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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몸살 리포트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4. 10. 21:00



몸살이 걸리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들었다. 내 경우에는 갑자기 심하게 체력을 소진했을 때, 게다가 그 순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된 상태일 때, 게다가 몸살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접근했을 때(군중들이 모여있는 곳에 갔었을 때, ex. 지하철, 번화가), 이렇게 3중고가 삼박자로 일시에 공격했을 때 몸살에 걸렸던 것 같다.


지난 토요일 저녁부터 살짝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목구멍 속의 느낌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탁하기는 탁한데 물을 안 마셨을 때와는 다른 탁함이다. 혹시나 했었다. 왜냐하면 전에도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날 밤 일찍 푹 자고 나니까 다음 날 아침 아무 문제 없이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년 이 맘때 (위에 열거된 원인과 동일한 이유로) 몸살에 걸렸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몸살에 걸렸던 이후 처음으로 지난 토요일에 몸살에 걸려서 맨탈붕괴가 되었다. 일요일부터 온몸이 무거워졌고 두통이 간헐적으로 공격했다.


그런데 이 순간 나를 시험하는 걸 즐긴다. 꼭 병원에 가야할 일이 아니면 감기, 몸살 정도로는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약국에서 며칠 치 약을 지어먹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최대한 약을 자제한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과 담을 쌓고 지내는 것은 아니고 다만 몸살일 경우처럼 작은 것에 한한다. 작년 몸살에는 약국에서 쌍화탕과 콘택600을 구입해서 먹었고 하루 지나서 완쾌된 것 같다.(힘들었던 날이 딱 하루 기억나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한다)


이번에는 슈퍼에서 구입한 쌍화탕 1개를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약도 먹지 않았는데 그 때문인지 몸살이 하루 정도는 더 지속된 것 같다. 화요일 밤인 지금 이순간은 90% 정도 회복되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이니 거의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콧물 같은 것을 밖으로 배출하는 것만 남은 셈이다. (세포들이 싸운 흔적이라고 들은 것 같다)


몸살의 증상도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온몸이 무거워지고, 체온이 오르고, 두통이 간헐적으로 생기고, 피곤하고, 입맛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경우에는 기침은 없었고 콧물은 매우 적었다. 기침도 감기로서의 기침이 아니라, 콧물이 나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터쳐나오는 재채기였다.


어디선가 봤는데 미국에서 실험을 했다는데 몸집도 다양하게, 연령대도 다양하게, 근육량도 다양하게... 여러 종류의 사람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노출시켜서 실험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특별한 예외없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즉, 아무리 평소 건강한 사람도 언제든지 감기에 걸릴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소위 인내와 끈기로 만든 알통과 씩스펙이 있다고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란 얘기다(내가 그렇다는 뜻이 아님).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감기몸살에 걸렸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몸살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생명유지의 관점에서 면역체계의 재정비 외에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감기에 걸리면 악몽도 많이 꿨었다. 주로 방안 공간이 왜곡되는 악몽이었다. 바로 앞에 존재했었는데 어느 순간 잡을 수 없는 저 멀리 방구석에 있다. 그 거리가 마치 어안랜즈로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것이 반복되는 악몽이었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는 그런 아려한 추억의 악몽은 꾸지 않는다. 그냥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무슨 고민들을 여러 개 했었는데 지금 이순간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2012년 4월 10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