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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페어 플레이 (Fair Play, 2023)

by 김곧글 Kim Godgul 2023. 10. 12. 03:11

 



솔직히 말해서 순전히 여배우 ‘피비 디네버’에 이끌려 감상하게 되었다. 워낙에 ‘브리저튼 시즌1’의 여운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시즌2에서 보이지 않은 것으로 인한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 ‘페어 플레이’의 여주인공 ‘에밀리’는 브리저튼가의 영롱하고 온순한 맏딸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이다. 처음에는 얼핏 비슷한 느낌도 보였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나름 현시대적이고 도시적인 엘리트 여성상의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최근에 KBS ‘개그콘서트’가 부활한다고 해서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고단한 한 주를 보내고 주말 밤에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기 딱 좋은 요긴한 프로였었다. 지금은 유튜브 동영상이 넘치는 세상이어서 차별화 노력을 해서 나올 거라고 예상된다. 또한 이제 슬슬 유튜브와 TV 프로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차이가 들어나기 시작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다시 예전의 TV 프로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지금 가끔 종종 기분 전환으로 예전의 개그콘서트 콩트 모음을 감상하고는 한다. 어느 순간 두뇌가 긴장되거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요긴한 동영상 감초가 아닐 수 없다. 추억의 향수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금요일 밤 11시를 책임졌던 KBS의 저예산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있다. 전국의 각양각색의 부부간의 갈등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 프로도 부활한다는 얘기는 아니고 영화 ‘페어 플레이’는 ‘사랑과 전쟁’에 등장할 법한 이야기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뉴욕의 으리으리한 증권가 고층 빌딩 숲 사이를 배경으로 펼쳐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의 상위 1%에 들어갈 법한 회사에서 근무 중인 펀드매니저 또는 애널리스트 ‘에밀리’와 ‘루크’는 회사에는 비밀에 붙인 사내커플이다. 서로 흥건하게 격정적으로 젊음의 온몸을 불태우는 파릇파릇한 연인이다. 둘은 같은 집에 거주한다. 출근하면서 다른 길로 갈라져서 회사에서는 그냥 돈독한 동료인 척 사무적으로 대한다.... 이 연인은 매우 열정적이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인 것 같았는데 에밀리가 PM으로 승진을 하고 루크는 무능력으로 퇴출 위기에 놓이는 처지가 되면서 둘의 영원할 것 같은 하트 위에 폭풍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다. 결론적으로, 앞에서 말했듯이, ‘사랑과 전쟁’의 어떤 부부의 에피소드인 것 같은 익숙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어두운 결말로 치닫는다.


그래도 영화니까 이야기와는 별개로 그림은 좋은 편이다. 배우들의 심리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피비 디네버’가 연기한 ‘에밀리’에게 좀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사랑과 전쟁’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끝이 다소 씁쓸하고 께름칙하지만 감상하는 내내 몰입해서 흥미롭게 감상했다. ‘피비 디네버’의 연기력과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작품성과 인기도와는 별개로 순전히 ‘피비 디네버’의 연기력과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23년 10월 12일 김곧글(Kim Godgul)