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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프로포즈 데이(Leap Year 2010)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4. 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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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순전히 영화 '더 파이터(The fighter 2010)' 때문이다. 주인공 미키 워드(마크 윌버그 분)의 연인으로 나왔던 샬린 플레밍(에이미 애덤스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미 애덤스('더 파이터'에서 처음 알게된 배우)의 최근 작품을 하나 골라서 봤는데 그 영화가 '프로포즈 데이(Leap Year 2010)'였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더 파이터에서의 샬린과는 전혀 상반되는 캐릭터인데, 대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도시 여자쯤 된다. 세상 시류에 민감하고 세인들의 평판을 의식하는 그러나 매우 열심히 사는 평범한 도시생활녀, 다소 푼수끼도 있지만 그렇게 악의는 없고, 마침내는 자신의 내면의 순수한 사랑을 알아보고 찾게 되는 여자 캐릭터이다.

이 영화는 국내 영화 또는 드라마 소재로 치자면 '도시 처녀와 농촌 총각'쯤 될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청년은 아일랜드 농촌에서 자수성가한 평판 좋은 남루한 선술집(pub)의 주인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다소 능글스럽고 느끼하지만, 도시적인 감수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 미남형
(이 부분은 여성 관객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의 순수한 농촌 총각이다.

로맨틱 코메디인데 도입부에서 그다지 기대감이 들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봐서인지 끝까지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다. 코믹스러운 장면이나 대사가 한국사람 정서와 많이 이질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내가 느끼기에 그랬는데 그것을 한국사람 전체로 확대해서 해석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봄바람?) 영화 '노팅힐'을 구해서 다시 봤다. 경쟁이라도 하듯이 새로 나오는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주 좋았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괜찮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책도 그렇고. 어차피 죽을 때까지 세상의 모든 책이나 영화를 다 섭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한번 이상 봐서 나쁠 이유도 없다.

'프로포즈 데이'가 '노팅힐' 같은 류의 로맨틱은 아니지만 그래도 현실적이고 코믹스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로맨틱인 것 같다. 두 영화의 유일한 공통점은 (내 생각인데) 대다수의 로맨틱 영화가 여자들의 욕망을 매우 강조한 것에 비해서 이 영화들은 어느 정도 남자들의 욕망(판타지, 바램, 희망, 기대)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보자면, 프로포즈 데이에서는 농촌에서 남루한 선술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총각이 미국의 대도시에서 온 금발의 매력적인 여자와 사랑의 골인을 성취한다. 노팅힐에서는 여행 전문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평범한 총각이 헐리우드의 최고 톱스타 여배우와 사랑의 골인을 성취한다. 한편,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 권력, 재력, 능력으로 거들먹거리는 속물 남자들(사랑을 전적으로 사회적인 무엇인가를 거래 또는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일부 남자들,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높은 권좌의 출중한 남자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류의 남자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에게 환멸을 느끼거나 또는 그런 남자들과 사회적으로 지인관계는 유지하더라도 결혼까지는 아니라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여자 주인공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이 원하는 진실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어쨌거나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좋았다. 아주 신명나게 좋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은 영화였다. 보고 나서 흐뭇한 영화, 그러면 일단 만족스럽다. 노팅힐만큼 아련하고 깊은 곳을 건드리지는 않지만 마치 맛있는 떡볶기와 순대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2011년 4월 5일 김곧글



ps: 문뜩 이런 로맨틱 코메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육식을 좋아하는 여자와 채식을 좋아하는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는데, 다른 문제는 거의 없는데 오직 먹는 음식 문제 때문에 티격태격 사랑 싸움을 하는 커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