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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인간중독(Obsessed,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3. 12:04


  

머리로 이해하는 영화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장르라는 관점에서는, 비록 현대적인 세련미보다는 지난 시대의 감수성의 영상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강렬함와 신선함은 부족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았기에 만족할 수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의 장점은 무난하고 담백한 내용, 안정적인 연출과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 신선한 신인 여배우의 매력,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결과만을 따지고 보면 이런 이야기는 정말 익숙하다. 그래서 잘못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명성도 있는 중산층 이상의 가장이 어느날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사랑 속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서 마치 그의 인생에서 한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매우 강렬하고 진한 사랑을 경험하고 환희에 차지만 그것은 일장춘몽, 그 천금 같은 대가로 자신의 사회적인 모든 것을 잃게 되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남자. 이 영화의 김진평(송승헌 분) 교육대장이 그렇다.

  


비록 담백하고 쉬운 이야기지만 그것을 구분해서 굳이 완성도를 구분하자면 초반이 인상적이었고 중후반에는 좀더 깊이 또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아서 아쉬웠고 결말에는 나름 찡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 감성은 요즘 시대 젊은이들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종류가 아니고 아마도 90년대 이하 시대에 젊은시절을 감수성 있게 보낸 관객들 중에서 일부 느낄 수 있는 감성일 것이다. 

  


그렇게 빼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나름 괜찮게 균형있게 잘 만든 영화인데 다만 요즘 시대 젊은 20대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게 보여진다. 홍보도 많이 되었듯이 비교되는 작품인 이안 감독의 '색계' 보다는 오히려 더 먼 옛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The Lover, 1992)' 같은 느낌이 있다. 비록 '연인'의 줄거리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중독'을 보면서 '연인'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본심을 많이 들어내지 않고 그렇다고 싫은 내색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빠져들지도 않는 여자(제인 마치 분)를 완전히 홀딱 빠져들어서 사랑하는 (탐하는) 어떤 반듯하게 살아온 중년남자(양가위 분) 이야기. 

  


인간중독 영화의 주인공을 단 한 명 뽑자면 두 남녀 중에 남자쪽이다. 김진평은 비교적 내면의 파도와 갈등이 영화에서 표현되었는데, 종가흔(임지연 분)은 약간의 성장사만 표현되었을 뿐 김진평을 향한 애정에 대해서는 거의 단답형 결과만을 보여주고 (김진평의 열정에 대한 대답 정도) 내면의 갈등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때문에 종가흔은 은근히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적인 도도한 여자로 감상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 영화는 내용도 그렇지만 남자관객 취향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영화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 최근의 한국영화로 '은교(2012)'가 있다. 마찬가지로 남자주인공 이적요(박해일 분) 작가의 내적 갈등이 외적으로 잘 표현되었고 한은교(김고은 분)은 천진난만하고 풋풋한 여고생 자체이지 내적으로 심각하게 육체적 사랑 또는 정신적 사랑에 대해서 갈등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적요는 거의 정신적으로만 사랑과 질투를 매우 진하게 하고 파국으로 치달았고, '인간중독'의 김진평은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을 다 해보고 완전히 파국으로 치달았다. 두 영화의 공통점이자 대개 이런 이야기의 공통점은 남자와 달리 여자는 멀쩡하게 현재진행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남자의 인생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비슷한 패턴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많은 남녀에게 서로 조금 다른 입장에서 보편적이고 윤리적인 사회적 교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본의 영향으로 '색계'와 비교하면 공간적인 배경 면에서 대도시와 한적한 별장촌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영상미만으로 보자면 신선하거나 강렬하지 않은 것이 흠이라고 생각할 수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고급스러운 영상미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영화의 내용과 인물에 부합되어 잘 녹아있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많지 않은 인물들이 각자 생생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청춘스타 송승헌 배우의 진지한 연기도 괜찮았고, 임지연 신인 여배우의 연기는 놀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영화가 원하는 분위기를 내는 데는 성공적이어서 (표정 몸짓 행동은 괜찮아서) 영화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특히 조여정 배우의 복고적인 스타일의 색다른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흥행과 무관하게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개인적인 판단이라는 점이 강하지만, 중후반에 좀더 다른 무엇을 제공하지 못 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깨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좀더 상승하든지 좀더 깊이 빠지든지 하는 장면이나 이야기 말이다. 자칫 작위적일 수도 있고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잘 극복하고 어떤 무엇이 좀더 증원되었다면 작품 전체적으로 몇 배는 더 윤택해졌을 것이다.

  

  

2014년 6월 13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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