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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The Thirteenth Floor (13층, 1999) & 필자의 우주론 상상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6. 15. 19:19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와 같은 해에 개봉되었으니까 비슷한 시기에 기획되고 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튜브 컨텐츠를 보다가 영화 ‘13층(The Thirteen Floor, 1999)’의 장면이 잠깐 보였었고, 먼 예전에 비디오로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문득 최근에 감상하게 되었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고상하게 이론화 설정 놀이한 것이 ‘시뮬레이션 우주론’일 것이다. 이미 한물 간 식상한 콘텐츠일 수도 있지만, 매일 먹으면 물리지만 가끔 먹으면 맛있는 별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는 1930년대와 1999년(영화 개봉 당시 현재)라는 가상세계가 설정되어 있다. 둘은 시간적으로 따지면 마치 양파껍질과 같다. 어떤 관객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한 번 봐서는 잘 모를 수도 있고, 또는, 금방 눈치를 채고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튼 영화 ‘매트릭스(1999)’에서는 액션과 오락성을 강조했다면, 영화 ‘13층’은 드라마, 철학, 고상한 멜로 치정 드라마를 혼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뜬금없지만, 필자에게 이런 SF 영화 또는 소설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주인공은 구석기 시대, 헬레니즘 시대, 로마시대, 중세시대, 1차 세계 대전, 2차 세계 대전... 현시대를 아우르며 수없이 다양한 전쟁에서 총알받이 같은 병사로 참전하여 거의 끝없는 전쟁을 치른다. 주인공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싸우고 싸운다. 예를 들어, 언젠가 최면치료를 받았을 때는 십자군에 참전했다가 죽은 전생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잘 싸우는 전사였는지 운이 좋았는지는 몰라도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적의 칼과 화살을 피해서 살아남은 적도 있었다. 아무튼... 그러다가 주인공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특이한 일을 경험하면서 깨어나는데... 깨어나서 자신의 실제 모습을 보니, 그는 미래 2XXX년에 어떤 초국가(초도시국가)에서 어떤 범죄를 저질러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고 그의 몸은 강제로 캡슐에 갖혀서 이렇게 수많은 역사적인 전쟁에 참전하는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수년 동안 거의 접속한 채로. 음모에 휘둘려 수감되었던 주인공은 만기출소일이 되어서 집으로 귀가했지만 그를 반기는 가족도 없고, 도저히 평화롭고 한가로운 초국가의 일상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 없었다. 아무리 잘 만든 컴퓨터 게임도 시시한 초딩 놀이일 뿐이었다. 그는 비록 불법이지만 감옥에 수감되었을 때와 같은 높은 기술력으로 제작된 매우 실제 현실과 같은 가상현실 전쟁 게임을 운영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되고 거기에 찾아가서 끝없는 역사적 전쟁에 참전한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다가 주인공은 나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실 그 불법 전쟁 시뮬레이션 업체는 미래의 초국가(초정부)에서 전액 지원하는 업체이고, 수많은 범죄자들이 출소해서 재범자가 되어 사회를 혼탁하게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이런 시스템을 암암리에 (인권에 위배되므로)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초국가의 도시는 매우 조용하고 깨끗하고 범죄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평화롭게 잘 유지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들은 이런 가상현실 전쟁터에 접속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가기 때문에 실제 세계인 초국가의 거리를 쏴돌아다니는 일 조차 극히 드물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영화 ‘13층’의 주인공이 가상세계의 끝(경계선)에 이르렀고 그곳에서 메쉬(그물망) 경계선을 보게 된다. 이 장면은 수많은 콘텐츠에서 인용되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비록 영화적인 설정이겠지만, 이런 논리를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빗대어 상상해보면, 인간이 먼 미래에 (현재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우주의 끝에 도달했고 거기서 무언가를 보게 될 수도 있고 그것은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또는 어마어마하게 발달된 장비가 개발되어서 어마어마하게 작은 세계를 탐험했더니 역시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무언가를 보게 될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어떤지 모름) (한편, 이것은 어떤 창조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라고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우주의 종말 다큐멘터리를 보면 어마어마하게 먼 미래에 (인류가 우주의 먼지로도 존재할지 말지 단정할 수 없는 미래에) 우주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많은 현대 과학자들이 상상하는 우주의 미래(종말)의 모습이다.


여기에 필자의 상상을 보태자면, 이런 차갑고 정적인 우주의 종말 상태에서도 매우 매우 작은 무엇(크기를 단정할 수 없다)가 자신의 주변의 시공간을 수축하고(지금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고,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반짝거리고(핵융합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공간이 수축된 작은 무엇이 텅빈 우주를 떠돌면서 우연히 다른 것을 만나서 합쳐지면 좀더 커지고, 이런 것들 중에 솜사탕처럼 성장하는 것이 드물지만 발생하고, 이런 것들 중에 어떤 것이 내부에 압력 같은 것이 발생하여 폭발 같은 것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소위 ‘빅뱅’이고 이렇게 우주는 다시 태어나고 수많은 별들과 은하계가 반짝거리는 찬란한 청년기(현재 우리 우주의 상태)를 맞이하고 인간(또는 외계인)처럼 지적인 생명체가 출현한다.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이 사이 경과 시간은 현재 우리 우주의 나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길고 길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우주도 탄생하고 죽고 언젠가 다시 탄생하는 것을 반복한다는 우주론(상상)이 떠올랐었기에 이참에 적어 놓는다.


한편, 이렇게 만들어지는 우주도 수없이 많고 현재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우주는 그들 중 한 개일 뿐인데 인류의 과학(또는 영혼, 영적인 무엇이) 매우 발달해서 현재에는 상상할 수 없는 초존재가 된다면 우리 우주가 종말을 맞이해서 매우 정적인 상태에 이르러 다음 빅뱅이 발발하기까지 근근히 살아가기를 거부하고 소위 어떤 고차원의 경로를 통해서 다른 우주로 건너가서(Hyper leap) (아직 별들이 반짝거리는 우주를 골라잡아서 이동) 인류가 계속 생존할 수도 있다. (이미 어떤 지적 외계인은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구 같은 곳에는 관심이 없어서 지구에 외계인이 붐비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또는, 인간의 영혼이 수많은 우주(다중 우주 개념 포함)을 이동하며 환생을 거듭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13층’의 끝부분에 주인공은 비록 시뮬레이션 캐릭터지만 시스템 오류인지 뭔지로 인하여 인간의 몸속(창조자)에 들어가서 살게되고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암시하며 끝난다. 그때가 2024년이다. 영화가 만들어진 1999년에 정말 2024년 쯤에는 그 정도로 뛰어난 가상현실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상상했던 것일까? 아무튼 2023년 현재는 비록 인공지능으로 요란하게 떠들썩하지만 가상현실은 그저 애들 낙서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림 기법으로 빗대어 말하자면 하이퍼 리얼리즘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술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현실 같은 가상현실 세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끝장면이 사라지기 직전에 마치 모니터의 전원이 꺼지는 것처럼 끝나는데 이것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도달한 2024년의 세계도 사실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시뮬레이션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설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정한 것은 아니고 관객의 상상에 맞긴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를 흥미롭게 감상했다.


2023년 6월 1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