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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몬스터(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6. 12:05



내용적인 측면에서 감독의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그것이 일반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범위를 벗어난 듯하다. 삶의 부조리를 젊은 감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잔혹하게 때로는 아이러니하게 때로는 냉혹하게 얽혀서 비벼놓는 시도는 괜찮았지만 관객들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너무 비틀어 놓아서 메시지와 감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게다가 감정이입시키는 인물들을 너무 많이 사용한 것일 수도 있다. 내용이 심플하지 않으니까 집중할 인물만이라도 심플하게 1명으로 줄였더라면 훨씬 좋았을 수도 있다. 지금처럼 약간의 소박한 유머가 곳곳에 들어가는 분위기라면 복순(김고은 분)을 단일한 주인공으로 이끌어가는 편이 낫고, 좀더 하드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바꾼다면 태수(이민기 분)를 단일한 주인공으로 이끌어가는 편이 낫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전체적으로 처연하고 아이러니한 삶의 부조리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나름 어울릴 수밖에 없는 파릇파릇 여자 캐릭터 복순의 천진난만한 순진성이라는 유머 또는 밝은색을 가미해서 일종의 블랙코메디 느낌이 있는 잔혹하고 어두운 색깔의 드라마를 색다르게 만들려고 시도했던 것 같다. 어떤 관객은 무시무시한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태수와 향토적으로 순진한 복순이 어떻게 충돌하고 대결해서 결말지어질지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심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담겨진 의미와 메시지는 좀더 의미심장해졌을 수는 있어도 순수하게 영화적인 재미를 즐기는 데는 껄끄러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복순의 관점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복순이 태수로부터 나리를 지켜내는 과정을 비록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 패턴이라도 흥미롭게 펼쳐냈다면 좋았을 것이다. 태수의 불운한 가족사는 그렇게 긴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새롭지도 흥미롭지도 않았다. 게다가 보통 일반관객에게 자칫 연쇄살인마의 수많은 살인행각에 동정심의 측면으로 봐줄 부분도 있다고 제시하는 느낌도 드는데, 인간문명, 법, 인류학 등에 대해서 또는 예술에 대해서 심오하게 다각도로 연구하는 직업에 속한 관객에게는 어느 정도 의도된 대로 소화될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냥 보통 일반관객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껄끄럽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설정일 것이다.


게다가 비록 피가 섞이지도 않았고 남보다 더 나쁜 가족이었다고 하더라도 잔혹하게 가족을 살해하는 인물을 대중영화에서 약간이라도 동정심을 주는 것은 일반관객이 공감할 대중영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컨셉과 장르가 요즘 떠오르는 아트버스터에 속한다면 어느 정도 수용될 수도 있는 부분일 것이다. 아무리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잔혹하게 수많은 사람을 살인하고 도자기로 만들어 기념하는 사이코패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동정심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은 감옥을 방문해서 죄수를 구원하려고 노력하는 수녀님 정도 밖에 없을 것이다.

  

다소 말이 늘어졌는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 많은 관객이 공감하지 않은 이유는 새로운 시도까지는 좋았지만 내용과 보편적인 가치관을 튜닝하는 과정해서 대중적이지 못한 결과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밖에 영상미나 배우들의 연기는 나름 괜찮았다. 이민기 배우는 자신만의 대체 불가능한 연기 노선이 있고, 김고은 배우의 매력은 영화의 흥행과는 무관하게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다소 눈에 띄는 옥의 티가 있는데, 끝부분에 혈육이 난자한 식당 문을 연 전사장이 복순이에게 익상(태수의 형, 김뢰하 분)의 옷에서 핸드폰을 꺼내달라고 요구했을 때, 어린 나리가 핸드폰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데도 복순이 익상의 옷에서 핸드폰을 꺼내서 전사장에게 건네줄 때 아무런 저항도 주저함도 동요도 없었다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나리는 이미 태수의 집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태수에게 핸드폰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말해서 당장 살해당할 수 있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을 정도로 핸드폰의 중요성을 알고있는 영리한 편의 아이였었다.  

  

  

그래도 이 영화의 장점은 내용과 메시지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흥행적인 측면에서 좋지 않았지만 (대중의 공감을 얻는데는 실패했지만) 어쨌튼 시도 자체는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6월 16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