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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이민자(A Better Life 2011)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4. 19. 21:40




이민자(A Better Life 2011)


솔직히 내 경우에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는 없다. 집에 누가 있을 때도 마찮가지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감상하며 내면에 자양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영화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국내 영화 '크로싱(2008)'과 비교해볼 때 감정의 질과 깊이감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지만, 다행인 것은 주인공인 아버지 카를로스와 아들 루일스에게 큰 불행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덜 슬플 것도 같은데 수용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면회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감정의 클라이막스라고 말할 수 있다.


부성애를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감상적으로, 신파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풀지는 않았다. 그래서 흥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이런 류의 헐리우드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초반에 덤덤한 일상의 감정선이 천천히 상승하더니 마지막에는 진한 감동을 전달해주는 가족드라마였다. 또는 소년의 입장에서는 성장기 드라마라고 볼 수도 있다. 스토리는 몇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내용은 세상의 수많은 보통 아버지와 보통 자식들의 삶을 담고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헐리우드 영화에서 개(dog)가 괴한에게 피습당하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장면은 한국 사람이 받아들이는 것과 차이가 있다. 미국사람 의식에서 개는 사람과 동일시되기 때문에 그 장면은 단순히 가축이 피습당했다고 생각하는 한국사람의 보편적 의식(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동일하지는 않다)과는 달리 사람이 피습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포감에 차이가 있다.


이와 비슷하게 한국사람에게 트럭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취업하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대중 교통이 발달된 뉴욕 같은 도시가 아니라 LA 같은 널널한 도시에서 트럭 또는 자가용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취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트럭과 이 영화에서 LA에 사는 히스패닉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럭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나 다름없다.


LA에도 대중버스가 있고 지하철도 있다. 그러나 다니는 지역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중교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일 것이다. 따라서 LA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불법체류자가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자동차는 필수조건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도둑맞은 트럭을 찾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을 되찾는다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를 연기한 데미안 비쉬어라는 배우는 어딘지 모르게 로버트 드니로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특징적이지 않는 평범한 불법체류자 연기를 인상적으로 잘 한 것 같다. 그리고 감상적이지 않고 오바하지 않고 덤덤하게 연출한 감독의 세련된 연출력도 인상적이었다. 



2012년 4월 1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