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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블랙 스완(Black Swan 2010)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2. 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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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에는 그만의 냉기가 서려있다. 그러나 그 냉기는 보편적인 인간의 깊은 곳에 서려있는 서리같은 것이어서 무릇 관객은 결코 쉽게 외면하지 못 한다. '얼음 동굴을 통과하는 혹한의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개 어떤 분야던지 높은 고지에 등극하려면 미지의 고통과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 이미 수많은 고대 영웅 신화가 말하고 있는 요점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영토를 넓히거나 지키는 영웅이 중심인물이었지만 현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비범한 자'가 우뚝 올라서서 세계를 정복한다. 같은 예술 분야에서도 수많은 분야가 있다. 이 영화는 최고 고지에 오르려는 발레리나의 고통과 고뇌를 리얼리즘적이면서 판타지적인 혹한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블랙 스완(Black Swan)'. 영화 전반적인 것이 이 영화처럼 제목에 쏙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는 경우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2년 전에 아련하고 깊은 감동을 주었던 '더 레슬러'에서도 이 감독 특유의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도 메시지도 바탕 정서도 서로 많이 다르지만 그 특유의 냉기는 이 감독의 전매특허로까지 보여진다. 이 감독 자신도 자신만의 영상미학으로 비록 넓은 지역까지는 아니겠지만 확고히 자신의 영토를 차지했다고 말할 수 있다.

'더 레슬러', '블랙 스완', 이런 느낌의
(다소 변주는 있겠지만 진실되며 매혹적인 냉기의 기류를 내포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어준다면 내가 좋아하는 감독 10명 안에 포함될 것이다. (참고로 10명 중 한 명은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영상미도 과하지 않으면서 평범하지도 않다. 고리타분하지도 진부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현대적인 재치를 남발하거나 치기가 넘치는 것도 아니다. 이것들은 매혹적인 냉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유일하게 눈에 띄게 많이 사용한 카메라 앵글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이름을 지어줬다. '뒤통수샷' 또는 '뒤통수앵글'이다. 보통 인물의 바로 등뒤에서 거의 인물의 시점을 따라 촬영하는 경우에 오른쪽 또는 왼쪽 어깨 위로 전방을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 '뒤통수샷'은 뒤통수가 화면의 딱 중앙에 있다. 때문에 전방이 안 보인다. 그러나 관객이 실제로 그 주인공의 바로 등뒤를 따라 걷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거칠고 낯설고 실험적인 샷이지만 이 영화에 잘 융화되어 있어 보인다.

주연,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가 없어 보인다. 각자 자신의 연기력을 눈부시게 발산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니지만, 매우 중요하지만 감독이 콘트롤 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 그중 하나는 무릇 관객들의 깊은 마음과 직통하는 배우들의 세부적인 연기다. 훌륭한 배우들의 생명력 충만한 연기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 만들었다고 해도 그 영화는 결코 높은 고지에 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블랙 스완'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주조연의 생생한 연기력이 훌륭하게 융합하여 높은 완결성의 경지에 오른 것 같다.


2011년 2월 5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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