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전우치 2009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3. 24. 11:2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쉬운 감이 있지만 재밌게 볼만 했다. CG 수준이 현재 시점에서 많이 떨어져 보였다. 자동차 같은 사물 CG는 그런대로 봐줄만 했지만 영화 '차우'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생명체 CG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관객들의 눈은 헐리우드 최고 작품에 길들여져 있는데, 그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도 돼야 '그림이 약간 모자라도 우리 정서가 들어간 작품이 좋지'하면서 관람 할텐데, 많이 아쉽다. 최근에 한국의 CG 기술 수준이 어떤 면에서 헐리우드 최고 수준까지 뒤쫓아 갔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순식간에 헐리우드는 저만치 앞질러 달아난 양상처럼 보인다.

영화의 컨셉은 요즘 10대 20대 관객층이 좋아하는 유형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일본 애니 '원피스'의 분위기를 닮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유머러스한 캐릭터들의 행동이 그렇다. 만화적이다. 심각함과 진지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모든 만화가 그렇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만화하면 '과장된 유머'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유머를 너무 남발해서 유머가 유머를 상쇄해서 덜 유머러스해진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떤 찌개에 대파를 마치 채를 썰어서 넣은 느낌이다. 대파도 그렇지만 요리마다 들어가는 음식의 적당한 크기가 있는데 너무 잘게 썰어 넣어서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덜 느껴졌다.

진지한 악역에 화담(김윤석 분) 밖에 없었던 것도 아쉬웠다. 어쩌면 화담의 중요성이 좀 더 강조되었어야 재밌었을지도 모른다. 악역 진영에 요괴 두 명이 더 있었지만 캐릭터성의 존재성은 약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화면의 컷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서 다소 산만해보였다. 이 감독만의 스타일이 그런 것은 알겠지만 '범죄의 재구성'과 '타짜'에서는 다양한 각도의 많은 컷들이 스토리와 적절히 융화되어 좋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융화되지 못 하고 흐트러진 느낌이었다. 관객이 집중해서 보려고 들어가면 튕겨 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로 히어로물을 잘 만들어 흥행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전우치'도 재능을 인정받은 감독이 오래 동안 심열을 기울였고 명배우들이 적재적소에 참여해 잘 만들었지만 작품성의 수준은 높이 오르지 못했다.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흥행을 성공케 한 이유가 여러 개 있겠지만 작품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는 아닐 것이다. 전우치의 컨셉과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스파이더맨 영화 시리즈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최동훈 감독의 장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자신의 이익과 욕망과 탐욕을 지능적으로 노골적으로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재미를 찾아볼 수 없었다. 관객들은 '범죄의 재구성', '타짜'의 세계에서 한국판 슈퍼히어로가 뛰어다니는 영화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전우치는 최감독의 기존 작품과는 차별되는 시도를 했다. 결과적으로 매니아들과 평론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는 평가를 내뱉었지만, 흥행에서는 대만족의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다음 작품을 입꼬리가 올라간 투자자들의 빵빵한 지원사격을 받아 만들 수 있는게 자명한 사실이니 좋게 생각하면 매우 좋은 결과다. 개인적으로 딱 좋아하는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지만 나오는 작품마다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2010년 3월 2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