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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2014년 깐느, 전도연, 소피아 코폴라, 송혜교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5. 25. 09:29

cannes


올해 깐느 영화제는 웬지 국내 매스컴이 전달하는 내용에 생기가 돋는 것 같다. 비록 경쟁작 목록에 국내영화는 없지만 (영화의 가치는 성적순이 아니다) 비경쟁작에 포함된 국내영화를 비롯하여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전도연 배우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또한 비록 국내영화는 아니지만 국내에도 팬들이 많은 중국의 대표적인 오우삼 감독의 신작 '태평륜'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송혜교가 참석해서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그 외에도 배두나, 김성령, 김새론 여배우가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개인적으로 먼 옛날 전도연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그냥 본 것 뿐이다. 필자가 한창 파릇한 청춘이었을 때 압구정역 근처 유명한 제과점에서 잠깐 알바를 했었을 때 전도연과 언니가 같이 와서 빵을 구입했다. 직접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1미터 앞에서 본 것 같다. 다른 알바생과 짧게 대화하는 것을 봤는데 소탈하고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그 특유의 미소와 웃음을 평상시에도 누구에게나 표현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그때가 1990년대 중후반이었으니까 꽤 오래전이다. 아무튼 전도연 하면 그때의 짧은 기억이 떠오른다.



그건 그렇고, 올해 깐느 영화제에서 촬영된 전도연의 사진 옆에 서있던 사람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외국의 여류감독으로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를 만든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과 올해 깐느 영화제에서 전도연 옆에 서 있었던 이 사람이 떠오른다.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Lost in Translation, 국내 제목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마리 앙투와네트(Marie Antoinette)'를 만든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다.

  

약간의 오바(over)를 하면서 우연성에 광택을 내는 언급을 하자면, 며칠 전에 그러니까 깐느 영화제가 열리기 전에 영화 '그녀(Her, 2014)'를 봤었다. 스파이크 존스 감독에게도 이런 감수성의 재능이 있는 줄 알아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중적이거나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었다. 관객의 선입견에 따라 정말 시간낭비 영화로 느껴질 수도 있고, 더 깊고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은유까지 내포한 작품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이 영화 '그녀'에는 '스칼렛요한슨'이 목소리만으로 출연해서 관객을 매료시키는데, 기사를 검색하면 읽을 수 있는 캐스팅 비화 말고 흥미로운 연결성이 존재한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얘기다. 

  

스파이크 존스 감독과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한때 부부였었다. 두 사람의 이혼 후, 소피아가 느낀 삶에 대한 아쉬움과 공허감과 인생무상 같은 것을 비교적 보편적인 감성으로 소박하게 그려낸 작품이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2003)'이고 그 이야기는 소피아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들어간 픽션이라고 볼 수 있다. (극중 뮤비 촬영감독으로 스파이크 존스에 해당하는 남배우가 짧게 등장한다. 참고로 이 남배우는 나중에 영화 '아바타'에서 광산회사 총책임자를 연기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영화에는 스칼렛요한슨이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는데 소피아 감독 자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최근에 소피아의 전 남편 스파이크 존스가 만든 영화 '그녀(Her)'에서 남주인공 '호아킨 피닉스'가 인공지능(또는 은밀하게 고용된 인터넷 채팅녀)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는 비록 목소리로만 출연하지만 스칼렛요한슨이다. 아무튼 의도적이든 아니든 오묘한 우연 또는 인연의 연결이 아닐 수 없다. 마치 MBC의 '서프라이즈' 프로에 나와도 괜찮을 실제 이야기이다. 만약 스파이크 존스와 소피아 코폴라가 재결합을 한다면 한 편의 로맨틱 영화가 더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것과 별도로 좀더 멀리 돌아서 연결되는 것이 있는데, 송혜교의 이전 작 '일대종사'를 만든 왕가위 감독은 소피아 코폴라가 언젠가 시상식에서 자신이 영향받은 감독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존경하는 감독이었다. 누가봐도 소피아의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은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의 영상미학을 이어받았다. 즉, 올해 깐느 영화제에 참석한 송혜교와 소피아가 왕가위 감독을 통해서 서로 연결되어진다.   

  

마침 인터넷으로 송혜교의 출연작 '러브 포 세일(2010)'을 구할 수 있어서 봤는데 송혜교의 외설적이고 퇴패적인 그러나 고혹적인 노티 걸(naughty girl)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옛날도 아닌데 요즘 시대에는 몇 년 조차 옛날로 치부되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기에, 먼 옛날, 이 블로그에 송혜교의 '황진이'에 관한 감상글을 적었을 때 황진이의 섹시한 여성미를 보여주는 장면이 없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었는데, 혹시 그런 느낌의 연기를 못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러브 포 세일'을 보고나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있지만 안 한 것이었다. 아무튼 송혜교도 매혹적인 여자의 연기도 잘 소화하는 배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에 '라네즈' 라는 화장품 회사의 CF에 송혜교의 컷들을 보고 그녀만의 색깔이 들어간 섹시미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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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