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핑퐁(Ping Pong) TV 애니메이션 - 올해의 애니메이션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1. 17:38





만화는 아직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잡지 못하는 일본만의 독보적인 분야라고 생각된다. 물론 미국, 프랑스도 넓은 시장이 있고 좋은 작품도 많고, 한국 또한 수많은 웹툰이 책을 기피하고 평균 학업 또는 노동 시간이 독보적으로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나날이 그 파이가 거대해지고 있다.   

  

한국 영화의 작품 수준이 헐리우드와 비교해도 제작비에 기인하는 일부 요소들만 제외하고 연출, 내용, 기술, 작품성으로 봤을 때 거의 만만하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때 CG 수준은 헐리우드를 뺨칠 정도였는데 지금은 아무튼 헐리우드 영화들이 터보엔진을 점화해서 나홀로 독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헐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어떤 분야의 발전은 잔잔한 호수의 물결처럼 완만하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시간 동안은 그런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 수면에 돌을 던져서 올라오는 물결의 규모, 즉 고도와 동심원이 이동하는 거리에 비례하여 약진, 도약, 혁신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한데 영화, 만화, 애니가 대개 그렇다. 즉, 어떤 천재적인 아티스트의 출현으로 급속한 발전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가 하면, 아직 완결되지 않았지만 최근에 매주 기대하며 보고 있는 일본의 TV 애니메이션 '핑퐁(Ping Pong)'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쏟아질 정도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획을 긋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잔잔한 호수에 바위가 떨어진 형국이다.

  

애니메이션 계에 아카데미 상이 있다면 올해의 작품상을 받을 만하다. 물론 다른 작품을 다 본 것은 아니어서 다소 주관적인 판가름이지만 워낙에 핑퐁 애니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존재감도 있고 굵직한 이정표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국내, 서구에 수많은 남녀노소 팬들이 있고 어쩌면 동종업계 팬들이 꽤 많을 수도 있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원작만화 '핑퐁'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그것을 한 차원 더 높게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공각기동대' 원작만화도 훌륭했지만 그것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매우 훌륭하게 만든 오시이 마모루 감독에 비견된다. 

  

개인적으로 마츠모토 타이요의 그림체를 매우 좋아하지만 이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예를 들어 '철근 콘크리트(영어 제목 Black & White)'가 미국인들이 어쩌면 일본인보다 더 많이 좋아했는데 내용도 훌륭했지만 그림체가 90년대 그 당시에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대중음악 장르의 그런지(Grunge) 스타일과 일맥상통하는 표현력이 적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마츠모토 타이요의 그림체를 애니메이션에 고스란히 옮겨놓으면서 애니메이션만의 연출, 편집을 정말 뛰어나게 잘 만들었다. 나중에 DVD를 구입해서 소장하고 간간히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재 만화가로 통하지만 핑퐁 애니를 만든 감독도 과연 천재적이라고 생각된다. 

  

그림체, 영상미도 독보적으로 훌륭하지만 인물과 내용 또한 깊은 감동을 준다. 결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감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탁구라는 스포츠가 소재이지만 전문적인 내용은 아주 약간 나오고 국가 또는 단체를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 담겨진 주제는 '타고난 재능이 상위인가 피나는 노력이 상위인가?', 라는 보편적인 인간과 문명의 깊고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고 그것을 지루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잘 표현했다.

  

최근에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닭살이 돋았던 적은 '아키라 25주년(수년 전에 봤던 애니에서 후반부에 추가된 부분이 많아 내용에 있어서 완성도를 갖췄다)'과 이 작품을 보면서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TV 애니메이션은 한두 번 보다가 지쳐서 멈추고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몇 번의 닭살이 느껴졌다. 드물게 인생 철학 같은 뛰어난 문구(대사)도 몇 개 나오는데 작품 속에 녹아있어서 깊게 메아리 울려퍼진다.

  

현재 8회까지 했으니까 아직 몇 편 더 남았을 것이다. 그림체도 아주 맘에 들고 움직임이나 연출 스타일도 매력적이고 오프닝과 엔딩 주제가도 매우 좋고 여러 가지 면에서 개인적으로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챙겨가고 싶은 애니메이션 중에서 톱텐에 든다고 말할 수 있다. 

  

  

2014년 6월 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