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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나는 솔로 (SBS plus 프로) (돌싱 특집 2기)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9. 14. 19:00

 


현재는 ‘돌싱’들이 출현하는 2번째 기수인데, 돌싱 1기 때도 한바탕 왁자지껄한 잔치를 벌려 주었는데, 이번 기수도 여지없이 그 바톤을 이어받아서 신명나는 폭풍 춤를 추었다. 연애 게임 사회성이라는 춤. 그 춤은 이전 돌싱 기수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고, 흔한 싱글 기수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존에는 감상한 적이 없는 그 어디에서도 감상해본 적이 없는 흥미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작가가 머리 속에서 창작한 영화, 소설, 드라마, 만화에서는 충분히 다뤄질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지만, 그것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다큐에서 잘근잘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롭고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영화로 비유하자면, ‘서스펜스’의 재미이다. 시청자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해당 인물은 전혀 모른 채 (소위 오해라는 돛을 단 배가 산으로 기어 올라가서) 싱크홀, 소용돌이, 절벽, 개미굴에 빠져들어가는 에피소드가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지금까지 ‘나는 솔로’에서는 없었던 (있었더라도 매우 짧게 다뤄졌었던) 신선한 재미와 유용한 학습 효과까지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 남자가 주변인들의 자기 판단으로 내뱉은 말과 말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해서 나름 분석하고 종합하고 합리적 판단을 내려서 소위 연애 게임판에서 호구가 되지 않고 잘해 보려고 노력을 한답시고 했건만..., 오히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무디거나 답답하다고 취급받는 인격보다 못한 사람으로 평가절하되었다. 

 


결국 첫눈에 반해서 몰빵했던 연인과도 깨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그 남자의 원래 성격이 안 좋다거나 생각을 고리타분하게 하는 외골수의 사람이냐하면 그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서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하는 사업가이기도 하고 충분히 괜찮은 인격과 성격의 사회성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이번 기수의 에피소드가 인간의 다층적이고 심층적인 모습을 잘 표현해주어서 (편집도 잘 해서) 매우 흥미롭게 감상했다. 다음 주가 마지막 날인데도 불구하고 예고편을 보니 끝나지 않고 아직 보여줄 에피소드가 더 있는 것 같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2회는 더 할 것 같다.

 


오늘 회차가 끝나자 마자 스멀스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줄줄이 올라온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각자 자신만의 분석과 추측의 잣대를 들이대고 인물들의 성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썰을 풀어 놓는다. 일반인 출연자들은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까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수년 전에는 (‘짝’같은 프로) 그저 게시판에 글이나 댓글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수많은 동영상으로 소위 수많은 뒷다마가 봄바람을 업은 꽃가루처럼 널리 퍼지고 퍼진다.

 


생각해보면 냉혹한 분석자들의 분석대로 정말 일반인 출연자들이 그런 성격의 인물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각자 그냥 개성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깽판치고 밥상을 뒤엎는 정도로 심각하게 비사회적(범죄적) 성격이 아니라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채로운 성격의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이겠거니 생각하며 포용력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관점을 은근슬적 흘려주는 것이 이 프로의 긍정적인 가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솔직히 살아가면서 나는 솔로에 출연하는 일반인 출연자 정도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언젠가 한 번쯤 마주쳤을 것이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어떤 모임에서, 등등.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뭐가 어쩌니 뭐가 저쩌니 나쁜 행동이니 고쳐야된다느니 열변을 토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정색하며 돗자리 깔고 진심을 담아 상담을 하기 전에는 말이다. 어쩌면 현실 세계에서는 비평, 지적을 맘대로 못하니까 유튜브 같은 곳에서 실컷 말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의 측면도 비추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수백배 더 중요한 것이지, 어떤 출연자의 성격이 어떠니, 과거가 어떠니, 말하는 투가 어떠니, 사회적 행동이 어떠니... 화면에서 편집되어 보여지는 단편적인 것만으로 그 출연자의 인격을 완전히 통달했다고 단정하는 누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귀로 들어서 한쪽 귀로 흘려 내보내고, 두 눈으로 보고 뒤통수로 내보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어디까지나 이 프로의 장점은 마치 어떤 좋은 영화를 감상하고나서 느끼게 되는 뭔가가 있듯이 일반인 출연자들의 편집된 단면들을 흥미롭게 감상하고서 자신을 유익하게 되돌아보고 소위 자아성찰을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완전히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문화가 잘 정착되어야만 수없이 다양한 성격과 인격과 배경의 일반인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출연해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선사해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출연하는 일반인마다 출연 이후에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괴롭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정형화된(이상적으로 시청률을 위해서 포장된) 그렇고 그런 성격의 일반인들만 출연하게 된다면 이 프로는 결국 고인물처럼 되어서 방송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만약, 회를 거듭할수록 정형화된 일반인들만 출연한다면 그냥 드라마, 영화, 미니 시리즈를 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지금처럼 다양한 성격과 개성의 인물들이 (그렇다고 방송에 부적합한 인격을 바라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 포용력이 필요할 것이다) 계속 출연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이어지기를 애청자의 입장에서 기대해 본다.

 


여담이지만, 이 프로 같은 소재를 활용해서 영화(다큐가 아니라 픽션 영화)를 만든다면, 예를 들어, 어떤 남녀 출연자는 돌싱 특집 기수에 출연했는데 첫 만남의 시간에 얼마 전에 이혼했던 부부가 같이 출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작진은 전혀 모르고 당사자인 두 사람만 안다. 두 남녀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찾자고 하고, 머무는 동안 잘 지내자며 서로를 응원하고 촬영을 계속하는데... 두 남녀는 각자 연인을 찾는 것을 은근슬쩍 방해하는 에피소드들로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둘이 다시 서로를 선택한다는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로 결말을 맺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완전히 딴판으로 사실은 서로 이혼했던 두 남녀만 실질적인 일반인 출연자이고 다른 출연자들은 제작진에서 섭외한 일종의 일반인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들이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이혼한 부부가 이런 프로에서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촬영하기 위해서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또는, 재난 공포 장르로 간다면, 특집으로 어떤 외딴 섬으로 촬영을 가는데 사고가 나서 조난을 당하게 되고, 재난을 극복하는 와중에 사랑의 꽃이 피는 경우도 발생하고... 또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처럼 수많은 일반인 출연자들이 연인을 찾으러 왔다가 일정 시간이 지났는데 연인(짝)을 만들지 못하면 (서로가 서로를 동시에 찍지 못하면) 지옥 같은 아레나로 떨어져서 저 세상으로 갈 위기에 처하고 (영화 ‘랍스터’가 생각난다) 그곳에서 우여곡절 끝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생존해 되돌아온다면 다시 한 번 연인(짝)을 찾을 기회가 주어지는데 또 실패하면 다시 지옥 아레나로 떨어지고...... 무한반복......

 

 
그런데 어떤 인물이 의문을 품고 가까스로 샛길로 빠져서 그 통제구역을 탈출했더니, 펼쳐진 곳은 22세기의 고도로 발달한 어떤 도시 국가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매우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21세기 풍의 거대한 세트장에서 생과사의 위기를 극복하며 짝짓기 연애를 하는 시청률 1위 프로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유쾌하게 감상하고 있었다는...... 그리고 그들은(22세기 시민들) 거의 대부분 도시국가의 과학기술로 태어난(만들어진) (핵가족은 실제 피를 나눈 부모와 자식 관계가 아니므로 정서적으로 21세기와 전혀 다르다) 인간들이라 비록 질병도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지만, 연인(짝)을 찾지 않고 그냥 각자 혼자 살아간다. 다만 의무적으로 일시적으로 몇 년간 소위 핵가족을 살아야 하는데 이때 이렇게 만나는 부부와 자식은 도시국가의 AI가 꼴리는대로(랜덤으로) 지정해주고 사람들은 큰 무리가 없는한 그렇게 가족을 이뤘다가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각자 흩어져 따로 살아간다. 그래서 이들에게 21세기에 사람들이 연인(짝)을 찾는 모습은 매우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즉, 방송 프로 제작팀이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로 가서 연인을 열정적으로 찾을 것 같은 사람들을 은밀히 납치해서 22세기의 21세기 풍 세트장에 풀어놓고 (그들의 기억을 일부분 상실시켜놓고) 생과사를 오가는 연애 게임에 참여하게 만든 것이다.  ......



아무튼, ‘나는 솔로’는 일반인 짝짓기 연애 프로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성관련 다양한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기에 재미도 있고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끄적여봤다. 이 프로 관련 감상글을 이전에도 한 번 포스팅을 했었고 이 번이 두 번째 포스팅이다.


2023년 9월 14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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