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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남자의 말 여자의 말 (MBC 다큐)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3. 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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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 수쌍을 표본조사해서 만들었다. 연애 때는 몰랐는데 결혼하고서 알게됐다는 점, 남편과 아내의 대화 속성이 근본적으로 다른 별로 향하고 있어서 서로 답답해하거나 이해하지 못 한 것에 관한 다큐였다. 심도 깊지도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었던 것은 아니고 언젠가 다른 다큐에서 봤던 남녀의 대화 내용의 차이에 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이 언어를 할 때(주로 대화) 여자는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하는데 반해 남자는 좌뇌만을 사용한다. 또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일종의 통신케이블 같은 것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굵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을 하면서도 인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편, 남자는 대화를 할 때 '목적 지향적'이고 여자는 '과정 지향적'이라고 했다. 남자는 "그래서 요점이 뭔데? 요점만 말해. 결론만 말해. 내가 뭘 해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여자는 "그냥 내 얘기를 들어주고 맞짱구쳐주고 위로해주는 등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을 뿐 해결책을 요구한게 아니거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소위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 이야기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 괜찮았지만 좀더 참신한 내용 접근법, 이해법, 해독법을 기대해서 그런지 약간 아쉬웠다. 그럭저럭 볼만 했다.

그건 그렇고, 이런 경우에 특히 현대 시대에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욱 더 남자도 남자 나름이고 여자도 여자 나름인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보통 남자는 남자의 속성이 강하고 여자는 여자의 속성이 강하지만, 모든 사람이 완벽한 화성남, 금성녀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다큐에 출연한 표본 남자들은 정말 평범하고 전형적인 남자들처럼 보였다. 다소 독특한 성격 또는 전형적인 직업군이 아닌 직업에 종사자(가량 예술 관련 직업)는 다소 다른 양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로맨스 소설 또는 영화를 많이 만드는 작가가 여성스럽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남자도 평범한 보통 남자의 화성남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속성이라 변할 수 없다. 단지, 어떤 면에서는 (또는 상당수) 여성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여성 CEO(쇼핑몰 사장, 게임업게 CEO, 프로젝트 팀장, 기업체 간부...) 또는 여자 스포츠 선수는 여자들끼리 모여서 재잘재잘 잡답하는 자리에 참석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성남적인 요소를 보통 금성녀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에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라 남자는 금성녀적인 속성을, 여자는 화성남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다룬 다큐는 아직 못 본 것 같다. 여기서도 어떤 화성남은 금성녀의 속성을 좀더 많이 지니고 있다는 정도이지, 어떤 금성녀는 화성남의 속성을 좀더 지니고 있다는 정도이지 결코 두 행성인이 뒤바뀐다는 뜻은 아니다.

내 경우에 어떤 부분에서는 화성남의 속성이 강한데 어떤 부분에서는 금성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을 만나서 식사를 하거나 술한잔 할 때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떻게 인생을 살고 있을까? 이런 저런 살아온 얘기를 듣고 싶다' 정도를 생각하고 지인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인맥을 넓힌다던가, 관련 업계 정보를 알고싶다던가, 성공을 위해서 이력서 스펙이 번쩍이는 성공인에게 그 비법을 듣기 위해 일부러 만나는 일은 없다. 얼마 전에 헤드헌터 직업에 종사하는 남자 지인을 (특별한 이유 없이 문뜩 전화해서) 코엑스 커피빈에서 만났는데 그는 최근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소위 성공인들의 스펙 쌓기와 성공 노하우에 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는데, 내가 지금 그의 말 중에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커피빈의 커피가 스타벅스의 것보다 맛있다는 얘기이고 실제로 커피빈의 카페라테는 맛있었다는 점뿐이다.

여자들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스포츠를 좋아할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의 편견일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들 중에는 스포츠를 직접 하는 것도 중계방송을 보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 중에 어떤 남자는 멜로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가 여성적인 감수성이냐하면 전적으로 그렇지도 않다. 어떤 감수성은 금성녀적이지만, 사회 통념적인 화성남적인 속성을 고지식하게, 오히려 스포츠에 열광하는 남자보다 더 많이 유교적인 사고방식을 품고 사는 남자도 종종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류는 아니다)

아무튼 내 경우에는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등을 어쩌다 가끔 보는데, 특정 팀을 정해서 응원하지 않는다. 경기가 시작할 때 두 팀 중에 왠지 끌리는 팀을 응원한다. 그렇다고 다음에도 계속 응원한다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 누가 이기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근사한 게임 자체를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심지어는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면서 (인터넷 서핑, 만화 읽기, 커피, 청소, 잡다한 일) 흘끔흘끔 본다. 스포츠에 몰입해서 보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텔레비젼을 켜놓고 있는데 농구 경기가 한창이다) 이런 나의 취향은 화성남적이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생각에 화성남, 금성녀의 속성을 너무 쉽게 무 자르듯이 구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사람마다 편차도 쾌 큰 데 말이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맞는 얘기이고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뉴욕 사람은 LA 사람보다 말이 빠르고 성격이 급하고 빠릿빠릿한 경향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해서 모든 뉴욕 사람이 그런 성격은 아닌 것처럼 화성남과 금성녀의 속성도 유들있게 해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런 것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다큐가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

2010년 3월 21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