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카지노 시즌 1 (Big Bet, Season 1)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 29. 00:12

 

 

사회 통념상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스토리는 아니라서 그런지, 한국의 젊은층이 그렇게 임팩트 있는 재미를 느낀 것 같지는 않다. 의례 있을 법한 강렬한 액션 장면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관객층의 높을 대로 높아진 기대 욕구를 만족시켜줄 정도는 아니었다. 워낙에 요즘 시대 관객층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 같다. 한쪽만 얘기해도 알 것이다. 웬만한 잔혹한 장면은 그저 달고나 같은 간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전에도 말했지만 전 세계 수많은 영화들이 성적인 표현에 대한 제한이 (눈치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 감독이나 제작자라면 스스로 알아서 필터링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높은 장벽이 쌓아지거나 깊은 우물 속으로 빠뜨리고 봉인시키는 한편, 폭력적인 장면은 드넓은 벌판을 활공하며 사냥하는 독수리의 날갯짓처럼 자유롭고 푸른 창공의 뭉게구름처럼 풍성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지노’에서도 잔혹한 장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 1의 에피소드가 총 8편으로 다소 긴 상영 시간에 비하면 극히 드문 편이다. 몇몇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면 당장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밀도 있는 긴박감으로 속전속결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좀더 많은 한국 관객이 흥미롭게 빠져들지 않은 이유는 이런 류의 이야기에서 기대되는 (이미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맛 본 이후) 잔혹한 장면의 열매의 과즙을 빨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에는 다소 특이하게도 이 OTT 드라마를 나름 흥미롭게 감상했다. 한때 쩌렁쩌렁했던 대배우 최민식 배우가 주연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야기적으로 볼 때 과거 홍콩 영화 전성기 때의 추억의 명작에서 볼 수 있고 거의 젊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천문학적인 행운이 따라주는 도박판의 풍운아, 큰 도박에서 환상적인 승전보를 울리고 불꽃 같은 향락을 만끽하는 화려한 청춘의 장면이 없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쉽게 말해서, 제목만 보고 의례 기대하는 도박장의 구운몽, 유토피아, 무릉도원 같은 장면은 없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즉, 이 드라마는 의도적으로 소위 MSG를 많이 자제한 편이었고 그런 무덤덤한 듯한 드라마적인 이야기 전개가 처음부터 빠져든 것은 아니지만 8편 끝까지 감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솔직히 시즌 2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달리 말하자면, 이 드라마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은 마치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아이리시맨(2019)’의 스타일을 떠오르게 했다. 요즘에는 누구나 아마존에서 직구해서 먹을 수 있는 달콤함과 담백함이 잘 섞여있는 고급스런 과자를 굳이 마다하고 찐 고구마를 군것질로 찝는 것 같은 이야기 전개 스타일이지만 이상하게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것이 새롭거나 신선하게 느껴져서 그런지 아니면 지난 것들의 과장된 장면들에 대한 비현실성에 피로감을 느껴서 인지는 몰라도 나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다소 무심한 듯 공중파 방송에 나올법하게 (찐 고구마, 밤을 씹는 듯한) 담백한 전개이면서 중년남자가 주인공이라서 소화가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그럭저럭 흥미롭게 감상했고 시즌 2도 기대가 된다.

 

2023년 1월 2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