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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2010년대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5. 14. 18:35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인터넷이 널리 보급된 세상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럼 2000년대와 2010년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직 2010년대는 절반이나 남아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 유튜브가 널리 퍼진 것도 큰 영향력을 끼쳤지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바로, 중국 소비 시장의 팽창이다.

  

중국이 발전하고 있고 해외에 개방되어 있고 한국사람도 많이 가서 사업을 하다가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하는 얘기는 최근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있어온 일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끼친 영향력의 관점에서이다. 즉,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을 2000년대라고 볼 수 있고, 또 한번의 큰 변화가 2010년대라고 볼 수 있다. 먼 미래에 돌이켜보면 그렇게 보여질 것 같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에 두루 널리 보급되었는데 2010년대에 들어와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중국의 여러 지역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더불어 인터넷 전용선이 널리 보급되었고 그에 따라 한국의 텔레비전 동영상 콘텐츠를 거의 국내와 시간차 없이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최근에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도 거의 같은 시기에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시간차가 있었다. 한국의 드라마가 중국에 퍼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제는 인터넷 전용선이 널리 보급되면서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면 기껏해야 며칠 차이가 날 뿐이다. 마치 미국의 미드를 한국에서 며칠 후면 자막이 떠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된 경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런 현상으로 어떤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하는 한국의 기업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마련되겠지만 특별히 스타 연예인에 관하여 말하자면 간단히 말해서, 이전에는 국내에서 아무리 큰 스타급이라고 하더라도 수익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헐리우드 스타와 비교가 되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다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소비시장의 규모, 즉, 수요층 인구가 미국은 거의 5억 + (전 세계 일부)이고 한국은 5천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에는 한국에서 성공한 연예인도 헐리우드 스타 못지 않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비록 탄탄하지는 않더라도) 만들어진 셈이 되었다. 그 이유는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중이고 그곳에 인터넷 전용선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중국의 중산층이며 소비층이 한국의 텔레비전 동영상 콘텐츠를 거의 실시간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영향도 있고 동영상 관련 다양한 무료 유료 서비스를 하는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모든 동영상을 조금만 노력하면 지구상 어떤 유명한 대도시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의 중산층까지 조금만 노력하면 한국에서 제작된 동영상 콘텐츠를 거의 동시간대에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요즘 보면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이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을 접하고 중국 시장에 대해 다양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려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그건 그렇고, 좀더 넓은 의미에서 요즘 한국 사회를 살펴보면, 한국사람의 보편적인 의식, 사고방식이 어떤 방향으로 전환되어 흐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고 서서히 일어난 것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쉽게 말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사람이 선망하는 외국은 미국 또는 일본 또는 기타 조용한 선진국(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이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상향을 이들 국가에서 찾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국가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하게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따라가게 되기도 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문화 콘텐츠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사람이 많아지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여진다. 즉, 한국사람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이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중국인의 민간 근본 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을 (본래 조선시대를 통해서 오래동안 뼈속까지 배어있던 사고방식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70, 80년대 청춘들이 선망했던 미국의 히피문화적인 자유주의 사상은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있다고 한다면 미드 매니아거나, 실리콘벨리의 젊은 기업 문화를 선망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중장년층들도 자신이 젊었을 때의 패기와 달리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갈증에 허우적대거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가야하는 상태이고 이에 따른 고단함을 위로해주는 것을 유교적인 사상 속에서 찾는 편인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노장 사장, 불교도 영향이 있지만 말이다.

  

한국사람의 보편적인 의식이 유교적으로 짙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일단, 사극 장르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청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텔레비전에서 사극이 방영되지 않는 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극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과거에 비하면 한풀 꺾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극에 매료되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은 유교적인 사상을 무의식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사극의 주인공도 과거에는 사회를 개혁하거나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인물이었던데 반하여 현대에는 다소 점잖은 매너남들이고 사회를 개혁하는 것과는 많이 상관없고 자신에게 주워진 권력을 잘 유지하거나 개인의 삶 또는 사랑에 관해 고민하는 인물들이 많은 것 같다.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사회를 개혁하는 이야기는 현재 중국의 권력층이 싫어할 이야기이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도 영리하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드라마 작가들은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중국에서의 성공을 어느 정도 목표의 일부로 삼고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유교적인 경향으로 기울고 있다는 예에 관하여 다른 것을 말하자면, 공중파 방송에서 가수들의 노래, 안무, 의상에 관하여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그 시대에 어떤 성향의 정권이 집권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한다. 아무튼 현재에 방송국에서 가위를 당당하게 휘두르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수많은 현대 한국인들이 이것에 대해 크게 반기를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도 유교적으로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한국 가수들의 가사, 안무, 퍼포먼스 등은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면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현대 중국과 비교하면 조금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 관련 고위층에 있는 인사들의 의식이 점점 중국사람의 사고방식에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커다란 의미에서 볼 때, 90년대까지 강했던 미국적인 사고방식이 점점 힘을 잃고 반대로 중국적인 유교주의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완전히 조선시대로 복귀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지난 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바람에 따라 대중예술의 전략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참고될 만하다는 것이지 이래야 성공한다 저래야 성공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편적으로 흐르는 문화예술, 즉, 현재의 한국 문화예술이 다소 유교적인 것에서 탈피해서 미국 또는 서구적으로 가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교적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 같고 그런 것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대중예술작품을 만들면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것을 너무 의식하면 고리타분한, 선동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담겨있는 의미도 좋고 충분히 잘 만들어졌는데 감흥이 없는 작품말이다. 모든 예술작품의 기본은 그 속에 담긴 인간 본연의 무엇을 다뤄야한다는 점일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다른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하기도 하다. 비록 비주류라도 기꺼히 즐기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비주류로서 혈기왕성해지는 방법은 무엇인가? 언제나 그랬듯이 예술가 자신의 탐구과제일 것이다. 

  

  

한편, 미국의 서부지방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과 달리 중국인은 역사적으로 보나 최근으로 보나 유럽의 문화도 널리 수용하고 있는 편이다. 이것은 또한 정치적으로 세계 최강 미국에 대한 경쟁심리도 한몫했다고 볼 수있다. 즉, 중국인의 미국을 견제하는 심리가 유럽문화를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을 약화시켰다는 얘기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가 유럽문화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용하고 개량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진 것 같다. 앞으로 대중문화 콘텐츠의 기본이 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바라며 기존에는 미국 또는 일본의 소설, 만화, 드라마, 영화를 참고로 살펴본 것에 반하여 유럽의 소설, 영화, 만화를 살펴봐야할 필요성도 생겼다는 얘기다.  

  

  

요즘 중국의 인터넷 기업이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보다 늦게 불이 붙었지만 워낙에 내수시장이 컸기 때문에 세계적인 규모로 클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은 이상하게 국제적으로 성공하는데는 버거워하고 있다. 중국에서 제작된 게임도 크게 성공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제작된 대중문화작품이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서 한국, 일본의 작품은 찾아보기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최근 게임 분야가 어느 정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희망적인 것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것은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에 영국, 아일랜드, 호주 등의 아티스트들이 미국의 대중문화 시장에 종종 굵직한 족적을 남기듯이 한국의 어떤 대중문화 컨텐츠나 예술가가 중국의 대중문화 속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는 일은 지속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유교문화권이고, 다른 유교문화권 아시아 국가들의 문화상품과 비교해서 월등히 양질이고 세련되어있고 게다가 많은 아시아 보통 사람들이 선망하는 미국적인 것을 잘 소화한 동양적인 작품의 본보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5월 1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