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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만신(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4. 20:15



무당을 높여서 '만신'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다큐와 드라마가 얼기설기 섞여있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음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보여진다. 이런 방식은 다소 무겁고 지루한 내용을 관객 앞으로 좀더 다가가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인공 김금화 만신(이하 김금화)도 무당이라는 천대받고 멸시받고 대중에게 편안하지 않은 분야를 8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방송에 출연하여 수많은 대중에게 익숙해도록 노력해서 무당의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도록 하는데 보탬이 된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무당이 현대시대에는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의 물결을 타고 수많은 대중들의 일상에 파고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따라 기업화 되고 조직화 되고 다양화되면서 돈과 관련해서 일부 불미스런 일들도 없지 않은데, 이 영화의 주인공 김금화처럼 일생동안 전통적인 무당의 업을 열심히 살아온 분들이 있었기에 아직까지 무당의 인식이 전통문화의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좋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영화는 김금화의 일생을 다큐와 드라마로 충실히 표현했는데 그 어려웠던 수많은 시기를 꿋꿋이 이겨내고 버텨내서 마침내 현시대에는 요즘 말로 무당의 지존으로 인정받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금화의 삶을 전기식으로 짧게 짧게 보여주었는데, 매우 고단했고 힘겨웠고 고통스러웠을 한 많은 세월을 겪어온 것 같다. 물론 그 시대에 어느 누구인들 안 그랬겠냐마는, 김금화는 특별히 무당이라는 직업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수난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게 스스로 무당을 천직이라고 받아들이고 그만두거나 움추러들지 않고 계속 자신의 천직을 열심히 수행했다는 점을 높이 치켜세워줄 만하다.


열일곱에 무당이 되어서 현재까지 무당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것도 매우 열심히 일했다는 것이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무당 하면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대하고 멸시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신념을 무너뜨리지 않고 수많은 세월동안 한결같이 무당의 업을 살아왔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기독교가 오래동안 지배하고 있는 서양문화권을 봐도 각 지역의 토착신앙의 신들이 여전히 그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남아있어서 수많은 예술작품에 살아숨쉬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기독교와 불교가 양분하여 지배하고 있고 미국적인 문화가 일상화되었지만 토속적인 것은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고, 그것을 피하는 경우는 있어도 완강히 거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영화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것이 그렇다. 고사를 지내는 과정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종교관에 따라 절을 안 해도 상관없고, 바쁠 때는 제대로 구색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튼 고사라는 무속신앙의 관습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며 불쾌감을 표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영화는 무당이라는 무속신앙에 대해 심도있게 파고들거나 대중들이 멀리했던 무속신앙을 가깝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만든 내용은 아니다. 편견없이 넓게 보자면, 인간문화제이기도 한 무속인 김금화 개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서 인간사회의 경계선에 있는 직업을 가진 한 인간이 명인으로 인정받기까지의 수많은 세월을 비교적 덤덤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마침 그 인물이 여성이고 고도 성장 시대가 끝나고 안정된 사회에 접어들었고 무한 세계 경쟁 시대를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자칫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남녀 현대인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의지를 주는 보편적인 메시지도 담겨있는 듯하다.   
  
  
2014년 6월 1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