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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버드 박스 바르셀로나 (Bird Box Barcelona, 2023) 감상글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7. 25. 03:12

 

 

(이 글은 얼마 전에 부득이하게 Godgulart.wordpress.com 에 올렸었던 글인데, 이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내용은 같습니다. Godgulart.wordpress.com 에는 필자의 그림 위주로 포스팅하고, 그 외의 콘텐츠는 이곳 블로그에 올릴 계획이니 참고 바랍니다)

 

 

자주 쓰는 서두지만, 이 작품도 그냥 문득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했다. 스크린샷 속 인물들이 천조각으로 시야를 가리고… 아마도 무슨 신종 전염병이 창궐한 가까운 미래의 디스토피아 SF 장르인가 보다. 간단한 소개 문구를 보니 ‘외계인이 어쩌구 저쩌구…?’ 뭐야?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아니었어? 그래서 호기심이 피어올라 감상하게 되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다. 개인적으로 어쩌면 전 세계 수많은 영화팬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모르긴 해도 올해 출현한 (아직 여러 편의 쩌렁쩌렁한 개봉작들이 줄을 서서 관객들이 목이 빠지도록 유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작품성의 관점만을 따져서 톱10에 오를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작품성은 비록 문학적이고 고루하고 고지식하고 서구문화적이고 아카데믹한 범주에 있다고 볼 수 있어서 한국 같은 동양 문화권의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는 못할 수도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에 매우 매우 관대한 서구문화권에 비해 동양에서는 다소 그렇지는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비록 한국의 현대 사회가 의식주 여러 부분에서 매우 밀착적으로 서구화되었다고 볼 수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메시지에는 소위 ‘자기 자신을 믿어라!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타인의 비판 따위는 개나 줘버려라!’라는 투의 너무도 흔하고 익숙한 서구문화권의 개인주의적인 (사용하기에 따라서 복불복인, 현대 시대에 대도시 생활에서 필수인, 교활한 악플러가 하이에나처럼 드문불출하는 동물의 왕국 인터넷 세상에서 더욱 필수인) 이런 사상, 생각, 가치관을 슬쩍 비판(장점에 눈이 가려 단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정도)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절대로 아니니까 재미 드럽게 없을 거라고 미리 선입관을 가지면 재미가 식어버릴 수도 있다. 약간의 심리적 공포가 들어간 재난 생존 장르 쯤 될 것이다.

이야기의 싸임새가 신선하고 좋았다.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는 재미가 솔솔했다. 어느 정도 닮은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Quiet Place)’와 굳이 비교하자면, 좀더 고상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단순히 자기 자신과 혈연 직계 핵가족을 위한 무한 희생과 생존을 노골적으로 영화 내내 강조하는 기본적인(매우 기본적이고 당연해서 식상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고상하다는 의미이다. 현대 사회, 문명, 종교, 정치, 가치관 등등에 대한 고찰이 은근 슬쩍 보일 듯 말듯 들어 있다. 겉으로 그냥 보면 서바이벌이지만 말이다.

참고로, 현시대에 밀착한 SF 장르가 대부분 그렇듯이 다소 B급 감성이 약간 들어 있기는 하다. 좀비 시리즈처럼 세계적인 프렌차이즈를 노릴 수도 있는 이야기 설정이다. 아쉽게도 시리즈를 암시하면서 끝난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 않고 좋았다. 다음 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생존자가 이어서 전개할 것이고, 어쩌면 전혀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서 이 흥미로운 세계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지도 모른다. 기대된다.

2023년 7월 18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