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시절인연(北京遇上西雅圖, Seeking Mr.Right,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 26. 13:13

'시절인연'의 한 장면

  

중국에서 나름 흥행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고, 가볍고 활동적인 인물을 연기한 탕웨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해서 관심을 갖고 봤다.


스토리만을 따진다면 요즘 국내 젊은 관객들의 취향과 다소 거리가 멀다. 남주인공 프랭크(오수파 분)도 국내 드라마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력남 스타일이 아니다. 전직은 중국에서 잘나갔던 의사였지만 현재는 미국 시애틀에서 불법 콜택시 기사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청렴결백한 조선시대 선비 같은 스타일이다. 게다가 애 딸린 이혼남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자상하고 가정적이고 학식있어 보이니까 현실적으로 이런 남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자들도 없지 않을 테지만 아무튼 국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다소 고리타분하고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물로서 그다지 환영받는 인물상은 아니다.

  

여주인공 쟈쟈(탕웨이(汤唯, Tang Wei) 분)은 밝고 가볍고 충동적이고 즉흥적이고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20대 젊은여인이다. 여담이지만, '쟈쟈' 라는 이름이 마치 한국어의 동음이의어에 기인하여 'Let's go to bed together!'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켜서 정겨운 느낌이 든다. 쟈쟈는 중국 북경에서 여성 패션 잡지사에서 일했었고, 부호 유부남을 만나 애를 뱃는데 그런 상태에서는 병원에서 애를 낳을 수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를 받는 것 같다) 미국 시애틀로 날라와서 일종의 부득이한 원정출산을 한다. 영화의 초반에 쟈쟈는 활동적이고 당차지만 철없고 미성숙한 사회적 인격으로 나오는데 프랭크를 만나고 일련의 사건 사고를 겪으면서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게 되고 자신에게 좋은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는 여인으로 성장한다. 종반에 가서는 다소 짠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영화 초반에는 과연 이 영화가 재미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땡기지 않았다. 가볍고 활동적인 탕웨이를 보는 신선한 맛과 개인적으로 그냥 동경하고 가보고 싶은 도시 중에 하나인 시애틀이 배경이라는 것 때문에 계속 감상할 수 있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어느 정도 몰입이 되어서 감상했고 종반은 나름 느낌이 괜찮았고 여운을 주는 매력도 없지 않았다. 헐리우드 로맨틱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연락을 안 했던 연인들의 재회를 이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했을까? 나름 아이디어로 긴장감을 조성했고 잔잔하지만 짠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동안 사랑 받았던 헐리우드 또는 영국의 극소수 명작 로맨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잠시 접어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나름 괜찮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탕웨이의 본래 성격이 국내 영화 '만추'의 '애나'처럼 심각하거나 우울한 편은 아니고, 잘 웃는 편이고 즐겁게 지내는 편이라는 기사를 읽어본 것 같은데 어쩌면 이 영화에서 '쟈쟈'의 성격이 평소 탕웨이 본래 성격과 닮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측면에서 2011년 작 '스피드 엔젤'에서 '샤오이'도 탕웨이의 본래 성격과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많은 탕웨이 팬들은 그녀가 역사물이나 근대사물 영화에서 강렬한 존재감의 빛을 발하는 여인을 연기하는 모습을 기대할텐데 개인적으로는 탕웨이가 이 영화 정도의 현대물 로맨틱 코메디 또는 드라마에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자마자 차기작에 대한 갈증이 깊어진다.

  

  

2014년 1월 26일 김곧글(Kim Godgul)  

  

  

관련글: 만추(Late Autumn,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