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우리, 사랑일까요 (A Lot Like Love, 2005)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5. 26. 21:36



며칠 전 TV 오락프로에 나온 출연자가 이 영화에서 사막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그런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찾아서 봤다. 두 연인들이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겪는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상상하며 봤는데 그것은 전혀 아니었다. 사막을 잠깐 질주하고 별이 빛나는 달밤에 두 연인들이 꼭 껴안고 누드 사진을 찍는 장면이 나오지만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 전체적으로는 LA에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꼬리의 꼬리를 무는 연애질 영화였다. 다만, 사막 누드 장면은 두 연인들에게 의미있는 찐한 장면이었다.


전체적으로 재밌게 봤다. 2005년에 나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로맨틱 드라마였다. 이야기가 오밀조밀 짜임새도 있고 맞물리고 링크되는(복선 같은 것) 맛도 있었다. 총 6년 6개월 정도 기간 동안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연애질 이야기다. 요즘 시대에는 좀처럼 미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끈끈한 연애이기도 하다. 물론 미국 젊은이들이 모두 가볍게 사랑하고 쿨하게 맺고 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문뜩 느껴지길 그랬었는데 이 영화에서의 연인들은 느끼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게 끈질긴 연애를 마치 불교의 인연처럼 엮어간다. 그리고 여운을 남기며 끝난다. 끝 장면이 상투적이지 않은 것도 맘에 들었다.


두 연인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맛깔나고 좋았다. 모든 연인들이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며 연애질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젊은 느낌의 지루하지 않은 현대식 로코에서의 대사는 이런 식으로 주고받아야 관객이 지루해하지 않는 것 같다. 첫 만남에 속하는 비행기 화장실 장면이 한국 사람 정서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몸의 사랑이 아닌 마음의 또는 영혼의 사랑을 찾을 때는 심사숙고한다는 관점의 이야기에는 많은 국내 대중들도 공감할 것 같다.


사실 미국 사람들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격정적으로 동물적으로 파격적으로 연애질을 하며 살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적인 설정이고 과장에 속한다. 대부분은 한국 사람이 연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를 좀 먹은 필자의 세대와 요즘 10대, 20대의 연애질 사고방식은 겉으로 보기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다르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마음 속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사랑을 찾을려고 노력하고 심사숙고한다는 점에서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 만들어졌다. 대사발도 좋고, 영상미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형적으로 헐리우드 로코의 패턴이 진하게 보여서 식상스러운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패턴을 살짝 부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예는 남주 올리버(애쉬튼 커처 분)가 벤처 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해서 곧 부자가 되서 연인을 사로잡을 것 같은 흔한 로코 패턴의 느낌을 관객에게 주지만 바로 이어서 사업을 접는 장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금의환향하는 정복자 남주도 없고, 궁전으로 모셔지는 캔디나 신데렐라 여주도 없다. 두 연인들이 마음속으로 직감적으로 영혼적으로 원하는 반쪽을 찾아가는 6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재밌고 유쾌하게 표현했다. 예술적인 구석은 없고 당연히 명작도 아니지만, 짜임새 있게 잘 만든 괜찮은 로맨틱 드라마였다.



2012년 5월 26일 김곧글(Kim Godgul)


 


'영화감상글(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차 (2012)  (0) 2012.06.09
은교 (2012)  (0) 2012.06.02
요술(2010)  (0) 2012.05.23
샐러리맨 초한지 (TV드라마, 2012)  (0) 2012.05.19
하울링(2012)  (0) 2012.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