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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원더풀 라디오, 오싹한 연애, 네버엔딩 스토리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3. 27. 18:49


원더풀 라디오(2011)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국내 20대 후반 이상 여성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분위기의 영화의 전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정서와 느낌은 국내 공중파 TV, 케이블 TV, 영화에서 웬만한 제작자들이나 업계 종사자들이 흔히들 무난하고 좋다고 생각할 딱 그것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위험을 피하려고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라는 모난 돌을 너무 깍아서 매력이 바래버린 느낌, 이야기가 다소 평이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따로 따로 때어놓고 봤을 때, 어떤 장면은 다소 오그라들 정도로 늘어지기는 했지만, 대체로 재밌고 흥미롭고 유쾌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그럭저럭 괜찮은 에피소드들이 이야기 전체적으로 최적의 장소에 배치되지 못 한 것 같다. 또한 감정의 기복이 영리하게 상승하고 하강하지 못 하고 느닷없이 생뚱맞게 들쑥날쑥했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면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 대개 영화 전체적으로 감정선이 소위 단봉낙타(單峯駱駝)인데, 이 영화는 적어도 쌍봉낙타(雙峯駱駝) 이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웬만해선 쉽지 않다. 전체적인 균형에 좀더 신경을 썼다면 훨씬 좋은 영화로 감상되어졌을텐데 아쉽다.

여주인공을 비롯 인물들의 행동과 내면이 거의 동일한 것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현재 직업과 과거 경력의 특성상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이 영화의 컨셉상 지금보다 더 많이 내면을 파고들어도 이상했을 것이다.       

기획사 대표 인석(김정태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의외로 대근(이광수 분)의 연기도 좋았던 것 같다. 현재 연기자라기 보다는 예능방송인으로 봐야 하지만 이런 느낌의 배역이라면 다른 영화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싹한 연애(2011)  


딱 필요한 것만 골라서 적절한 곳에 배치해서 만든 영화같은 느낌이다. 웬만한 영화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4중주처럼 느껴졌다. 확연히 들어나지 않을 정도로 미니멀리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몰입도는 굉장히 높았다. 작은 고추가 맵다, 가 아니라 양이 적은 고추도 맵다, 일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특수촬영 뿐만아니라 이런 저런 촬영에 공들인 점도 좋게 느껴졌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20대 중반 아래의 남녀가 주 타겟이었을 것 같다. 다소 독특한 소재의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 그에 부합하는 로맨스는 그 세대가 딱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남자 관객들이 여주인공 강여리(손예진 분)의 매력에 빠져들었을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비사교적이고 B급 정서를 가진 어떤 여자가 강여리 같은 외모와 성격일 가능성은 하늘에 별따기보다 힘들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비사교적인 어두운 정서의 여주인공이 왠만한 밝은 정서의 사교적인 여자보다 빛나는 존재였고 이것은 남자 관객들의 판타지를 만족시켜줬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확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짜임새있게 만든 연출은 좋았다.

 

네버엔딩 스토리(2011)  

  

이야기의 출발이 시한부 인생이다. 남녀 주인공은 아직 사랑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시한부 선고를 계기로 만난 남녀 주인공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가 신선한 요소일 것이다.

현실이라면 매우 슬프고 침울한 이야기인데 그것을 영화적으로 한번 비틀어 밝고 화사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점은 국내 관객 취향을 고려할 때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화사하게 이끌어간 점이 전체적으로 두리뭉실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영화 속 거의 모든 인물들이 밝고 화사하고 순수하니까 엄청난 충격에 맞딱뜨린 두 남녀 주인공의 현실 체념 극복의 결과 밝고 화사해짐이 돋보이지 않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좀더 다채로운 변화를 겪고 매력적인 영웅으로 상승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알콩달콩 만들어지는 것은 흥미로왔지만 그것의 매력이나 강도가 다소 밋밋해보였다. 좀더 관객이 쉽게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일어나야 흥미진진할텐데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너무 평이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점이 아쉬웠다. 좀더 확연하게 사건 분위기의 전환,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했어야 재밌었을 것 같다.

너무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건넌다는 느낌이었다. 다리가 무너질테면 무너져라 우리는 즐겁게 뛰놀며 또는 다리 난간을 외줄타듯이 건너갈테니... 라는 느낌이 없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영상 연출이 너무 평이하고 원칙대로 한 느낌이 들었다. 현란하고 세련된 것을 바란 것이 아니라 현재보다는 좀더 정도만을 걷지 않는 그런 영상 연출이었으면 좀더 좋았을 것이다. (카메라 시점, 움직임, 장면의 길이, 언제 장면을 끝내고 넘기는가, 라는 관점에서)

그렇지만 솔직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주인공 오송경(정려원 분)의 질병은 남주인공 강동주(엄태웅 분)과는 달리 치료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관객에게 알려주었을 때 이 영화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초반에 벌한테 쫓길 때 벌침 맞고 두 사람의 병이 낳는다는 가벼운 로맨틱 코메디가 아닐까 걱정했었다 --;). 강동주가 수술을 거부하고 병원을 박차고나와 오송경을 찾아가서 만나는 장면에서는 짠하는 감동을 느꼈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2012년 3월 27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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