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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Indiana Jones - The Dial of Destiny)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9. 9. 19:01



유명 영화제에서 공개된 지 다소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개봉을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1편, 2편의 엄청나게 폭발적인 흥행성의 작품까지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추억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분위기 있는 작품이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다. 요즘 시대 미디어를 통해 간간이 들려오는 시큰둥한 평판에도, 필자는 그렇더라도 내 취향과는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확실히 시대가 변했다. 뭇 사람들의 취향이 산 넘고 물 건넌 것 이상으로 변했고, 필자도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나이를 먹으면서 입맛이 변하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수많은 이름의 치킨이 군웅할거하는 요즘시대에 소위 ‘옛날 치킨’도 명맥을 유지하지만 모든 치킨집의 ‘옛날 치킨’이 전부 맛있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과거의 명장 캐릭터가 요즘 시대의 양념으로 잘 포장되지 못한 듯하다. 또는 충분히 그랬지만 아무리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라고 제작진들이 항변했더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유가 뭘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더 이상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고 달콤한, 그래서 사실적이지 않는 느낌의 어드벤쳐 장르 영화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적어도 영화 매체에서는 말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겠지만, 한국 영화 중에 넷플릭스 같은 OTT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작품 중에는 말랑말랑한 것보다는 잔혹성(장면 또는 이야기)가 듬뿍 쳐발라진 액션 장르가 많았다는 것을 봐도 요즘 시대에 통하는 취향이 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적어도 영화라는 매체에서는 말이다.

 


이 영화는 지금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리얼한 액션을 강조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여러 여러 장면에서 CG를 많이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 너무 너무 눈에 띄어서 별로였다. 굳이 보이지 않아도 될 배경 등에 CG 느낌으로 다소 긴 시간 동안 (그래 봤자 몇 초 추가겠지만) 보여준 점이 지루함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게 했다. 이런 점은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 액션이 비현실적인데 배경들까지 그러하니까 왠지 모르게 영화 속으로 빠져드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해리슨 포드’ 명배우의 추억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최신작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좋았다. 악역의 ‘매즈 미켈슨’의 연기는 어떤 작품에서 봐도 관객을 사로잡는다. 필자의 눈에 흙이 들어가는 날까지 십중팔구 더 이상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제작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먼 미래에 어쩌면 독일군이 아니라 외계인하고 싸우는 인디아나 존스 후손이 활약하는 영화가 만들어질 지도 모르겠다. (고고학 관련 다큐를 보면 종종 과거에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었다는 둥... 상상의 흥미로운 가설이 얼마나 많은가)

 


여담이지만, 과거에 젊은 미국식 쾌남 해리슨 포드의 또 다른 명작 ‘블레이드 러너’도 몇 년 전에 후속편이 만들어졌었는데, 이 영화에 비하면 (비록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 불가이지만) 매우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된다. 흥행성은 약했지만 확실히 작품성, 분위기, 비주얼은 살아있었다. 이 영화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흥행성은 저조했더라도 분위기, 비주얼은 훨씬 생생하고 아름답게 살아 있었어야 좋았을 것이다.

 


2023년 9월 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