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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요술(2010)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5. 23. 22:00




어떤 영화일까? '꽃보다 남자'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 구혜선이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서 찾아서 봤다. 최근에는 또 다른 장편 영화가 개봉을 대기하고 있고, 3D로 단편영화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가히 국내 여류 감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를 직접 만드는, 또한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여배우 출신 여류 감독은 이전에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이는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이 초국가 초문화 초시간 무한경쟁시대에는 나이가 적은 사람이 주체가 되건 많은 사람이 주체가 되건 현대인은 그저 자신의 짧은 순간을 매료시키는 콘텐츠를 불나방처럼 쫓아다닐 뿐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향후에도 배우, 감독, 그림, 음악을 계속 창작할 것 같은 분위기인데 그 작품들에 관심이 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단 '요술' 영화는 저예산인 티가 나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는 충분히 갖췄다. 그냥 막무가내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 그 시대 유행에 기대서 흥행을 노린 작품도 아니다. 예술 영화에 속하지만 그렇게 파격적이거나 예술적이지는 않다. 당연히 상업영화도 아니게 보였다. 서사적인 측면에서 보통 관객이 한번 봐서는 잘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안한 서사가 아닌 다소 실험적인 서사를 사용하여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국내 전체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유익한 작업일 것이다. 물론 투자자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테지만 말이다.


영화적인 완성도는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풋풋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노련하지 않고 기교적이지 않고 영리하게 요술을 부리는 영상은 아니었다. 그 수수하고 풋풋한 영상미와 세계관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수많은 관객을 감흥시키는 영화는 대개 노련하고 영리한 요술을 부리는 마법사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구혜선 감독이 영화를 좀더 만들면서 어떤 성장을 이룰지는 속단하지 이르다. 대개 감독들의 초기작 느낌이 후기 작품까지 알게모르게 영향을 주는 것처럼 그녀의 이러한 느낌의 영화를 계속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그런 길을 걸어간 인물이 기존에 없었다는 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심리적이고 잔잔한 풋풋함의 영화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여러 관점에서 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편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중을 의식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가벼운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철없는 사람의 댓글일 뿐이다.


영상미적으로 다소 아쉬웠던 점은 원래 정적인 영상이라서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비슷한 느낌의 샷 또는 프레임이 많았다. 제작 여건 때문이었겠지만 달리나 스태디캠을 쓰지 않은 것도 아쉬웠다.


그리고 가장 아쉬웠던 점은 어떤 장면이 시작될 때 인물이 들어오는 (무대에 등장하는) 것을 빼고는 많지도 않은 인물들이 거의 제자리에 대사를 하고 조금 움직인다(인물이 이동하는 장면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실내에서 인물들의 대사가 오고가는 장면을 말한다) 즉, 대화 중간에 몸을 일으켜 이동하면서(일종의 분위기 전환, 두 인물의 심정 변화) 대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정적인 영화가 된 것 같다. 인물의 표정과 대사에 촛점을 맞춘 나머지 인물의 이동성(분리와 접근)은 간과한 것 같다.


아무튼 쉬운 길이 아닌 길을 걷고 있는 (함께 사는 반려견은 네 발로 걷고) 구혜선 감독 겸 배우 겸 작곡가 겸 화가의 다음 작품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계속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속에 뭔가 독특한 느낌이 괜찮게 느껴진다.



2012년 5월 2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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