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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 삶의 업보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3. 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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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은 해고 전문가다. 미국 여러 지역을 항공기로 출장다니며 고객사를 위해 해고하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항공비행거리가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길다.

노련함과 능숙함을 갖춘 그에게 약간이 변화가 찾아온다. 결혼에 대한 관심을 접고 살았는데 자신처럼 항공여행을 많이 하는 알렉스라는 여자를 만난다.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인정받아 입사한 똑똑하고 젊은 나탈리라는 여자와 동행출장을 다닌다. 자주 못 만나는 여동생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알렉스라는 여자와도 좀 더 가까워지고, 나탈리라는 신출나기에게도 자신의 경험과 노련함이 이런 직업에 더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해낸다. 빙햄은 가족도 만들지 못 하고 비행기에서 인생을 보내는 자신에 대해 다소 환멸을 느끼고, 알렉스와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집에 찾아가지만... 후반부는 다소 찡하다.

과장된 찡함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같은 감동을 느꼈다. 주인공 빙햄이 악행을 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해고자에게는 대못을 찔러주는 집행자 일을 하면서 자신은 돈을 벌고 그럭저럭 건실한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그런 것에 대한 업보라고 볼 수도 있는 결말이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또 다른 해고 전문가에게 해고당하는 대중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진정성이 느껴지고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드라마에 가깝다. 홍보로 얼핏 느껴지는 것과 달리 로맨틱 코메디는 아니고, 로맨틱 드라마도 아니고, 순수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직업, 가족, 결혼,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문뜩, 짜안 하는 감정이 들 때 혼자 보기 좋은 영화인 것 같다. 훌륭한 영화지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흥행할 타입은 아니다.

깔끔하고 담백하고 정갈한 연출이 돋보였다. 하늘에 달리(촬영할 때 쓰는 레일)를 깔고 촬영한 듯한 미려한 항공 영상들도 영화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기타 반주의 사운드트랙도 이병우 음악감독의 분위기도 나고 영상과 잘 매치된다. 소위 웰메이드 영화다. 영화감상 느낌은 매우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과장되지 않은, 지나치게 오락성에 치우치지 않은 진실성이 배어있는 이야기도 좋았다. 맛있는 산해진미를 배터지게 먹은 느낌이 아니라, 영양가 있지만 담백하고 소박한 맛이 나는 요리를 위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적당히 먹은 느낌이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던지, 나홀로 작업에 치중하는 고독한 직업에 종사하던지 공통적으로 삶이라는 긴 여정 동안 자신만의 유일하고 특별한 반려자를 필요로 하는 것도 인간의 업보 중에 하나일 것이다.

2010년 3월 11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