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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화차 (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6. 9. 00:27




영화를 다 보고 제목이 '화차(火車)'인 이유가 얼핏 떠오르지 않았는데 영어 제목이 'Helpless'라는 것을 알고 바로 생각났다. 사고가 나서 차에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고 차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사람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근처에 있던 대부분의 보통 현대인은 달려가서 그를 구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놓고 고민을 한다. 행여나 차가 폭발해서 자신이 큰 변을 당할 수도 있다고 본능적으로 자기보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불이 붙은 차에 갇혀 스스로 빠져나올 수 없는 처지의 사람이 이 영화의 여주인공 차경선(김민희 분)이다.



망망대해를 항해중인 어떤 유람선에서 고양이가 생쥐를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생쥐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고양이는 생쥐의 뺨을 몇 대 후려치고는 그 자리를 유유히 떠났다. 생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미 내적으로는 치명상을 입고 멘붕상태가 되었다. 멘붕 생쥐는 다른 생쥐를 유인해서 고양이에게 데려갔다. 고양이는 데려온 생쥐를 잡아먹고 멘붕 생쥐를 또 풀어줬다. 멘붕 생쥐는 그 일은 반복했고 유람선 내에 있는 모든 쥐란 쥐는 고양이의 먹이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멘붕 생쥐도 고양이의 먹이감이 되었다. 며칠 후, 유람선은 갑작스런 천재지변을 만나 침몰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쥐들이 재난의 징후를 감지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선원들이 알아채고 대처했다면 충분히 침몰을 피할 수도 있는 재난이었는데, 유람선에는 단 한 마리의 쥐도 남아있지 않아서 큰 참변을 면하지 못했다.


비유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영화 '화차'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멘붕 생쥐는 이 영화에서 차경선이다. 고양이는 사채업자이고 현대 문명의 법과 제도의 울타리 속에 살아숨쉬는 어두운 측면을 상징한다. 다른 생쥐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선원과 승객들은 현대문명의 양면성을 이성적으로 인지하고 있고 적어도 자기보호 정도는 할 수 있는 중상류계층 사람들이다. 그리고 유람선은 현대 문명이다. 즉, 현대 문명의 어두운 측면을 당장 자신과 직접 상관이 없다고 외면하면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현대 문명 자체가 침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화차에서 현대 문명이 차경선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을 외면한 결과 아무런 연관도 잘못도 없는 생면부지의 평범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범죄자에게 죄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 범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현대 문명의 어두운 측면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제대로 만든 미스테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면 위에 보이는 줄거리는 단순하고 직선적이지만 수면 아래로는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들이 복층으로 연결되어있다. 게다가 그것을 표현하는 영상미도 이야기 몸둥아리에 꼭 맞는 맞춤양복처럼 정교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 더불어 굳이 영상미 스타일의 지류를 따져본다면 - 변영주 감독의 이전 작품과는 별도로 화차만을 놓고 봤을 때 -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유럽, 헐리우드라기 보다는 미드를 느낄 수 있었다. 두세 명의 인물들이 실내나 좁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카메라 시점과 컷트들에서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었고, 겉으로 얼핏 보기에 심플하고 단선적인 이야기 전개지만 그 속에는 복잡미묘한 이야기가 깔려있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듬성듬성하게 생략해서 관객이 좀더 적극적으로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서사 방식 등이 그렇다.



첫장면부터 오묘한 흡인력이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에 맺힌 물방울 너머로 서서히 얼굴을 들어내는 차경선, 허밍을 하고 있지만 무표정이고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분위기가 난다. 옆에서 운전하는 장문호(이선균 분)와 몇 마디를 나눈 후에 그가 "진짜라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어?"라고 웃으며 묻자, 차경선은 채념한 듯한 어조로 맥없이 "믿어." 라고 대답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를 좀 본다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믿음'이 어긋나는 사건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속으로 빠져들 준비를 한다.


놀라운 점은 섬세한 촬영이 돋보였는데 차경선이 어딘지 모르게 과하지 않은 음산한 느낌의 표정, 그리고 휴게소에서 커피를 사러 달려가는 장문호를 차안에서 바라보는 차경선의 얼굴이 빽미러로 보여지는데(그 다음에 핸드폰을 받는 장면도 같은 구도의 컷) 오묘하게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화면 좌측 절반에 빽미러를 사선방향으로 잡아 불편한 느낌을 주고 차경선의 눈매도 덩달아 대각선으로 향해서 매섭게 느껴지고 화면 우측 절반을 차지하는 배경에는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일반인과 멀어져가는 장문호가 보여져서 두 피사체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데 결과적으로 비일상적으로 왜곡된 심리적 느낌을 전달한다. 게다가 빽미러 속의 배경을 블랙으로 처리해서 오묘하게 음산한 분위기를 더 완전하게 만들었다. 관객은 이 컷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뭔가 범상치 않은 사연이 있는 여자인 것 같아'라고 느끼게 되며 향후 전개될 이야기에 가닥을 잡고 빠져들게 된다.



장문호가 사라진 차경선을 찾으러 화장실에 갔을 때도 스스로 나비 형상이 있는 머리핀을 우연히 발견해서 줍지 않는다. 먼저 어떤 여자아이가 발견해서 주우려는 것을 그 아이 엄마가 말리고 가버리는 것을 보게된 장문호가 머리핀을 줍는다. 픽션인지 알고 보지만 순간적으로 설득력 있고 흡인력 있게 감상되는 좋은 장면이다.



홀로 방안에 있을 때 장문호의 첫번째 회상 장면은 차경선과 함께 침대에서 달콤한 속삭임을 나누다가 그가 결혼하자고 얘기하며 평범하고 일상적인 결혼생활을 상상해서 달달하게 표현해주며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차경선의 반응은 무표정과 미소가 반복되다가 마지막에 이 영화의 섬세한 맛을 재확인시켜주는 대사를 읍조린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컷은 현재로 돌아오고 카메라 시점은 장문호의 무거운 어깨를 남겨두고 서서히 등뒤로 빠진다. 장문호는 그때 그 말이 혹시 개인파산(앞 장면에서 친구 이동우한테서 내용을 들음)과 관련이 있었나 고민에 빠진 것이고 다음 장면과 설득력있게 연결된다. 다음 장면은 그가 차경선의 회사에 찾아가는 장면이다.


더불어 차경선이 장문호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인 행복의 결혼설계에 의심스러워하는 투로 말한 까닭은 이전까지의 삶이 결코 평탄치않았고 오랜만에 찾아온 안락한 행복이 진짜로 자신에게 올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장문호가 거듭 재확인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뒷부분에 차경선의 불행한 과거 장면과 연결되기도 하는 좋은 대사다.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다음 장면으로 연결해줄 뿐만아니라 더 먼 곳의 장면과 연결되기도 한다. 잘 만든 영화의 특징 중에 하나일 것이다.



논리적으로 궁금증을 풀어가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회상장면이 나오고 또한 현재 그 공간에 마치 차경선이 있는 것 같은 - 장문호 또는 김종근(조성하 분)이 상상하는 - 착시 장면이 자칫 이성적인 추리력에 의존하는 탐정게임에만 빠질 수 있는 이야기를 인물의 심리적인 측면을 적절하게 가미해서 재미의 범위와 깊이감을 확장했다고 보여진다. 이런 영상미 테크닉은 미드(대표적으로 CSI)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그것을 한국 영화에 잘 소화했다.


김종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도 예술영화가 아닌 장르영화의 교과서를 따라 관객의 관심을 끌면서 소개된다. 왜 그가 차경선의 뒤를 캐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 몇 장면으로 알려준다. 차경선의 실종에 관해서 (단순 가출로 치부하는) 진짜 경찰이 나서지는 않을테고 그렇다고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원장이 혼자서 조사해나갈 수 있는 정도로 낮은 심도의 이야기가 아니므로 전직 형사 출신 김종근이 등장했을 것이다.



자신을 공작나비에 비유하는 차경선은 비록 현재는 볼품없는 수준의 애벌레지만 언젠가는 화려한 날개를 펄럭일 수 있는 나비가 되어 넓은 세상을 날아다닐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힘겨운 나날을 살아갔을 것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니지만 이것은 차경선이 비록 엽기적인 살인을 저질렀지만 본래 인격은 '싸이코패스'는 아니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기도 한다. 그녀가 그토록 반인격적으로 변해버린 것은 현대사회의 (어떤 면에선 선사시대부터 건재했을) 어두운 측면인 맹독성 사채업자에게 물려 그 독소가 온몸에 퍼졌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우회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 같다.



원작이 그랬을테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 마치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 원형으로 선회를 하듯이 어떤 궁금증이 우회적으로 해결되고 또 다른 궁금증을 제시하고 또 다시 우회적으로 해결해가는데 그 전개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는데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심리적인 측면의 추측과 회상이 중간중간에 나와서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 단지 어떤 내용인지만을 알아가는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차경선이라는 인물을 심리적인 측면을 포함하여 다각도로 알아가는 재미가 관객을 매혹시켰던 것 같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마치 여러 마리의 뱀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는데 그 몸뚱이를 바로 따라가는게 아니라 그 주변으로 빠졌다가 들어왔다가 하면서 결말로 향해서 재밌었다는 얘기다.



미장센에 신경쓰며 섬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아직 강선영이 확실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하는 시점에서 어떤 낚시터에 뜬금없이 커다란 여행용 가방이 물거품을 내뿜으며 떠오른다. (이 장면은 장문호가 꿈을 꾼 것인지 아닌지 관객이 의문을 품도록 의도적으로 표현했는데 후반부에 김종근의 친구 형사가 이 가방에 관한 보고서를 보여주며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아무튼 이 가방이 떠오를 때 빠르게 나비가 화면의 좌에서 우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런데 공작나비는 적색계통인 것 같은데 이 나비는 짙은 노란색 계열이다. 혹시 초반에 차경선의 머리핀에 붙어있는 나비를 가리키기 때문에 실제 공작나비의 색깔과는 무관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나비는 머리핀과 공작나비가 언급되었는데 둘 다 동일하게 차경선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으므로 빠르게 지나가는 이 나비는 비록 붉은 빛깔의 진짜 공작나비는 아닐지라도 이 영화에서는 차경선을 가리키는 나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그 가방과 차경선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암시하듯이 섬세하게 미장센을 한 것이다. 굳이 이 장면에 나비를 넣지 않아도 관객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때문에 중요성이 크지는 않지만, 나비를 넣으므로써 이야기의 심도와 상징의 측면에서의 예술성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나비는 후반에 차경선이 강선영을 범행하는 한적한 고급 주택을 원경으로 보여줄 때도 나타난다. 나비는 마치 카메라를 이끌고 그 주택으로 들어간다. 그 주택의 실내에서도 의도적으로 미장센을 잘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분명히 대낮이고 커튼으로 실외의 햇볕을 모두 차단했는데 온통 사방이 붉은 빛깔이다. 혹시 어떤 관객은 그냥 집안에 붉은 빛깔 나는 커튼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붉은 커튼은 아니었다. 어떻게 알 수 있냐면 붉은 커튼이었다면 창문이 없는 벽의 아래부분까지 붉어야하는데 그 부분은 그냥 빛이 없어서 검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즉, 창밖에서 인위적으로 붉은색 조명을 비춰서 미장센을 한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인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배경은 아주 잠깐 의식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이유는 차경선의 무시무시한 반인륜적 모습이 관객의 시선을 끌어잡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실내 분위기, 차경선의 반이성 광기, 그리고 바닥의 핏덩이에 빠져 팔딱거리며 죽어가는 나비만으로 (실제 범행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영리한 연출을 하며) 충분히 관객을 전율시킨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여기서 차경선은 자신의 양쪽 뺨을 스스로 때리는데 그것은 이전에 역전에서 사채업자 조폭에게 싸다구를 맞은 것을(이 글의 맨 위에 고양이가 생쥐의 뺨을 때린 것은 이것을 가리킴) 자신에게 상기시키며 자신의 반인륜적 광기를 누그러뜨리고 자신의 범죄를 현대사회에 대한 정당방위 또는 합리화시키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범행의 끝부분에 나비가 죽어가는 장면은 차경선이 꿈꾸던 번데기가 언젠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세상을 날아갈 수 있다는 그녀의 희망적인 꿈이 완전히 좌절됐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조금 앞 장면에서 김종근이 장문호 집에 찾아와서 컵라면을 끓여먹으면서도 굳이 계란 후라이를 먹을 필요는 없는데 그것을 장면에 넣은 이유는 캐찹 때문이다. 계란 후라이 위에 붉은 빛깔(피와 닮은 색)의 캐찹을 뿌리는 컷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며 김종근은 증거는 아직 없지만 직업적인 경험에 따른 직감으로 차경선이 살인자라고 단정하는 노골적인 얘기를 한다. "사람 죽이는 인간들을 네가 몰라서 그래..." 장문호는 증거도 없이 단정하지 말라며 침을 튀기며 버럭 화를 낸다. 캐찹과 같은 색깔의 코피도 흘린다. (조금 앞 장면에서 장문호의 실수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던 강아지가 죽는다) 이런 여러 요소들은 두 사람이 차후에 알아내게 될 차경선의 실체를 간접적으로 가리키는 소재들이다. 이렇게 만든 것이 좋은 이유는 이런 식으로 표현한 작품일수록 관객은 무의식적으로 깊은 감흥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술영화 목적이 아닌 장르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감독 지망생이 현대 한국 영화 중에서 참고할 만한 괜찮은 영화가 없겠냐고 묻는다면 딱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장르영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깐느 영화제에 가는 것과는 무관하겠지만 영화 관객과 소통하며 흥미진진한 재미를 제공해줄 수 있는 - 연출자나 시나리오 작가가 참고하면 좋을 - 장르영화적인 영상미학적 전략과 전술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거처가 오리무중인 차경선을 어떻게 체포하느냐에 포인트가 맞춰져있다. 그것은 차경선이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과 맞물려 있다. 이것은 차경선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완전히 김종근이 라면을 먹으면서 말했듯이 보통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관객에게 확인시켜준다.


작가가 차경선을 경찰에 체포되게 만들지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차경선이라는 인물이 비록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지만, 자신의 죄가 얼마나 반인륜적인 중죄인지 분별할 수 없을 정도의 싸이코패스는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준다. 싸이코패스라면 감정을 관장하는 전두엽의 뇌세포가 거의 활동을 멈췄기 때문에 자신의 범행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 한다. 그래서 자살에 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그냥 경찰에게 순순히 체포되는 쪽을 선택한다. 작가는 본질이 악하지 않았던 차경선이 악하게 변질된 이유 중에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측면의 독소도 없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여담으로, 사소한 옥의 티를 적어봤다. 영화를 감상하는데 그다지 문제가 될 정도의 옥의 티는 아니다. 그냥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초반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장문호가 커피를 사러가자마다 차경선이 핸드폰을 받는데 차경선 같이 사연이 있는 인물이라면 무의식적으로 액정판을 확인하고 받을텐데 걸려온 전화를 그냥 받는다. 차경선은 액정판을 확인하고 받지만, 관객은 액정판을 못 보는 컷이라야 옥의 티가 아닐 것이다.


오프닝 자막에 '각본/감독 변영주'라고 써져있는데 각색이 정확한 용어일 것이다. 몇초 앞 화면에서 '원작 미아베 미유키'라고 명시했기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지만 말이다.


장문호가 강선영의 고향인 제천에 찾아갔는데 초등학교 동창 남자가 시비를 걸어왔는데 자신도 현재 자신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인데 그 억눌려진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길었다고 느껴졌다. 옥의 티는 아니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워낙에 간결하고 추리를 요구하며 장면과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 장면은 심리묘사로는 좋았지만 길이가 껄끄러울 정도로 길었던 것 같다. 지금의 절반 정도 길이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원작이 좋은 작품이었고, 주조연들, 감독, 미술, 촬영... 수준 높게 잘 만든 장르영화였다. 요즘의 내 취향은 너무 이런 쪽의 영화, 소설, 만화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지만 이런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라면 기꺼히 감상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다.



2012년 6월 9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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