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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김종욱 찾기, 째째한 로맨스, 이층의 악당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2. 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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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2010, 국내)

미지근할거라 예상하고 봤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는 편이었다. 그 증거는 상영 중간에 끊지 않고 한번에 쭉 봤다는 점이다. 아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솔솔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너무 순정만화적인 분위기가 의외로 몰입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냈다. 원래 오리지널 작품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그 장르에서는 찰떡궁합이었는지 모르지만) 영화 장르에서는 현대 시류에 맞게 좀더 리얼리티를 살려주고 순정만화적인 요소를 줄였더라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해본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의 영화가 몇 년 전에 나왔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 내용은 달라도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TV나 영화로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대표적인 예가 '커피 프린스') 영화적인 참신성은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분명히 괜찮게 잘 만든 영화인데 워낙에 좁고, 그해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 영화 시장이라 큰 인기를 끌지 못 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한편, 저 위에 영화 포스터는 근사하고 멋지지만, 저 포스터를 보고 영화가 어떨거라 상상하고 영화를 보면 생뚱맞게 느껴질것이다. 이질감이 느껴진다. 포스터가 영화 내용을 스포일해서는 안되지만 적어도 영화를 다보고 나서 포스터를 봤을 때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입소문을 냈을 때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공유가 연기한 남주인공은 포스터처럼 당당하고 듬직한 남자도 아니고, 임수정이 연기한 여주인공은 포스터처럼 여성스럽거나 패셔너블한 여자도 아니다)

여담이지만, 요즘 무슨 무슨 키스 장면으로 관객의 흥미를 끌어모으는데 이 영화에서 이런 키스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인도 여행 중에 여주인공이 끌렸던 남자와 인도 전통 카레를 먹다가 키스하는 것이다. 일명 '카레 키스(curry kiss)'다.


째째한 로맨스 (2010, 국내)

요란하게 홍보한 것에 비하면 기대에 약간 못 미치지만 그럭저럭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다만, 로맨틱 코메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클리세나 패턴이 겉으로 보여진 것이 아쉬웠다. 또한 로맨스의 정서가 최신 20대 감각은 아니고 거의 30대 이상의 감수성에 가장 닮았다. 한편, 미국에서 잘 통하지만 한국에서는 신통치 않은 영화에서의 유모가 바로 화장실 개그인데 이 영화에서 화장실 개그를 살짝 과하게 사용한 것 같다.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흥행하는 로맨스 영화 패턴이 있다. 그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지만 아무튼 화장실 개그나 성적인 농담을 다루는데는 저질스럽거나 지저분해서는 안되고 다소 세련된 무엇으로 포장해야만 국내 관객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 남녀 주인공이 밀고당기는 재미가 솔솔한 것은 좋았다. 시나리오는 최첨단은 아니지만 만약 어떤 영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출품됐을 때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고집을 접고 모험을 하지 않고 무난하게 선택할만한 완성도이다. 즉, 강렬하게 뛰어난 작품이 없을 때 두루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괜찮은 완성도의 작품이다. 좋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강렬하게 확 끌어당기지는 않았지만 좋은 편이란 얘기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 오히려 째째한 영상미였던 것 같다. 영상미는 무난한 정도였다. 좀더 참신하고 신선한 요소가 있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정말 째째한 것은 미술, 배경이다. 만화가 작업실이 스튜디어에서 촬영된 티가 너무 나고 그렇게 많이 러닝타임에 써먹을 공간이라면 적어도 TV가 아니라 영화라면 건물 외부 공간도 화면에 적절히 담아야 좋았을 것이다. 즉, 로케이션에 너무 돈을 들이지 않은 점이 이 영화를 째째하게 만든 점도 있다. 창밖에 장대비도 쏟아지고 햇볕도 내리쬐고 달님도 방긋 웃고 별도 보이는 작업실이 이 영화의 컨셉에도 맞는 것 같다.

엔딩 부분이 썩 만족스럽지 못 하지만(너무 식상함) 그럭저럭 재밌게 봤던 로맨틱 코메디였다.

여담이지만, 다소 부른 짜장면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에는 없지만 행여나 짜장면 키스를 넣으려면 상황에 잘 어울리는 곳에 넣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이다. 안 그러면 로맨스가 아니라 화장실 개그에 포함된다.


이층의 악당 (2010, 국내)


참신한 시도와 변주가 돋보이지만 역시 국내 영화 시장이 좁은 관계로 흥행하지 못 한 케이스다. 확실히 위에 언급한 영화보다는 웰메이드 영화다. 영상미는 짜임새가 있고 좁은 공간에서 치밀한 계산이 들어간 흔적이 역력이 보인다. 째째한 로맨스에서 미흡했던 부분인 공간의 영상미가 이 영화에서는 좋았다는 뜻이다. 비슷한 이유로 국내 로맨스 영화에서 공간의 영상미가 좋았던 작품은 하정우와 전도연 주연의 '멋진 하루'가 있다. 서로 다른 공간미를 표현하지만 영상으로 공간을 멋지게 표현하는 능력은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전체적으로 내용의 재미가 현대 국내 보통 관객이 기대하는 입맛에 딱 들어맞지 않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된 것 같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일찍부터 추리, 스릴러 장르가 널리 퍼진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잘 통할 수도 있다. 문화적인 차이로 대다수 국내 관객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수년 전에 한국 최고 남자 배우이기도 했던 한석규씨가 언젠가부터 골짜기를 걷고 있는데 본인의 다양한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르막길에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그의 연기력의 불꽃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그 정도 위치면 어떤 사람이 연기에 관한 토를 달아도 그것은 하나의 의견일 뿐 정확한 정도는 아닐 정도로 자신의 영토를 확고히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악한 심성으로 살지 않았던 선한 사람이 악한 캐릭터를 골몰히 연구를 거듭해서 만들어 하려니까 다소 버거워보인다. (꼭 이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 한석규씨가 연기한 악역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제2의 전성기에 이르지 못 한 것 같다. 이 말은 아직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때가 곧 올거란 뜻도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기에 관한 전문적인 탐구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접해보고 (황당한 일도 당해보고) 살펴보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특히 20대 젊은 사람들의 속성, 경향, 사고방식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그들이 주 관객층을 형성하기 때문). 이층의 악당에서의 악역이 나 같은 세대가 보기에는 현실적이게 보이는 악당 캐릭터이지만, 20대 관객이 현실적이게 느끼기에는 미세하게 촛점이 흐틀어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같은 의미 있고 좋은 일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는 배우 한석규씨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해서 국내 영화에서 진국의 연기를 보여주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2011년 2월 14일 김곧글


ps: 올 겨울은 실질적으로는 얼음 겨울이였지만, 내 마음 속에는 숯불이 불타고 있어서 심적으로는 매우 따뜻했다. 추운 밖에서 집에 들어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새우 자세로 쪼그리고 누우면 마치 여신의 자궁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눈을 감으면 별천지 우주를 광속을 날아다니며 꿈나라로 빠져드는 기분이 매우 좋다. 잠시 후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