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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22. 12:21



지루하겠지만 같은 것을 될 때까지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반복실행하다보면 언젠가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매우 익숙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볼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원작소설이 일본 작가에 의해 출판되었었고 일본 사회에서 매우 기본적으로 강조되는 사회생활 기본 가치관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날 호전적인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했고 인류에 속하는 주인공은 대개 이런 영화의 영웅이 그렇듯이 비록 처음부터 본인의 의사는 아니었지만 인류를 지켜내는 대업을 이루는데 그 배경과 과정이 독특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심지어 철학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이거나 판타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과학에 속하는 양자역학을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신비주의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비주얼은 매우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치고 신명나게 묵직한 액션을 펼쳐주고 간간히 유머를 넣는 센스도 가미되었기에 보통 젊은 남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감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점이 한국에서 매우 흥행한 이유일 것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오직 노력만으로 큰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세상의 이치이다. 영웅도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져야 출현이 완성되기 마련이고 또한 당시에는 몰랐어도 돌이켜보면 로또 복권보다 더 희박한 확률로 그 영웅에게 천운이 따랐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주인공 '빌 케이지(톰 크루즈 분)'의 경우에도 그냥 전장에서 파리 목숨처럼 죽는 흔한 보병에 불과했는데 아주 희박한 행운으로 외계인의 비밀병기에 속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놈을 죽이게 되고 그 피를 뒤집어쓰면서 '타임루프(Time Loop)'를 경험하는 지구인이 된다.


타임루프,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불행일 수도 있고 행운일 수도 있다. 작가가 이런 설정을 했을 때 그 숨은 의미조차 알고 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지만 나름 세련되게 표현된 교훈적인 메시지이다. 영웅은 자신에게 처한 어떤 불행한 상황을 본인의 의지로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영웅이 될 수 있었다는 고전적인 영웅 서사시의 흔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타임루프가 불행일 수도 있는 이유는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원작소설에서는 묘사되어있듯이 죽어서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그냥 쉽게 죽는 것은 아니고 죽는 순간까지는 보통 사람이 죽을 때의 고통을 그대로 느낀다는 점이다. 결국,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수없이 다양한 죽을만큼의 고통을 이겨내야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타임루프라는 것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다소 혼잡한 이야기 때문일 수도 있고, 톰 크루즈가 원톱을 강조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어쨌튼 영웅의 주변 인물들의 행적은 대폭 생략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원맨쇼를 하면 그냥 동화책이 될 것이다. 영웅의 든든한 조력자역으로 '리타 브라타스키'(에밀리 블런트 분)가 등장해서 거의 투톱에 가까운 존재감을 발휘한다. 에밀리 블런트 배우를 그냥 보통 사진으로 볼 때와 이 영화 속에서 리타를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는 완전히 다르다. 대개 영웅들의 조력자는 노인(과거 시대의 영웅)이 많은데 (영화 '설국열차'에서도 그랬었다) 이 영화에서 리타는 조력자와 연인이 합쳐진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다른 경우이지만 영화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 2008)'에서 주인공 '오스카'와 뱀파이어 '이엘리'의 경우도 비슷한 관계이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톰 크루즈가 아니라 다소 젊은 스타배우가 출연했더라도 이만큼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지는데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정도로 원작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뛰어났고 더그 라이만 감독의 연출도 훌륭했다. 다만, 톰 크루즈가 아니었다면 그저 일본의 무명작가의 싸구려 중편소설 따위에 헐리우드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들여서 이 만큼의 화려하고 묵직한 비주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톰 크루즈 배우의 탁월한 작품 선택과 인지도와 연기력, 더그 라이만 감독의 차별화되고 뛰어난 연출력, 원작 이야기의 빛나는 독창성과 보편적인 재미, 이런 요소들이 이 영화를 거의 명작 수준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추가로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리타를 매우 존재감있게 연기한 에밀리 블런트 배우의 공적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다소 요즘시대 젊은 남자들의 만화적인 취향의 영화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보편적이고 가치있는 영웅 서사시의 위용도 있고 두 남녀 주인공의 활약이 흥미롭고, 영화적인 비주얼도 뛰어나고, 박진감 넘치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다. 어떤 면에서 스토리는 전혀 다르지만 먼 옛날 '터미네이터1편'을 감상할 때 느꼈던 영화적인 재미를 주는 존재감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 6월 22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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