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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KPOP 댄스 속의 현대 전위 무용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6. 29. 22:05




무용이라는 분야에는 문외한이지만 백남준 아티스트의 전위적으로 현란한 영상 작품을 볼 때 종종 등장하는 중년 남자 무용수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얼마 전 최근에 제작된 백남준 아티스트의 다큐를 봤는데 그와 많은 협업을 했던 전위 무용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에 대한 소개도 나왔었다. 내 입장에서 잘은 모르지만 무용 분야에게는 아주 유명한 분인 것 같다.


머스 커닝햄이 만든 전위 무용을 보면 - 20년에서 30년 전의 작품은 그 당시에는 말그대로 전위적이었지만 지금 시대 사람들이 보면 그럭저럭 독특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 최근에 국내 걸그룹이 KPOP을 부르면서 췄던 댄스에서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연관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상체를 뻣뻣히 세우고 적게 움직이면서 팔과 손으로 박자를 쪼개듯이 끊어서 휘젓는 동작, 손목과 손끝을 의도적으로 섬세하게 동작하는 것, 팔과 발 동작이 많은 편인데 음악의 박자와 딱딱 일치하지는 않게 하는 것 등이 그렇다. 똑같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느낌이 닮았다는 얘기다.


단순히 닮았다는 뜻이 아니라 아래 소개된 걸그룹의 댄스의 동작과 움직임의 관점에서 그 원형(prototype), 뼈대(wireframe)를 머스 커닝햄의 전위 무용에서 알게모르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아마도 내 생각에 이 걸그룹들의 안무가가 현대 무용을 잘 알고 있고 당연히 '머스 커닝햄'도 알고 있을 것이고 이 분의 현대적인, 진보적인, 독창적인 전위 무용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를 구성했을 것 같다. 또는 그냥 현대 무용의 요소를 걸그룹 댄스에 일부분 적용했을 뿐인데, 워낙에 머스 커닝햄의 지대한 영향에 의해서 오늘 날의 현대 무용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의 흔적이 없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꼭 그래서 그렇지는 않지만 처음 이 걸그룹들의 안무를 봤을 때 어딘지 모르게 기존의 수많은 걸그룹의 댄스와는 차별되게 보였다. 뭔가 고급스러움, 세련됨... 심지어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건 대중음악인데 너무 고급서러운 것은 아닐까? 요즘 어린 팬들이 따라서 춤추기 어렵겠는걸?" 물론 잘 따라하는 팬들은 어떤 댄스든지 완벽히 소화하기는 한다. 현대 가요는 따라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듣기 위해서인 요소가 많듯이, 현대 가요 댄스도 따라하기위해서가 아니라 눈으로 감상하기 위해서인 요소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댄스를 쉽지 않게 안무한 것도 이해는 간다.



아무튼 머스 커닝햄의 시대를 앞서가는 전위 무용이 KPOP이라는 대중 음악에도 영향을 끼쳐서 어떤 세련됨을 가미한 것 같다. 내 느낌에는 그렇게 느껴졌는데, 백문이 불여일견,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여러 명의 걸그룹 멤버들이 그 좁은 무대 공간에서 쉴새없이 복잡미묘하게 정교하게 이동하고 몸동작하면서 5분 정도의 인체 동작 기승전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KPOP 걸그룹의 댄스에 관한 심도있는 연구도 - 어떤 똑똑한 화성인이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 재밌고 유용할 것 같다.



2012년 6월 29일 김곧글(Kim Godgul)




머스 커닝햄의 전위 무용, 비디오는 백남준 아티스트 작품



필자의 느낌에 아래 두 걸그룹의 댄스에서 머스 커닝햄의 원형(prototype)을 느낄 수 있다.



Wonder Girls - Be My Baby




Miss A - Tou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