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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일대일(One on One,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1. 19:58


  

내용상으로 집중하고 있는 인물은 그림자 조직의 리더(마동석 분)이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오현(김영민 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 1979)'에서 내용상으로 집중하고 있는 인물은 커츠 대령(마론 블란도 분)이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윌라드 대위(마틴 쉰 분)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주제와 내용은 매우 선동적이고 자극적이고 무겁지만 그것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영화적인 테크닉, 조직의 대원들 각자의 회상씬(또는 과거 설명씬)에서 각자의 입장에서 악인을 동일하게 김영민 배우가 연기한 기교가 나름 인상적이고 좋았다. 자본과 규모에 의존하지 않고 영화적 표현력을 창의적으로 살린 점은 충분히 칭찬받을 만하다. 



내용적으로 확실히 요즘 시대 사람들이 좋아할 만 하지는 않아보이고 어떤이들은 매우 불편해하거나 거북스러워할 할 것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이 시기에 상영되었다면 (거의 상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테지만) 매우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그 시대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이런 사회와 권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때에도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현재보다는 훨씬 많이 관람했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전달하려는 주제와 메시지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겠는데 현시대의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보면, 너무 노골적으로 겉으로 들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관람객 개인에게 주는 영화적인 오락성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마치 현대의 수많은 대중예술 작품들이 특히 젊은작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작품들이(예를 들면 웹툰)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매우 단순 흥미 위주로 보여지는 것처럼, 반대적 입장에서 영화 일대일은 젊은층에게 너무 주제와 메시지 위주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져서 그 주제와 메시지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관객조차도 영화를 즐겁게 감상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예술작품이든지 시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또는 관심받는) 이유는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 주제, 담고 있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비중이 높은 핵심은 누가 뭐래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그 작품을 감상해도 그 어떤 아름다움의 향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대일 영화가 아름답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름다움이란 개인적 편견과 주관과 가치관과 가방끈과 역사 사회 문화적 배경에 영향을 받아 수없이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어쨌튼 일대일 영화가 현시대 수많은 한국사람들에게 영화적 재미를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김기덕 감독이 이렇게 저렇게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진정한 예술가의 발현이다. 아마도 현재 활동하는 영화감독들 중에 임권택 감독 다음으로 다작을 하고 있는 감독일 것이다. 예술가는 정말 할수만 있다면 계속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흥행이 안 되서 다소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서 현시대 트렌드와 어느 정도 동행을 해도 상관없고 또는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해도 상관없고 아무튼 육체의 노화로 인하여 더이상 작업할 수 없는 날이 오기 전까지 계속 작품을 선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이 있는데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그렇지만 하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 세상의 수많은 일이 어느 정도 그런 것 같고 예술가의 작품 또한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2014년 6월 1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