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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빅뱅의 Fantastic Baby 뮤비 - INSPIRED BY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3. 29. 21:32



개인적인 느낌으로 인상적인 뮤직비디오였다. 노래의 가사와 뮤비의 비주얼 컨셉이 긴밀하게 연결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떤 공통적인 컨셉(세계관)의 컷들로 구성한 것 같다. 어떤 작품 한가지만으로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 과거 여러 명작 만화,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 분위기를 장면과 캐릭터에 그루밍(grooming)했다고 볼수 있겠다.

뮤비에 전체적으로 흐르는 비주얼 컨셉은 '핵전쟁 이후의 세계(Post-Nuclear World)'라고 보여진다(표지판에는 음악감상을 금지하는 강령에 대항하는 군중들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다소 유희적인 요소일 뿐이다). 그 혼돈의 시대에 각자 다른 지역의 사연 있는 영웅들이 질서를 잡기위해 모인다는 뜻인 것 같다. 마침내 뮤비의 끝부분에는 평화를 찾아 모두 다함께 흥겨운 춤을 춘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은 국내에서는 흔히 사용하지는 않는 비주얼 컨셉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이유는 해외 시장, 세부적으로는 미국, 유럽의 K-Pop 팬을 의식하여 제작했기 때문이다.

SF장르는 미국에서 크게 발전했고 일본, 유럽에 수많은 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타지가 대세라지만 그렇더라도 서구문화권에서 SF장르가 여전히 탄탄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SF장르의 여러 하위분류 중에서 굵직한 카테고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SF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여기에 속하는 영화로는 '터미네이터 시리즈', 멜 깁슨 배우의 출세작 '매드 맥스 시리즈', 원숭이들의 '혹성탈출 시리즈' 등등 찾아보면 꽤 많은 영화와 소설이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80년대에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서구문화권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미래소년 코난'이 있다(원안은 이탈리아 작가의 단편). 그리고 폭력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지하시장에서만 유통되었던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Akira, 영화는 1988년)'가 있다. 본래 만화로 출판되어 한 획을 긋는 전설이 되었고 대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공각기동대가 그랬듯이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야기는 1989년에 일본 도쿄에 핵폭탄이 터치고 2019년 그 자리에 재건된 네오-도쿄의 혼란스런 문명사회에서 오토바이 폭주족이 세상을 구한다는 액션물이다.

Fantastic Baby 뮤비에는 '아키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비주얼들이 있다. 그 다음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은 테리 길리엄 감독의 '12 몽키즈'쯤 될 것이고, 국내에서도 괜찮게 인기를 끌었던 '폴아웃(Fallout)' 게임도 포함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핵전쟁 이후의 세계관을 비주얼 컨셉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한 작품에서만 영감 받은 것이 아니라, 이 장르만의 공통적인 특징적인 요소를 비주얼 컨셉에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 예로, '아키라'에는 핵겨울 소재가 없지만 이 뮤비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핵겨울은 Post-Nuclear 장르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다. 그 외에 이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는 소재로는, 핵겨울이 지난 황폐해진 황무지, 지하에 은둔해서 거주하는 생존자들, 방사능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장비(예, 방독면), 곳곳에 현대문명의 잔해가 널브러져있는 환경, 생필품으로써 그 잔해물을 재활용해서 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아래 그림은 영감 받은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다소 주관적인 생각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재밌게 참고하는 정도면 좋을 것이다.

......


언젠가 예능프로에서 YG 양현석 대표 개인 직무실에 거대한 태권V(또는 마징가Z) 피큐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기억난다. 아마도 만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다양한 만화, 애니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어 뮤비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K-Pop이 지금처럼 프랑스와 남미에서 인기를 끌기 이전에 일본 망가(Manga)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있었다(지금도 그렇다). K-Pop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원인 중에 하나로서 이런 의외의 요소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비슷한 정서의 유교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재밌는 망가를 보며 자란 프랑스, 남미 젊은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망가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그 정서적 공백을 같은 유교문화권의 활기찬 K-Pop이 메꿔준 것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즉, 만화에서 영감을 얻어 K-Pop 뮤비에 사용하는 것은 세계 시장을 생각할 때 나름 괜찮은 전략일 것이다. 요즘은 영화도 만화 원작이 많은 시대이니까 말이다.

여담이지만, 봉준호 감독이 촬영에 들어갔다고 하는 프랑스 만화 원작 '설국열차'도 지금까지 소개한 Post Nuclear SF 장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가 꽁꽁 얼었고(핵겨울) 오직 질주함으로써 열에너지를 만들어 사람들이 동사하지 않을 수 있는 열차 내에서의 이야기이니까 말이다. 상영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기대되는 영화다.


2012년 3월 2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