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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자를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아이디어를 노트에 끄적이다가 언젠가 문뜩 휴대폰 문자입력 방식에 대해 관심이 쏠렸었다. 벌써 작년이고 수 개월 전이었다. 며칠 동안 신나게 골똘히 만들었다. 내 딴에는 신선하고 새로운 한글 입력방식이라며 입꼬리가 찢어지고 뿌듯해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머리를 식히고 점검해보니 다르게 보였다. 그다지 좋지 않았다. 방식에 있어서는 새로운 점이 있었지만 실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효율성은 유명한 기존의 것(천지인, 이지한글...)등에 비해 나쁘면 나빴지 좋지는 않았다. 게다가 내가 고안했던 방식과 유사한 방식이 이미 특허 출원 중이었다. 이미 다른 사람이 몇 년 전에 생각했던 방식이었다.

휴대폰 문자 입력방식에 관한 특허 출원만 몇 백개 또는 몇 천개나 된다고 관련 기사에서 읽은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정부에서 한글 입력방식에 표준을 정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부 살펴 본 것은 아니지만 대충 한글 입력방식에 관한 특허 출원을 살펴보면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보통 핸드폰의 키패드가 3x4 배열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기본으로 조금씩 개선해서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아애 3x4 키패드를 사용하지 않고 전혀 다른 형태로 된 문자 입력 방식이다. 예를 들어, 4방향 화살표 키패드를 응용한 것도 있고 피자를 쪼개놓은 것처럼 원의 형태를 응용한 것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 IT기기 매니아가 아니라면 보통 PC 자판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작은 핸드폰, 리모콘, 전자잠금장치, 스마트폰 중에서 컴퓨터 자판을 그대로 쓰기에는 불편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모든 제품...)에서는 3x4 키패드가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물론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에 따라서 4x4, 5x4, 6x4 ... 등도 괜찮고, QWERTY 자판에서 문자 키패드만 추리고 키패드 한 개도 큼지막하게 만든 것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무슨 기준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냐하면...

엄지 또는 검지 한 손가락만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든 방식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편하게 익숙하게 체감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개 보통 사람들은 핸드폰을 한손으로 들고 같은 손의 엄지로 문자를 입력하거나, 또는 한손으로 들고 다른 손의 엄지 또는 검지 둘 중 한 손가락으로 입력하거나, 또는 양손의 엄지를 둘 다 사용해서 입력한다. 그 외에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보통 평범한 사람일수록 이 세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것은 신기술이 들어있는 스마트폰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즉, PC나 노트북 자판처럼 넉넉한 키패드를(피아노에 비유) 사용할 수 없는 휴대용 IT기기(아코디언에 비유)에서 한글 또는 영문자를 입력하는 방식을 새로 만들고자 한다면 외관상으로 3x4 키패드에서 너무 변형되면(마치 게임기 조종기나 SF 영화에서 나올법한 화려한 형상) 신선하거나 독특할지는 몰라도 (특정 사람들에게 강한 호감을 얻을지는 몰라도) 보통 평범한 사용자는 불편해할 것 같다는 얘기다. 한편, QWERTY 자판 축소형도 괜찮지만(미국인들이 좋아한다고 알려졌지만) 3x4의 심플한 대중성에 비교될 바는 못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QWERTY 자판은 액정판이 작은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또는 매우 불편한) 단점이 있다.


아무튼, '배운 도둑질 같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한글 계통의 새로운 문자를 만든 사람으로서, 문자 관련 분야에 조금이나마 깊게 파고들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지 (문자라는 이름의 동굴을 깊이 탐험했던 적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한글 입력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몇 달 전에 만들었던 입력방식은 스마트폰 관련 신기능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었기 때문에 조악하거나 기존의 것(천지인, 이지한글)에서 약간 변형된 정도에 그쳤었는데, 최근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노트에 끄적거린 것은 스마트폰의 특징을 반영한 방식이다. 즉, 크고 작은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입력방식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하드웨어 키패드 방식과 너무 다르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모아키'방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드웨어 키패드로는 사용할 수 없는 방식이라도(구현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꽤 불편해지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지만) 여러 스마트폰 사용자가 괜찮다고 체감한다면 그것으로 좋은 입력방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은 당연하다. 참고로, 나는 전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아니므로 직접 문자 입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아니고, '문자 입력방식 체계'을 고안해 내는 것을 말한다.


여담이지만 보통 여느 핸드폰에서 흔히 사용되는 영문자 입력방식도 미국의 어떤 사람의 특허였기에 장착한 제조사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즉, 키패드 2번에 ABC, 3번에 DEF, 4번에 GHI ... 이것의 이름이 'T9' 입력방식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이것을 만든 사람을 주축으로 스마트폰용 문자 입력방식 '스와이프(SWYPE)'를 만들었고 그 방식을 삼성에서 만든 스마트폰에서 사용했다고 보도된 적도 있다.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슬라이드잇(SlideIt)' 방식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에 신선하고 독창적인 것에 박수를 보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QWERTY 키패드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길게(많은 거리를) 왔다리 갔다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물론 입력하려는 단어를 예측해서 추천해주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어쨌튼 문자를 입력하는 방식 자체만을 따졌을 때 그렇단 얘기다) 만약 엄지 손가락만으로 입력하고자 하는, 또는 매우 작은 액정 화면의 작은 핸드폰 사용자는 스와이프 또는 슬라이드잇 입력방식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방식이던지 장단점은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입력방식이 발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문자를 빨리 입력할 수 있을수록 더 좋은 입력방식이라 단언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입력 속도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딱히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무엇이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얘기가 좀 다를지 몰라도 언젠가 헤비메탈 장르가 인기였을 때 속주 기타리스트들이 얼마나 빨리 음계를 튕기느냐를 갯수로 세서 뮤지션의 실력을 평가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초딩들의 감상수준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현대 대중음악(평범한 사람들이 듣는 음악)에서는 속주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다행이다.

즉, 휴대기기 입력방식에서 어느 정도 빠른 입력방식이라면 어느 것이나 대동소이하고 단지 숙련된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입력 속도 차이가 날 뿐이라고 생각한다. 입력하는 과정의 느낌(인간적인 단순한 그 무엇)이 속도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은 음식을 먹을 때 영양가만을 생각하지만은 않는 인간의 속성과도 비슷하다. 여자들이 옷이나 가방을 살 때 재질이 좋고 바느질이 잘 되었는지만을 따져보고 구입하지는 않는 것과도 비슷하다. 디자인적인 만족도, 그외 어떤 느낌에 따라 선택하고 평소 즐겨 애용한다. 비교적 선택의 폭이 있는 스마트폰 문자 입력방식 세계에서도 (전문 매니아가 아니라 보통 사람의 경우일수록) 속도나 효율적인 입력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지 않고 다른 어떤 요소로 인해 문자입력방식을 선택할 것 같다는 뜻이다. 인터페이스와 인간의 상호작용 느낌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곧글표 스마트폰용 한글 로마자 입력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곧글 문자를 써가며 입력하는 것은 아니다. '곧글 입력방식' 이렇게 이름을 짓는 것도 아니다. 다른 이름으로 생각해 놓은 것이 있다. 공개되려면 몇 달 또는 일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튼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기는 할 것이다. 놀라운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신선하고 심플한 입력방식이라고 말할 만한 정도다. 물론 동일한 입력방식을 누군가 먼저 세상에 내놓는다면 내 것은 나만의 추억으로만 간직될테지만 말이다.


2010년 4월 30일 김곧글


PS: 한편, 오랜만에 창작문자를 한 개 더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곧글(Godgul)'을 개선한 '곧글2'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름은 '허그(HUG)'다. ^^; 세부사항은 만들어졌고 컴퓨터에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면 된다. 5월 중순쯤에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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