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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오직 그대만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1. 6. 23:17



전체적인 느낌과 감성이 좋았다. 영화의 이야기, 감수성, 분위기, 캐릭터, 배경 등이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다. 다소 과하게 감상적인 이런 러브스토리를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으면 좋았지 해롭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전문가, 평단, 매니아들이 이 영화를 그리 높은 평점을 주지 않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대개 그분들은 영화적인 완성도, 예술성, 작품성 등등의 관점에서 별 3개+반쪽 정도 줄 것 같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납득할만한 아카데믹한 영화적 미약함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오히려 영화의 핵심 매력으로 들어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두 주인공 캐릭터다.

쉽게 말해서, 영화의 이야기, 영상미, 예술성, 작품성... 이런 것을 분석적으로 살펴보지 않는 대다수의 보통 관객 입장에서, 여자 관객은 남자주인공 철민(소지섭 분)을, 남자 관객은 여자주인공 정화(한효주 분)을 푹빠져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는 뜻이다.

내가 그렇게 감상했다는 뜻이 아니라 이 영화의 장점은 두 주연 캐릭터에 있는데 그것이 여느 영화에 비해서 월등히 강력해보였다는 뜻이다. 순수하고 감상적이고 신파적이고 서정적인 최근 한국형 러브스토리 영화를 보고 싶다면 딱 이 영화일 것이다.

그렇다고 두 주인공 외에 다른 영화적인 요소들이 나빴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송일곤 감독의 '꽃섬', '거미숲'을 좋게 봤었기 때문에 이 감독의 영화 스타일(취향)을 좋아하는 관객중 한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을 몇가지 든다면(내 취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야기적으로 현대적인 새로움이 없었다는 점(그러나 전체적인 간결성은 좋았다. 영화가 끝났을 때 '60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 그리고 몇 가지 작위적인 요소, 현대인에게 좀더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선택하지 못한 점 등이 있겠다.

여주인공 정화의 직장 상사가 너무 뻔하고 흔한 악인 성격이였던 것 같다. 오히려 아주 현실적인 평범한 성격의 직장 상사가 진심으로 정화에게 관심이 많았는데, 오히려 그의 누나들이 따로 만나서 떠나달라고 말하는 설정이거나, 또는, 철민은 전과가 있기 때문에 정화의 직장 상사의 악행을 단순히 신파적인 주먹질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면서 직장 상사를 제압하는데 그 와중에 본의아니게 직장 상사를 크게 다치게하고 철민은 경찰서에 끌려가고... 이런 이야기가 좀더 현실적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철민이 과거의 악행에 대한 업보로 이해할 수 있긴하지만 태국까지 가서 생사를 건 격투기 시합을 치르고 돌아왔는데 일당들에게 칼부림을 당해서 불구가 된다는 이야기가 다소 지나친 비약이고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 이어온 러브스토리의 분위기와 뭔가모르게 부조화처럼 느껴졌다. 또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액션느와르스럽게('올드보이' 비쥬얼로) 보여주니까 그때까지 쌓여진 러브스토리의 감정이 식어버리는 단점도 있었다.

또한, 철민이 죽음의 경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관객이 감정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끔 이야기가 고조되지 않고 서둘러 태국으로 이동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화의 눈 수술 비용을 체육관 코치나 관장이 어떻게든 마련할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여담이지만, 조금 중요한 행동을 할 것 같은 관장이 어느순간부터 등장하지 않는 것도 다소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한국형 러브스토리로서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만족하면서 감상했던 영화였다. 영상 땟갈도 좋고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여운이 있어서 좋았다. 위에 적어봤던 내용들은 한 예에 불과하지만 조금만 더 현대적인 감수성에 신경썼더라면, 지금도 나쁘지 않았지만 좀더 깊고 아련하고 애뜻하고 뭉클한 러브스토리를 만들었을 것 같다는 내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들었다.


2012년 1월 6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