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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미국에서 흥행한 이유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9. 16. 00:18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한국 예술인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2012년 여름, 다른 때보다 느낌이 남다르다. 김기덕 감독과 싸이는 서로 많이 다른 스타일이지만, 공통점도 있는데 그것은 서브(sub)에서 주류를 강타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인지력만으로 따진다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감상한 세계인의 수가 김기덕 감독이 지금까지 만든 여러 편의 영화를 감상한 세계인의 수를 마치 새발의 피처럼 월등히 앞지르고도 남는다. 그러나 여기서 수치적 데이터만으로 누가 더 '갑'이냐를 따지지는 않기로 한다. 그런 것은 다른 곳에서 많이 하거나 할테니까 말이다. 

  

우선 필자는 대중음악 전문가는 아니다. 90년대 초반에는 미국 락음악을 많이 감상했었지만 그 외는 그저 또래들처럼 종종 대중음악을 들으며 지냈다.


미국에서 MTV가 출범한 1990년대 초반, 뮤직비디오에 새로운 경향 또는 혁신이 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1990~1995년 쯤에 나온 MTV에 방영됐던 락음악 뮤직비디오는 거의 다 봤을 것이다.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았던 그 시절에 홍대 가는 길에 '백스테이지'라는 음악카페(주로 MTV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게 전부다)에서 몇 시간이고 죽돌이처럼 뮤직비디오만 봤던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 봤던 뮤비는 거의 미국의 서브(sub) 문화였다. '얼터너티브 락' 장르는 확실히 미국의 서브 문화가 주류문화로 융합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떤 문화 칼럼에서 본 것 같은데, 주류 문화라는 연못을 한바탕 휘젖는 것은 - 이때 연못은 새롭게 재편되는 장점이 있다. 즉 영양소가 골고루 퍼진다 - 주류 문화에서 태어난 어떤 것이라기 보다는 서브 문화 또는 그 분야와는 동떨어진 분야에서 탄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충격이 큰 것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경향은 오랜 숙련이 요구되는 클래식, 무용, 과학 같은 분야보다는 대중문화에서 많이 그렇다. 드라마, 소설, 영화, 대중가요, 만화, 애니메이션 등등...  


적잖은 세월에 걸쳐 음악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는 싸이의 음악은 스타일 면에서 주류라기 보다는 서브 라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한 것 같다. 무릇 주류라고 한다면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두루 좋아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는데, 싸이는 젊은층의 어떤 취향의 사람들이 광적으로 열광하는 뮤지션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서브 스타일 쯤 될 것이다.


이번 '강남 스타일' 뮤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사람 남녀노소가 처음에 강남 스타일을 보자마자 한결같이 "딱 내 스타일이다. 역시 싸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요거 약간 위험한 듯, 아닌 듯 아슬아슬 하다. 그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싸이의 서브적이면서 주류적인 느낌이 동시에 들어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쉽게 말해서, 어떤 서브 뮤지션들도 싸이 같은 느낌을 내기 힘들 것이고, 어떤 주류 뮤지션들도 싸이 같은 느낌을 내기 힘들 거란 얘기다. 서브와 주류의 교집합에서의 그 어떤 지점의 스타일이라는 관점에 말이다.

  

아무튼,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비가 유튜브라는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으로 미국을 기점으로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고, 전문가들이 많이 분석해서 발표했을 것이다. 몇몇 글을 읽어보기는 했는데 거기에 없는 것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강남 스타일'이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는 말춤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보여진다. 왜 그렇게 많은 유명인들이 싸이의 말춤에 관심을 가졌을까? 단지 동물을 애호하는 미국 사회적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인들에게 말(horse)의 의미는 한국으로 치면 농촌의 황소(cow)와 같다.


미국의 역사에서 서부개척시대는 매우 중요한데 그 시기에 말이 없었다면 넓은 땅덩이에서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인에게 집단 무의식적으로 말이란, 자신의 발과 다름없다라고 생각한다. 유독 미국인들이 자신의 자동차에 애정을 많이 갖고, 사회적 신분을 표시한다느니 하는 것도 말에서 연장되는 무의식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미국인에게 말이란 우리 나라 사람이 생각하는 말보다 훨씬 신성시되거나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인간과 말의 사랑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이 헐리우드에서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만 봐도 그것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애마부인 시리즈 최근에 본격 드라마 장르에서는 임수정이 주연했던 '각설탕'이 있는데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크게 흥행하지 못한 이유에는 한국 사람에게는 말이 소보다 그렇게 깊은 의미로 숙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재밌게 쉽게 흥겹게 누구나 출 수 있는 말춤, 미국인(서구문명 포함)에게 신선한 즐거움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강남 스타일 뮤비는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상징주의'적인 측면도 내포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서 돈키호테가 시대를 넘나들며 지식층에서 사랑받는 이유가 상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처럼 강남 스타일 뮤비에서 싸이의 몸짓과 말춤이 어떤 상징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싸이의 말춤에서 말 고삐를 잡는 것처럼 양손목을 교차시키는 것이 있다. 진짜 말을 탈 때 그렇게 교차시키면 불편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것은 어떤 미국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수갑이 채워진 모습'을 재밌게 상징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나쁜 의미로서가 아니라, 제임스 딘이 기존사회에 반항하는 의미의 눈빛, 몸짓으로 수많은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어떤 감동을 준 것처럼, 그런 의미로서의 반항을 해서 기존사회의 관점에서 수갑이 채워지는 일종의 반항에 대한 훈장같은 (전장에 나가서 싸우다가 생긴 상처자국을 자랑하는 영화의 장면처럼)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의미는 기존의 보수사회의 관점에서 수갑이 채워질 정도로 안 좋게 인식되더라도 나는(어떤 미국인은) 즐겁게 세상을 춤추듯이 살아간다는 반항적인 영웅을 표현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수많은 팝스타들은 대부분 그 시대 기존 보수사회의 관점에서는 반항아, 말썽꾸리기 이미지였다.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열광하는 팝스타는 대부분 기존 사회의 칭찬을 받는 이미지가 아니라 어느 정도 반항하는 이미지가 존재한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 더 도스, 엘비스 프레슬리, 너바나, 펄잼, 비스티 보이스, 에미넴, 마돈나, ... 물론, 대부분은 보수사회에 안착하는 스타들이 많은 편이다. 다만, 미국문화(영국문화 포함)에서 반항이미지 스타들이 적지 않고, 그들의 생명력은 제법 길게 가는 편이다.


서브 문화, 주류 문화, 반항 이미지, 모범생 이미지 등등이 골고루 활성화되는 문화는 건강하게 오래도록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 이유는 수많은 인간의 삶과 역사가 그렇게 온전하게 지속되지도 않았고 그렇게 혹독하게만 지속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판타지 동화 작품이 사랑 받으면 받을수록, 어떤 구석에서는 섬뜩하고 칙칙한 공포를 찾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것들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문화가 나름 건강한 문화 환경인 것 같다. 한번도 감기에 걸려보지 않은 사람은 어느 순간 가벼운 감기에 걸려서도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 같다.


  

마지막 분석으로, 싸이의 말춤이 전체적으로, 이것은 19금에 해당하는 글이다. 이 블로그에 10대 초반이 읽을 일은 없는 것 같으니 그냥 적겠다. - 그 말춤의 몸짓과 제스쳐가 남녀간의 성행위를 유머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로 노골적이지 않게, 말(horse)이라는 미국인이 신성시 하는 동물을 빌려와서 흥겹게 재밌게 표현한 것에 심리적으로 열광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19금 내용을 표현할 때 매우 직설적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거나(미국 뮤비를 보면 대부분 그런 편이다) 또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매우 코메디적으로 유치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헐리우드판 성인용 코메디 장르를 보면 공감할 것이다), 싸이의 말춤은 미국인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표현이였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스타일인데, 그들에게는 신선했을 것이다. 한국 문학에서 심각한 것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미국인에게 통한 것으로 보여진다.

  


강남 스타일은 결코 고급스럽거나 미학적으로 뛰어나거나 우아하지는 않다. 가볍고, 싼티나고, 천박한 느낌도 난다. 그러나 그것이 싸이의 작품성이고, 그의 서브적인 특징일 것이다.


한국의 대중예술이 모두 싸이의 스타일을 추종해서 미국에서 성공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 전 세계적으로 큰 족적을 남기고 싶다면 싸이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많은 한국 뮤지션이 어렸을 때 흠모했던 마이클 잭슨, 마돈나 스타일도 아닐 것이다. 물론 그 스타들을 좋아했던 미국인 그리고 세계인이 전혀 생뚱맞은 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든, 운도 따라야 하고, 하늘의 뜻이기도 하니, 자신의 작품성을 성장시켜나가는데 고민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 물리학에서 말하는 '암흑물질' 같은 돈의 힘이 인간의 삶을 숨어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예술인이 자신의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글에서는 김기덕 감독에 관해서 써볼까 한다.



2012년 9월 16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