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