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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7광구 - 영화속 괴물에겐 치명적인 매력이 있어야한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0. 8. 10:37


7광구


소문만큼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는 당연히 주인공이겠지만 그 다음으로는 괴물일 것이다. 그런데 괴물이 일관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지 못 하고 그 어떤 치명적인 매력조차 없다.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조커... 악당이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주인공보다 이들에게서 영화적인 재미를 더 많이 느낄 것이다.

7광구의 심해괴물은 수족관을 깨고 나올 때부터 이미 꽤 덩치가 컸는데 사람들은 녀석을 너무 못 알아본다. (마치 에일리언처럼 처음에는 매우 작았고 매우 급속하게 성장하는 녀석이라면 그런 것에 관하여 묘사했어야 할 것이다. 괴물은 짧은 컷이지만 이미 큰 상태에서 원통형 수족관 유리벽을 깨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튼 자신을 빨리 찾아내지 못 하다니 괴물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괴물은 인간먹이감이 바로 면전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즉시 물어뜯지 않고 왜 그렇게 뜸을 들이는지 납득이 안 된다. 초면이라 수줍어하거나 낯설어하는 성격도 아닌 것은 이미 판명되었는데 말이다.(이미 의사를 지능적으로 공격하고 난 후에 대원들과 맞딱들였다)

그리고 몇 번씩이나 굳이 기다란 혀바닥 촉수로 인간의 다리를 잡아 돌리는 이유는 뭘까? 몇 씬 후에 그 촉수는 인간의 머리를 관통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굳이 인간의 다리를 잡아서 쥐불놀이를 하듯이 돌리는 이유가 이상했다. 즉, 괴물이 멍청해보였다.

그렇다고 괴물이 일관되게 멍청하게 묘사된 것도 아니었다. 초반에 의사를 사냥하는 방법은 첩보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치밀하게 계산하고 사냥할 수 있는 지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괴물이 어떤 장면에서 멍청해보였고 어떤 장면에서 매우 똑똑해보였는데 그 간극이 비현실적이게 보였다.

한편, 상식적으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은 입속에 들어갈 만큼 커다란 먹이를 잡으면 일단 그것을 먹고 소화하는데 집중하지 바로 즉시 또 다른 사냥감을 사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심해괴물은 인간을 잡고 나서 바로 즉시 또 다른 인간을 사냥하러 달려드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 부분에서 괴물이 비현실적으로 보여졌다.

결론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에 이 영화가 관객에게 큰 재미를 주지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괴물에 대한 설정, 묘사, 연출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전체 스토리와 캐릭터 설정이 너무 뻔하고 익숙하고 세련되지 못한 것도 단점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런 류의 영화에서 지나치게 고상하고 세련되고 심도있는 스토리도 일반대중들이 싫어할 수도 있기때문에 (해운대, 디워, 실미도가 쉽고 대중적이기에 흥행했을 것이다) 그럭저럭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토리를 어떻게 펼쳐보여주느냐의 관점에서는 다소 부족해보였다. 좀더 섬세하게 치밀하게 재미있게 풀었어야 했다.(말은 쉽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아무튼 그렇게 느꼈다)

마지막으로 괴물이 너무 못 생겼다. 단순히 못 생겼다는 정도가 아니라 컨셉 디자인의 수준이 낮아보였다. 그 어떤 매력도 없다. 영화, 게임 등의 컨셉 아티스트의 직업군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저변이 깔려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좀더 심플하면서 일관적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실제 심해동물을 얼마나 닮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반대중이 심해동물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때문이다. 그보다는 개연성, 공감이 중요할 것이다) 매력을 지닌 괴물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아쉽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아바타'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또한 그의 전작들 '터미네이터1, 2', '에일리언2'가 왜 명불허전인지 재확인할 수 있었다. 제임스 카메론은 SF영화 장르의 '스티브 잡스'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편 '7광구'가 벤치마킹한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일리언1'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10월 8일 김곧글


ps. 이제 쫌 영화를 영화관에서 봐야겠다. 내꺼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