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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7. 28. 00:50





불과 몇 분만에 여주인공 정인(임수정 분)의 특징으로 내숭을 보여준다. 방금 전에 전화통화로 엄마한테 한국말로 줄줄히 속사포처럼 쏟아내더니 우연히 마주친 한국 남자의 호의에 비록 한국인이지만 '여기(일본)에 있는 동안 일본어만 쓰겠다고 결심해서...'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러한 가벼운 내숭은 연애 때 여성의 특징이기도 하다.


정인이라는 여자의 특징은 평소에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캐릭터의 특징만이 아니라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하는 주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인간의 뇌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말, 여자는 언어를 관장하는 부위가 남자보다 발달했고, 남자는 운동, 공간을 관장하는 부위가 여자보다 발달했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여자와 남자가 이 분류에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보편적으로 신빙성 있게 들린다. 그렇지만 반드시는 아니다. 여자도 레이싱걸이 아니라 전문 카레이서가 있고 남자도 말을 잘해서 궁전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가 사회에서 승승장구하려면 말을 잘해야하기 때문에 남자들의 언어영역도 전쟁을 자주 해야하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만한 진화가 이뤄졌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남자나 여자나 말이 최종병기일 것이다.



그런 말 중에서 정인의 말은 부부생활 속에서의 투덜거림, 잔소리, 바가지에 속한다. 정말 수많은 책을 섭렵한 문학소녀가 연애와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날 쯤에 조금 불만적인 관점을 품는다면 딱히 뱉어낼 곳(글쓰기, 토론, 대담, 대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없다면 곁에 있는 유일한 사람, 남편에게 사사건건 속사포의 잔소리를 쏟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인이 쏟아내는 속사포에는 기존의 주말 가정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전업주부의 잔소리와는 조금 차별된다고 볼 수 있다. 마냥 일상적인 불만만이 아니다. 막상 정인 면전에서 속사포 잔소리의 쨉을 맞고 있는 남편이라면 제정신으로 말을 음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인의 말을 한발짝 떨어져서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 말이 비논리적이거나 불합리하지는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볼 수도 없다는 얘기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분석해보고 비판해보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생각 있는 관객들은 정인을 마냥 외면하고 혀를 내두를 수 만은 없다.


어떤 여자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평소 자신이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한다고 주변으로부터 핀잔을 듣는 편인데 위로를 받아 용기를 내서 자신의 말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평도 해보지 않고 계속 쏟아내는 성격을 지속한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제시하는 주제의식을 잘못 이해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같은 속사포 수다라도 말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정인은 자신의 속을 몰라주는 남편에 대한 불만을 다른 일상에 대한 잔소리로 풀어내고 있었다. 즉, 남편과 연애 때의 감정을 어느 정도 유지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그것을 알아봐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불만의 잔소리였다는 메시지다.


굳이 따지자면 남자주인공들 이두현(이선균 분), 장성기(류승룡)는 단순하고 평범하고 보편적인 캐릭터에 속한다. 반면, 정인은 속을 다층적으로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여자들의 관점에서 여자의 감성을 어루만져주는 영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남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저렇게 예쁜 여자와 결혼했는데 이혼을 생각할 수 있지? 조금 잔소리가 심하기는 하지만 다른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과연 저 여자의 실체는 어떠할까? 그리고 과연 저 여자는 카사노바에게 넘어갈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러한 생각을 하며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물론 모든 남자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즉, 남자 관객의 입장에서도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요소를 넣은 로맨틱 코메디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재밌었던 것은 아니고, 세 명의 주인공이 (비록 몇몇 장면은 비상식적으로 과장되고 희화되었지만) 각자 나름대로 현실적이고 매력이 있고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는 재미가 솔솔했다. 이야기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캐릭터에 감정이입해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얘기다.



원래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포함되어 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은연중에 이런 점도 말하고 있는 셈이 되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갖춘 선수가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치명적인 매력의 유혹전문 작업녀가 평범한 남자를, 치명적인 매력의 유혹전문 작업남이 보편적인 여자를 작정하고 달려들면 거의 성공한다는 얘기가 된다. 개인의 행복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현시대의 분위기는 이것에 좋은 조명을 뿌려준다. 더불어 보편적인 교훈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비록 한순간 흔들렸더라도 내면의 깊이가 존재하는 사람이라면(정인) 현실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방어하고 지키는 것을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이성적일 수도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연애와 삶에 대한 메시지는 부부에게 전달하는 측면에 강한데, 특히 남편에게 말하고 있다. "부인이 골치아픈 수다와 바가지를 긁는 이유는 퇴근하는 남편이 부인과 연애할 때의 애정을 밖에다 버리고 집에는 하나도 안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남자들은 이렇게 투덜댈 것이다. "밖에서 이래저래 일하느라 피곤한데 집에 와서는 부인에게 연애할 때처럼 녹여줘야 하다니... 연애할 때는 정말 온 정신을 쏟아부어서 했으니까 그렇지, 지금은 집에서 편하게 오손도손 사는데 어떻게 연애할 때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봤던 드라마, 영화, 다큐를 통해서 알고 있는 흔한 내용이지 필자의 사생활은 아니다.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실제는 어떤지 상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부 클릭닉 상담사들이 말해주듯이 이 영화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재밌는 영화를 끝낸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남편이나 부인이나 똑같이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김없이 "4주 후에 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듣게 될 겁니다" ^^;



2012년 7월 28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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