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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9. 15:21



전통적인 의미의 영화감독이라기 보다는 흥행사라는 직함이 더 어울릴 것 같은 'J. J. 에이브럼스(이하 에이브럼스)'는 매우 미국적이고 흔히 헐리우드적인 느낌의 영화를 여러 편 만드는데 다양한 스텝(감독, 제작, 원안...)으로 참여했다. 게다가 홍보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신바람, 호기심 마케팅을 하는 데도 유별난 재주가 있는 듯 하다. 여러 편의 영화들이 반드시는 아니라도 대개 흥행성적도 좋았다. 어쩌면 요즘 시대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의 작품성 보다는 흥행성, 재미, 오락성을 더 많이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를 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 에이브럼스 감독에게 미국의 국민 SF TV 시리즈 '스타트렉(Star Trek)'의 영화판을 맡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영화팬들은 반신반의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첫번째 작품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으로 일부 어두운 우려를 인상적으로 물리쳤다. 미국 젊은이들 취향으로 만들어놓은 새로운 스타트렉이고 일단 흥행에 성공했지만 기존의 보수적인 스타트렉 열혈팬들에게는 뭔가 석연치않았을 텐데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도 여전히 그런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에 흥행하는 헐리우드 스타일 SF 영화들을 보면 대개 이런 느낌이기에 당분간 에이브럼스의 젊은 코믹 스타일과 흥행질주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여담이지만, 어렸을 때 AFKN 이라는 소위 미국방송이 공중파로 있었고 안테나를 잘 맞춰야 볼 수 있었는데, 호기심으로 채널을 돌려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간간히 보였던 드라마가 스타트렉 TV 시리즈였다. 제목과 명성만을 듣고, 또는 영화 스타워즈와 비슷할 수도 있겠거니 기대하고 보면 십중팔구 실망하는 SF 시리즈이다. 비록 머나먼 우주를 항해하며 외계 생명체를 탐색하는 접시모양 우주선이 인상적인 트레이드 마크인 SF 고전 명작이지만, 역동적인 액션, 공포, 강렬함, 신명나는 전투, 이런 것과는 매우 거리가 먼 마치 고리타분한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심심한 이야기 위주의 시리즈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아마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극소수 매니아에게는 아주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에게는 인기가 없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아주 잠깐 한국의 공중파 TV에서도 더빙해서 방영했던 적이 있는데 시청률이 안 나와서 오래 가지 못 했던 것으로 안다. 

  

  

수년 전에 미국에서도 스타트렉 TV 시리즈가 완전히 끝나고 가끔 영화판이 만들어졌었는데 그렇게 대중적으로 흥행하지는 못 했다. 원작의 느낌을 충실히 살려서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현대 젊은이들 취향으로 만든 에이브럼스 감독의 신개념 스타트렉 극장판 시리즈는 흥행적인 면에서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골수 스타트렉 매니아들에게는 탐탁치 않은 반응을 얻었을 지라도 말이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정말 헐리우드적인 이야기 전개이다.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에서 좋아하는 영화 시나리오 패턴을 공부하기에 좋은 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좋은 점은 나름 이야기를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같은 이야기 패턴이라고 해도 (같은 대중영화라고 해도) 수많은 관객들이 빠져들어서 재밌게 흥미롭게 감상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이 에이브럼스에게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내용만을 보면 정말 별거 없고 마치 미국 비디오용 애니메이션(예를 들어, 배트맨, 슈퍼 히어로의 중편 애니들)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상적으로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에이브럼스만의 보일 듯 말듯 한 스타일이 가미되어서인지 그리고 그것이 요즘 젊은 관객들에게 통해서인지 영화는 그럭저럭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밌었다. 물론 당연히 보고나서 깊은 감동이나 여운 같은 것은 없다. 그냥 흥미로운 모험을 즐기거나 지켜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요즘 한국에서도 간간히 헐리우드 영화가 대박을 치는데 대개 이런 스타일의 헐리우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 같다. 다소 만화스럽게 비현실적이고 이야기 자체는 쉽고 뻔하지만 내용의 구성은 탄탄하며 짜임새 있고, 개성있는 인물의 연기는 진지하면서 매력적이고, 영상미는 빼어난 CG의 갑옷을 입고 더할나위없이 뛰어난 액션 모험 장르 헐리우드 영화.  

  


에이브럼스 감독은 확실히 국내에서도 많은 팬들이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 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 영화 같은 스타일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과 문명을 통찰하는 것 같고 강렬하거나 깊거나 아련하거나 여운이 메아리 치는 SF 말이다. 그러나 에이브럼스 감독은 마치 대도시의 수많은 편이시절(고급 커피숍, 명품 패션몰, 이국적인 레스토랑...)을 일체의 거부감도 없이 매우 잘 즐기며 살아가는 젊고 평범한 일반인에 속하는 관객들이 별다른 기대 없이 상영관을 찾아서 그냥 즐겁게 보고 나오는 타입의 영화를 매우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6월 19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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