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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더 브레이브(True Grit 2010)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10. 9. 09:29



극단적 예술성을 겸비한 리얼리즘 서부극은 아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쪽 장르에 가깝다. 그렇지만 따분하지 않고 칙칙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고 처절하지도 않고 드라마적인 서부극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서부극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봐서 통상적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서부극 패턴은 아니다.

보통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커피 전문점에서 손작업을 많이 해야하는 고급 커피에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원두커피에 비유될 수 있겠다. 그런데 원두 자체가 꽤 진국인 거다.

처음보는 여자아역의 연기도 매우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술주정뱅이 애꾸눈 총잡이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닉 놀테'를 닮은 듯도 한데 이런 얼굴형의 미국인이 다소 많은 것 같다. 맷 데이먼의 연기도 좋았고 아무튼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좋았다. 그들 자신의 연기력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고스란히 아니 그 이상을 영상에 담아낸 코엔 형제 감독의 능력도 대단하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에서 독감에 걸린 딸을 업고 눈속을 달려가는 할아버지의 투혼 장면을 생각나게 하는 애꾸눈 총잡이의 투혼 장면에서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감상적으로 영화를 끝낼 코엔 형제 감독이 아니다. 엔딩은 '용서받지 못한 자(극악무도했던 노쇠한 총잡이 윌리엄이 도시로 가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는 클로징멘트는 동화적으로까지 느껴졌다)'만큼 훈훈하지 않다. 오히려 몰가치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총잡이들의 노년을 말이다. 진정한 영웅은 대중들이 알아보지 못한다는 미국 히어로 영화의 패턴을 고스란히 그러나 코엔 형제스럽게 세련되게 보여주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정도의 완성도를 지닌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다.


2011년 10월 9일 김곧글

ps. 눈발이 휘날리는 가로등 아래서 붕어빵을 한입 떼어먹으니 아이스크림이 입안을 얼얼하게 한다. 그러나 두 연인이 키스를 하자 붕어빵은 숯불이 되어 날아가 불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