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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카무이 외전 (2009, 일본)

by 김곧글 Kim Godgul 2011. 4. 9. 16:30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 와타나베를 연기한 마츠야마 켄이치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어서 이전 작품을 찾아봤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재일교포 감독으로 유명한 최양일 감독의 영화를 언젠가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마침 그가 만든 영화여서 관심이 첨가되어서 감상했다.

꽤 전에 '카무이(Kamui)'라는 일본 만화가 영문판으로 번역출판되었는데(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스캔본 만화를 보고 알았음) 선 굵은 투박한 그림체(국내 만화가 중에 방학기, 이두호 화백이 이런 류의 그림체)가 인상적이었는데 전부 읽어보지는 않았었다. 서구권에서 나름 인기를 끌었던 만화였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영화로 만들어지는데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프랑스어판 만화책도 있고 DVD도 있다. 참고로 대개 일본 만화가 영문판으로보다 프랑스어판으로 더 많이 출판되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그렇게 재밌게 감상되지는 않았다. 그냥 그럭저럭 신선한 장면도 있고 볼만했다. 주제나 분위기적인 측면에서 국내의 어떤 이야기와 비교하자면 문뜩 '임꺽정'이 떠오른다. 물론 캐릭터 스타일이 전혀 다르지만 전체 스토리의 바탕에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닮아보였다. 계급적 하층민의 비장한 체제 비판.

영상적으로는 국내 영화 '전우치'에서 인물들의 CG가 조악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서도 인물들의 딱딱한 CG가 눈에 거슬렸다. 와이어프레임을 이용해서 다양한 활극 장면을 독특하게 연출하려는 노력도 인상적이였고, 초고속 촬영의 장면도 괜찮은 것도 많았는데 전체적으로 과도하게 사용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실제로 싸우는 것처럼 만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아애 전반적으로 판타지 장르적으로 분위기를 확 바꾸던가 말이다. 판타지와 사실성 사이의 중간 지점이 다소 어중간했거나 감독이 고심끝에 선택한 그 절충점이 현대 영화 관객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 한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 생각에 최양일 감독의 주력 장르와는 다소 비켜난 상업 영화 장르였기에 전체적인 촛점이 흐트러진 것 같다. 좀더 알차고 심플하고 담백하고 장르적으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카무이를 연기한 마츠야마 켄이치는 그럭저럭 배역을 소화해낸 것 같다. '상실의 시대'에서와는 달리 강하게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켄이치는 기존의 일본 배우 느낌과 많이 다르고 (왠지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일본의 중간 또는 절충 캐릭터 같은 느낌) 어떤 면에서 강렬한 특징이 없다는 것이 이 배우가 여러 작품을 찍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소위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상업 오락 영화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봤을 때 최양일 감독의 것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메시지는 최근 국내에서도 별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지는 못 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시대가 변했는지 그다지 호감을 사지 못하는 메시지에 속하는 것 같다. 소위, 하층민, 천민이 사회 또는 체제 비판을 하는 메시지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바탕정서지만 실질적으로 요즘 시대에는 술자리에서라도 이런 류의 얘기로 열을 올리면 얼마 후 친구나 지인들이 주변에 남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이야기 패턴은 실제로는 귀족 또는 왕족의 핏줄인데 어떤 불행한 사건으로 밑바닥 생활을 하다가 그 상황을 의지로 활기차게 극복해서 다시 본래의 자리를 되찾는다는 고전적인 이야기 패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전 세계 유명한 신화, 전설에서 많이 차용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 영화의 바탕정서와 메시지가 보편적인 국내인이 재밌어하고 감동하는 범주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보통 흔히 볼 수 있는 일본 닌자 장르와는 많이 차별되고 어느 정도 영화적인 사실성도 있어서 괜찮게 감상했다.

여담이지만 이 영화가 국내 드라마 히트작 '추노'가 만들어지는데 어떤 영향을 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아이디어, 영상미에서 말이다. 아니면 우연히 닮은 점이 있는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한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카무이(2009)가 먼저 그리고 추노(2010)는 나중.


2011년 4월 9일 김곧글


ps: 원기를 회복한 태양은 날씨를 포근하게 만들고, 창문은 은근슬쩍 열려지고, 침대와 의자는 나른히 붙어서 심신을 녹여준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