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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헤어질 결심 (2022)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 24. 11:17



몇 달 전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처음 봤을 때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박찬욱 감독이 이렇게 로맨스 장르 영화도 잘 만들 줄은 이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드보일드 장르, 잔혹하고 처절한 복수극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명성이 자자한 감독으로 익숙했던 선입견 때문이었을 것이다. 


개봉 전부터 국내에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여배우 ‘탕웨이’가 출연한다는 매스컴의 보도로 관심을 증폭시키기도 했었는데, 개봉 후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박찬욱 감독이 만들어낸 거의 이전까지 다른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었다는 점이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던 로맨스 장르에서 조차 능수능란하고 탁월하게 발휘했던 신선한 영화적 기교 솜씨는 세계적인 명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감독들도 잘 해내지 못한 신선하고 고상하기까지 한 영화적 기교를 잘 사용하여 관객에게 깊은 맛이 느껴지는 신선한 볼거리와 감상을 제공했고,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작품성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고 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마천루 같은 장점만을 언급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작은 단점을 꼽자면, 확실히 로맨스 장르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야기 자체만으로 따지자면 그렇게 로맨틱하지 않다는 점 정도이다. 어쩌면 20세기 이전 세기의 고전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러브스토리가 유행했던 시대에 만들어졌다면 걸작 중에 걸작으로 추앙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기교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대중들의 심금을 울리고 매혹시키기에 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는 여주인공(탕웨이 분)의 매우 특이한(위험한) 사랑 방식(가치관)은 짧은 시간 동안이라면 충분히 매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었겠지만 (즉, 몇 분 짜리 팝음악의 뮤직비디오라면 충분히 몰입될 수도 있었겠지만) 현시대의 평범한 일반 관객이 극영화로 긴 시간 동안 감상하기에는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보였다. 쉽게 말해서, 좀더 애뜻하거나 애절하거나 달콤쌉싸름한 현시대적인 러브스토리를 관객은 기대했을 것이다. 이 작품이 해외 유명 영화제와 국내의 고상한 평단으로부터 매우 추켜세워졌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극장가에서 충분히 흥행하지 않은 이유가 이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문득,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작품을 내놓을지, 또는 그만이 독보적으로 잘 하는 작품의 후속작을 내놓을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3년 1월 2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